우여곡절 발리여행(9-3)

25년 7월 26일

by moonconmong
20250726_060729.jpg 바루트 일출 투어

여행 셋째 날. 새벽 3시 20분 기상! 오늘은 바투르 일출 투어. 우리의 극기훈련은 다시 시작되었다. 4시에 픽업한다고 했으니 세수하고 사진을 예쁘게 찍으려면 살짝 찍어 바르기도 해야 하니 일찍 일어나서 4시에 딱 맞춰나갔는데 지프는 와있는데 캄캄하고 조용하다. 한 10분을 기다리다 주방 쪽에서 소리가 나서 가보니 숙소 주인아저씨가 '아, 너희 가서 먹을 아침 만들어'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내가 ‘기사님은 언제 와요?’ 물으니 '기사는 저기 있어' 하면서, 열심히 주방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사람을 가리켰다. 결국 내가 먹을 샌드위치를 만드느라 30분이나 허비하고 4시 30분에 출발했다. 내가 먹을 것 만든다는 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데 그럴 거면 4시 30분에 픽업한다고 하든가. 나의 아침시간은 소중하지 않은 건가? 이것도 억울하지만, 더 억울한 건 우리 말고 다른 서양인 일행이 있었는데 그 일행은 4시 30분에 나오는 게 아닌가? 서양인에게는 정확한 시간을 안내해 주고 우리에게는 30분 일찍 이야기한 건가... 음, 숙소 내 괴롭힘인가…


20250726_065317.jpg 바투르 일출 투어

숙소에서 지프차를 타고 30분 정도 가니 바투르 일출 포인트에 도착했다. 우붓이나 다른 지역에서 오게 되면, 일반 차를 타고 와서 일출 포인트에서 지프로 차를 바꿔 타는데 우리는 바투르 근처다 보니 바로 지프를 타고 이동했다. 지프들이 한 50대는 주차해 놓은 것 같다. 우리 차도 차례를 지켜 주차를 하고 보니, 안개가…

전날의 그 짙은 안개는 오늘의 일을 암시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진짜 몰랐다. 지프 루프에 앉아 모두들 오늘은 일출을 못 볼 거라는 걸 느낌적으로 알지만 아무도 차마 입 밖으로 말을 내뱉지 못하고 가이드가 주는 샌드위치나 쿠키, 커피, 스낵을 먹으며 사진을 찍고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일출을 못 볼 것 같아서 그럴까? 사진을 참 열심히 찍어 주신다. 사진과 동영상 80장은 찍어서 왓츠앱으로 전송해 주셨다. 인도네시아에서 왓츠앱이 카카오톡이라는 말이 실감이 갔다. 라이트를 가져가면 깜깜한 밤에 아이들과 놀기 좋다. 센스 있는 옆 가이드는 라이트를 준비해서 서양인 일행에게 주었는데 우리 가이드에게 그런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애들이 자꾸 라이트를 탐내했지만, 도와줄 수 없었다. 가이드가 새벽부터 열심히 손수 준비한 샌드위치를 주길래 내키지는 않았지만, 몇 입 베어 물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했다. 이런 곳에 화장실이 있을까마는… 있었다. 화장실은 유료. 뭐 상태는 안 봐도 알겠지? 군대에서 화장실 가면 삽 들고 간다지? 그런 느낌이랄까.


20250726_073421.jpg 블랙라바

지프차 50대 정도가 줄을 지어 서있는 데다 발리 사람들은 연초를 많이 피는데 애들이 있다고 배려하지는 않는 분위기여서 자욱한 안개에 연초까지 그야말로 난민촌이 따로 없었다. 화장실 다녀오니 그제야 안개가 걷혔다. 안개가 자욱했을 때는 정말 난민촌 같았는데 푸른 하늘이 나오니 여행 느낌이 났다. 일출을 못 보니 더 아쉬워서 사진이나 열심히 찍었다. 처음에는 가이드도 지켜만 보고 있다가 우리가 사진을 열심히 찍으니 자기도 열심히 찍어주기 시작했다. 이제 좀 가고 싶은데 옆차가 빠져줘야 우리도 갈 수 있기에 강제대기를 했다. 옆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해서 다음 장소인 라바샌드로 이동했다. 화산재로 인해 작고 검은 알갱이들이 둔덕을 이룬 곳인데 여기서 잠깐 쉬면서 사진을 찍은 후 블랙라바로 이동했다. 화산 분출 후 마그마가 굳어서 생긴 곳이다. 1905년에 화산이 분출하면서 생긴 곳이라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여기서 20분 정도 하이킹하면서 둘러본다. 아이들에게 실제 화산이 분출된 장소를 보여주며 생활과학을 가르쳐주고 싶었건만. 정작 애들은 별 감흥이 없다. 적당히 둘러보다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아침식사 주문을 하려고 기다리는데 본체만체해서 결국 주방으로 가서 주문을 하고 기다렸다. 30분은 기다려서 아침 식사를 받았는데 빵 한 조각에 계란 프라이 하나가 나왔다. 호텔의 아침 식사를 기대했는 데, 우리 집 아침식사가 나왔다. 새벽에 투어 가이드가 만들어준 샌드위치를 안 먹었으면 배고팠을 것 같다. 더군다나, 식사가 다 같이 안 나오고 하나씩 가져다줘서 결국 자기 메뉴 나온 사람부터 먼저 먹고 방으로 가버렸다. 그러다 보니 나만 남았다. 이게 가족이란 말인가.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났더니 아침을 먹고 나니 졸려서 1시간 정도 눈 붙이고 짐을 싸는데 11시쯤 픽업 오기로 한 가이드가 prayer가 있어서 못 온단다. 와, 출발 1시간 전에? 짜증이 확 났지만 항상 플랜 B를 생각하는 나답게 쿨한척했다. ‘아임쏘리투히얼댓’이라고 답장을 보낸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내가 왜 쏘리냐. 네가 쏘리지’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랩을 불렀다. 원래는 가이드랑 뜨갈라랑 계단식 논을 갔다가 호텔 체크인을 하려고 했는데 짐 때문에 숙소 체크인한 후 근처에서 밥을 먹고 뜨갈라랑 계단식 논 보러 가기로 했다. 다행히 그랩은 5분 정도 기다리니 왔다. 거리가 있어서 잘 안 잡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BYD가 잡혀서 난생처음 타보았다. 새 차여서 그런지 승차감이 좋았다. 게다가 운전기사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눈치여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운전기사가 한국에 와본 적이 있다고 했다. 깨끗한 한국이 좋다고 한다. 그러게, 여기보다는 깨끗하기는 하겠다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붓 근처에 다다랐다.

20250728_112016.jpg 우붓왕궁 앞


바투르에 있다가 우붓에 오니 완전 시내 같다. 게다가 꽉 막힌 차가 움직일 줄 모른다. 발리! 하면 떠오르는 그런 가방들을 기념품샵에서 잔뜩 팔고 있었다. 순간, 사볼까 고민을 했지만, 결국 맘을 다잡았다. 우리의 두 번째 숙소 코마네카 앳 라사 사양에 도착했다. 내가 발리에서 예약한 가장 비싼 숙소다. 그래서 신랑은 그냥 방콕만 하자고 했지만, 여기서도 뻔질나게 왔다 갔다 했다. 1시에 도착해서 얼리 체크인 가능한지 물어봤는데 다행히 방 한 개는 미리 체크인 가능하다고 해서 미리 체크인을 했다. 설명도 아주 친절하게 해 주고 웰컴티도 시원하고 괜히 고급호텔이 아니었다. 에프터눈 티도 주고 요가 클래스도 있고 그에 비해 수영장은 애교 있게 작지만, 그래도 이용객이 없어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여기 계속 있고 싶지만 점심은 먹어야 하니 꼭 로컬식당을 고집하는 신랑한테 맞춰 식당을 찾아갔는데 거기 있는 손님이 죄다 한국인이었다. 왜냐고? 내가 ‘우붓 맛집’ 이렇게 검색해서 제일 먼저 나온 글에 있는 식당으로 갔거든! 다들 검색조차 귀찮은 거지. 야외에 선풍기도 약하고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뜨갈라랑 계단식 논을 갈까 말까 토론을 했다. 신랑은 그냥 숙소에서 에프터눈 티나 먹자 하고, 큰아이는 신나는 수영장을 기대했지만 일반 수영장에 논을 봐도 나쁘지 않겠다고 하고, 작은 아이는 대세를 따르겠다고 한다. 결국 또 여기까지 왔는데 안 가보면 서운하니 그랩을 불러 40분이 걸려 도착했다. 우붓에서는 차가 워낙 막혀서 우붓왕궁, 원숭이숲 외에 차를 타고 나가면 다 오래 걸린다. 언제 도착하냐는 애들의 질문에 원성을 듣기 싫어 30분이라고 한다.


20250726_161130.jpg 뜨갈라랑 계단식 논

뜨갈라랑 계단식 논은 몇 개의 회사가 논을 구역을 나눠 영업을 해서 운전기사가 입구가 비교적 한가한 곳에 세워준다. 입장권 구입하고 들어가는데 입구에서 바로 발리스윙 안 할래? 스카이바이크, 짚라인 안 할래? 엄청 영업이 들어온다. 원래는 좀 둘러보다 할까 한다고 하니 지금 사람 없으니 지금 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오케이! 하니 바로 옷을 입히고 알아서 착착착이다. 큰 아이에게 어떤 옷이 잘 어울리겠냐고 물어보니 빨간색이라길래 골라 입고 있는데 신랑이 무당 같다고 한다. 결국 노란색으로 변경. 그런데 옷이 자꾸 벗겨진다. 그네는 무섭지는 않은데 나이 들어 어지럽다. 발리스윙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줄 알았는데 사진은 우리가 찍는 거고 그네만 태워주는 것이었다. 신랑이 동영상을 찍고 애들이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사진 퀄리티를 보니 왜 탔나 싶다. 그래도 찍어준 거에 감사했다. 결국은 동영상에서 사진을 추출했다. 논밭을 조금 걸어서 내려갔더니 더 가려면 제2의 입장료를 내란다. 10k 루피아로 저렴하지만, 입장료를 또 받는다는 생각에 기분에 나빠서 안 가고 올라가니 들어왔던 입구여서, 너무 짧은 시간에 끝난 기분이라 결국 돈을 추가로 내고 입장했다. 들어왔으니 걸어 다니지만, 조금 걷다 보니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걷다 보니 사진 찍기 예쁜 포인트가 있어서 가보려고 하니 다른 회사라서 입장료를 또 내야 한단다. 입장료 귀신들도 아니고. 그래서 결국 있는 곳을 둘러보기로 한다. 발리스윙도 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곳 있지만, 다 비슷한 뷰여서 적당한 곳을 골라서 하면 될 듯싶다.


20250726_154718.jpg 발리스윙

아이들의 원망이 너무 커지기 전에 적당히 마무리하고 이번에는 고젝이 더 저렴하길래 고젝을 불러서 돌아왔다. 저녁 7시에 수영장이 닫으니 부랴부랴 수영을 하러 갔는데 저녁이다 보니 살짝 추웠다. 그래도 한 30분 알차게 수영을 하고 밥을 먹으러 갔다. 와칸 부르스라는 또 다른 로컬 식당을 갔는데 대기 1번이었다. 다행히 많이 안 기다리고 들어가서 주문했는데 여기도 음식이 하나씩, 하나씩 나왔다. 요런 건 발리스타일~ 분위기는 편안한 레스토랑의 분위기다. 그런데 야외다 보니 모기가 많다. 벅벅 긁어대며 게 눈 감추듯 먹고 나와서 제일 싼 환전소를 일부러 찾아갔는데 닫아서 그냥 문 연 환전소에서 소액 환전을 했다. 챙길 게 많은 여행이다.


20250726_200503-side.jpg 와칸 부르스

숙소로 걸어 들어오는데 와인샵이 있어서 반가운 맘에 한 병 사서 호텔에서 마시려고 하니 신랑이 말렸다. 와인 한 병사는 데도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 짜증이 나서 보다 말고 그냥 숙소로 들어왔다. 뿔난 내 모습에 신랑이 잠시 긴장을 탔지만, 그것도 잠시, 자기는 생전 한국에서는 하지 않는 거품 목욕을 하겠다고 한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배쓰밤을 써보고 싶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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