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발리여행(9-5)

25년 7월 28일, 여행 다섯 번째 날

by moonconmong
20250728_111456.jpg 우붓왕궁

검색을 하니, 우붓왕궁 오픈 시간이 오전 7시로 되어 있어서 다녀온 후, 조식을 먹으려고 6시 45분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걸어갔거늘... 걸을 때 그 좁은 도로에서 조깅을 하는 외국인들을 보니 여행 온 것 같고 좋더만. 도착해서 들어가려고 하니 문이 살짝 닫혀있었다. 그래서 서있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10시에 연다고 한다. 왓! 억울했지만, 하소연할 곳이 없다. 결국 호텔로 복귀했더니 8시. 외국인은 조깅, 우리는 워킹.


조식을 아주 호로록 먹고 9시에 맞춰 몽키 포레스트부터 방문했다. 아침부터 어그러진 일정에 마음이 분주했다. 호텔에서도 간간히 봤던 원숭이라 굳이 안 가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큰 아이가 원했기에 가보기로 했다. 큰 아이가 무언가를 보고 싶어 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기에. 블로그에서 30분이면 본다고 했는데 그래도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보려면 규모가 있어 1시간은 잡아야 할 것 같다. 눈 마주치면 원숭이가 공격을 할 수 있다길래 걸을 때마다 눈을 깔고 걷다 보니 나 자신이 비겁하게 느껴졌다. 긴치마를 입고 갔는데 원숭이가 장난꾸러기처럼 긴치마를 당기려고 해서 치마를 계속 잡고 걸었다. 원숭이 요놈! 원숭이들끼리도 곳곳에서 피 튀기게 싸우던 데, 그 모습을 보니 꼭 우리 집 애들 같았다. 몽키 포레스트는 원숭이 마을이다 보니 원숭이 무덤도 있고 장애가 있는 원숭이를 별도로 분리해서 관리하는 것을 보니 사람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50728_093944.jpg 몽키포레스트 원숭이들

처음에는 그렇게 덥다고 느껴지지 않았지만 조금 걷다 보니 땀이 삐질삐질 났다. 우붓 거리에서도 전신주 타는 원숭이를 볼 수 있으니 꼭 안 가봐도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좀 더 자세하게 보려면 또는 원숭이를 좋아한다면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0시쯤 되어 숙소로 돌아와서 체크아웃할 준비를 했다. 이제 짐 싸는 건 요령이 생겨 착착착. 10시 30분에 체크아웃을 하고 우붓왕궁을 가보려고 나왔는데 비가 내린다. 숙소에서 우산을 빌려주지만 골프우산 사이즈다 보니 들고 다니기 힘든 데다 여기 비 오는 패턴이 몇 분 쫙 왔다가 몇 분 지나면 또 그치고는 해서 그냥 운에 맡겨보기로 한다. 우붓은 길이 진짜 좁아 한 줄로 걸어가야 한다. 유모차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20분 정도 걸어서 다시 우붓왕궁에 도착했다. 메인 입구에서 사진 찍으려고 줄 서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대충 인증샷 찍고 비를 피하는데 신랑이 이따 사누르 항구 가는 그랩을 미리 예약하는 게 좋겠다 해서 그랩이랑 고젝을 비교하고 예약 부킹을 시험 삼아 눌러봤는 데 고젝은 ‘book a car’ 버튼을 누르니 그냥 자동으로 호출이 되었다. 지금 우붓왕궁에서 출발하는 걸로 예약이 되어버려 취소하고 싶은데 취소 방법은 모르고 그 사이 운전기사는 도착했다고 하고 당황해서 운전기사에게 톡을 보내서 취소해 달라고 하니 영어 못한다고 답변이 왔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번역기를 돌려서 인도네시아어로 바꿔서 챗을 보냈다. 그런데 운전기사는 내가 취소하라고 하고 나는 취소 법을 몰라 이것저것 눌러보다 결국 아래로 끝까지 스크롤을 내리니 그제야 취소 버튼이 보였다. 그래서 다행히 취소 완료. 그런데 운전기사가 계속 왓츠앱으로 물어본다. 자기가 이따 시간에 맞춰 오겠다고. 앱 가격만 받는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드라이버는 2시에 맞춰 잘 왔지만, 가격 협상에서는 서로 의견이 갈렸다. 4인승 가격이냐, 6인승 가격이냐. 결국 중간쯤에서 타협을 봤다.

20250728_105001.jpg 우붓왕궁

우붓 왕궁은 규모가 작아서 30분이면 둘러볼 수 있는 아담한 곳이다. 힌두교 신자가 많은 발리여서 그런지 왕궁에서도 독특한 건축의 미가 느껴진다. 왕궁 곳곳에서 인증샷을 찍고 남들 다 간다는 티켓투더문에 가서 유행한다는 그 가방을 봤는데 생각보다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에코백 두 개랑 슬링백 한 개를 샀다. 그런데 대부분의 발리가게들이 그렇지만 티켓투더문에서는 특히 향냄새가 진동을 해서 아들이 알레르기가 있는지 간지러워했다. 그래서 대충 구매하고 점심을 먹으러 와릉 비아비야로 갔다. 다행히 전날의 다른 식당들처럼 손님이 많지 않아서 대기는 하지 않았다. 비아비야에서 가장 유명한 babi로 시작하는 메뉴를 주문하려는데 안 된다고 해서 그걸 제외하니 주문할게 마땅치 않아서 결국 계속 먹었던 나시고랭과 나시짬뿌르를 재소환했다. 비야비야에서는 막걸리가 이색 메뉴라서 주문했는데 여기서는 특별한 메뉴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just 막걸리였다. 나시 짬뿌르를 먹는데 비닐이 나오고 숟가락에는 이물질이 묻어 있는 게 위생은 좀 걱정이 되는 그런 곳이었다.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다가 기념품 샵을 들렀는데 살 건 없고 시간이 좀 남아서 미니소까지 둘러봤다. 날이 더워,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쉬고 있는데 여기도 대부분의 손님들이 한국 사람이었다. 모두 같은 방식으로 검색을 하다 보니 자꾸 동선이 겹친다. 운전기사가 자기는 이미 와있다고 해서 조금 일찍 일어났다.

20250728_120152.jpg 비야비야 막걸리

드디어 누사페니다로 간다. 만타를 보고 스노클링을 맘껏 할 수 있는 곳. 사누르에서 누사페니다를 들어가는 패스트보트는 해운사가 진짜 많다. 항구도 여러 곳 있지만, 그만큼 해운사도 많다. 우리는 삼팔란 항구에서 내려야 하다 보니 사누르 하버가 아닌 쿠삼바 포트에서 배를 타서 삼팔란에서 내리는데 운전기사가 우리의 다음 행선지를 물었다. 발리로 돌아오면 자기에게 연락하라고… 그럼 처음 탈 때 할인이라도 좀 해주지. 쿠삼바 포트는 진짜 옛날 배 타는 곳처럼 허름하고 작다. 게다가 바람이 엄청 부는 데 피할 곳도 없다. 사방팔방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큰 아이는 계속 콧물 난다고 짜증을 낸다. 예약 확인서를 보여주니 탑승 목걸이를 준다. 4시에 출발하는 배인데, 4시 정각에 탑승을 시작한다. 받았던 목걸이는 타기 전에 회수한다. 그래도 배가 작아서 그런지 5분 만에 전원 탑승을 완료했다. 4시 5분 출발. 정확히 30분에 도착하는 놀라움을 보여주었다. 배는 텅텅텅- 바닥을 튕기며 간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내 엉덩이가 자동으로 앞으로 쏠린다. 생각보다 멀미가 안나는 게 신기했다. 큰 아이는 오히려 재미있다며 계속 타고 싶다고 했다. 십대란.

20250728_150311.jpg ANGKAL 패스트크루즈 타는 곳

삼팔란 항구에 내렸더니 픽업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5분 만에 숙소 도착. 얼음이 들어간 웰컴티를 주지만 발리밸리도 걱정이 되고 맛도 애매하고 해서 먹는 시늉만 했더니 매니저가 방으로 옮겨줄까? 하고 친절히 이야기해 주어 충분히 마셨다고 너스레를 떤다. 수영장 바로 앞에 있는 방 2개의 키를 받아서 애들 하나, 나 하나 나눠서 짐정리를 하고 애들 방으로 갔더니 웬걸 방이 찜통이다. 그런데 애들은 그걸 모른다. 그냥 쳐져서 누워있다. 아무래도 이상해 직원에게 이야기하니 고치겠다고 해서 저녁 먹고 와서 물어보니 다 고쳤다고 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여전히 덥다. 다시 이야기를 하니 기술자를 부른다고 하고서는 직원이 필터 청소나 하고 있다. 필터청소로 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이야기하지는 못한다. 결국 시간이 늦다 보니 기술자는 못 오고 방은 만실이라 못 바꾸고 그냥 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뭐, 내가 자는 거 아니니, 나 몰라라 콘셉트로 가기로 했다.

20250728_170002.jpg 누사페니다에서의 우리 숙소_kompyang Cottage

그런데, 단순히 에어컨 문제가 아니었다. 밤 10시인데 밖에서 무슨 난타공연을 하는 것처럼 엄청 시끄럽다. 화장실에서는 따뜻한 물도 잘 안 나오고 냉온수 반대로 나오고, 애들 방에서는 에어컨을 잘 못 틀었더니 꼬린내까지 난다. 수건은 낡아서 누렇고 수영장은 안 가봤는데 가본 신랑이 락스 냄새가 심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수영을 안 하고 선베드에 앉아만 있는 이유가 있었네!


누사페니다에 도착 후 저녁 먹으려고 하는데 큰 아이가 아프다고 한다. 발리밸리 인가 하고 잠시 긴장했지만, 감기인 것 같아 그냥 끌고 저녁을 먹으러 마이와릉에 갔다. 평이 좋은 것과 달리 마이와릉은 접시에 죽은 개미가 붙어있고 불친절한 데다 손님이 없었는데도 요리가 나오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음식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 누사페니다에 와서 구수한 시골마을을 기대했는데 길도 안 좋은데 의외로 차와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시골 관광지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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