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넷플릭스 드라마 <자백의 대가> 리뷰

by moonconmong
ko_kr_tpc_main_teaser_duo_vertical_27x40_rgb_predate_1.jpg 넷플릭스 드라마 <자백의 대가> 포스터


경찰에 신고 전화가 울린다.
“남편이 죽어가고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경찰이 도착했을 때 남편은 이미 목에 자상을 입은 채 과다출혈로 사망한 상태다. 가족이 살해당하면 가장 먼저 직계가족이 용의 선상에 오른다. 거기에 더해 드러난 남편의 불륜. 분노 끝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경찰의 시나리오는 너무나 손쉽게 완성된다. 그렇게 아내는 하루아침에 남편을 살해한 범인이 되어 감옥에 갇힌다.


중학교 미술 교사로 평범한 삶을 살아온 윤수에게 감옥은 낯설고도 두려운 공간이다. 아무리 “나는 죽이지 않았다”라고 외쳐도 그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억울하고 기가 막히지만, 어떤 환경이든 결국 적응해 버리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까. 윤수는 그렇게 감옥에 있게 된다.


한편, 평창동에서나 볼 법한 고급 주택. 부부가 거품을 물고 죽어가고 있고, 그 장면을 표정 하나 없이 지켜보는 모은이 있다. 어떻게 알았는지 경찰은 이내 주택에 들이닥치고, 모은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들어온다. 입소하자마자 분란을 일으켜 독방에 수감된 모은은 옆방의 윤수에게 은밀한 제안을 건넨다.


“언니, 제가 언니 남편을 죽였다고 자백할게요.
저는 이미 두 명을 죽여서 더 잃을 것도 없거든요.
대신 언니도 저를 위해 해줘야 할 게 있어요.”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하지만 이미 아빠를 잃고, 엄마마저 감옥에 갇힌 채 홀로 남겨진 유치원생 딸은 고아원에 보내진 상태다. 윤수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감옥을 나가 딸과 다시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은중과 상연>을 막 끝낸 터라, <자백의 대가>를 바로 보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세상 물러터진 은중을 본 직후라, 냉혈한 사이코패스처럼 보이는 모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늘 그렇듯 볼 게 없다. 결국 무심코 클릭하게 되고, “1회만 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1회 초반은 솔직히 익숙했다. 억울한 누명을 쓴 여자, 또 그런 이야기인가 싶었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윤수는 너무나도 억울해 보였고, 그래서 오히려 새로울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1회 말미, 김고은이 연기하는 모은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두 사건은 어떻게 연결될까, 이 인물은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궁금증은 순식간에 증폭된다.


본격적인 제안이 오가는 2회, 그리고 ‘자백의 대가’라는 제목이 의미를 드러내는 3회까지 전개는 숨이 막힐 정도로 빠르다. 대가를 치르려 할수록 상황은 점점 더 꼬이고, 그 혼란은 드라마 중반부까지 이어진다. 사건의 윤곽이 잡혔다 싶을 즈음, 이야기는 이미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줄거리만 요약하면 사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백의 대가>는 보는 내내 손에 땀이 날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 이유는 두 주인공을 끝까지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연출에 있다.


윤수는 정말 남편을 죽이지 않았을까?
혹시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이 전부일까?


겉보기엔 투명해 보이지만, 어딘가 한 겹을 숨기고 있는 듯한 윤수. 그리고 “이 판은 내가 다 설계했다”라고 외치는 듯한 모은의 장난질에 휘말리다 보면, 어느새 시청자는 그들의 손바닥 위에서 굴러다니고 있다. 매회 의도적으로 흘려놓는 컷과 대사들을 주워 담다 보면 머릿속에는 수많은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그 시나리오들이 엉키며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그러다 결말에 다다르면 깨닫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관객을 쥐락펴락하기 위한 치밀한 연출이었음을.
“아, 제대로 놀아났구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재미있게 놀았다는 느낌이 남는다.


세상 물러터진 은중과, 몸에서 피 한 방울도 흐르지 않을 것 같은 모은. 극과 극에 있는 두 인물을 모두 설득력 있게 끌어안는 김고은의 연기는 마지막까지 인상 깊다. 인물 하나하나를 의심하게 만드는 연출은 끊임없이 떡밥을 던지고, 그 떡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시청자는 이야기 한가운데에 서 있다. 다 보고 나면 묘한 감정이 남는다. 속았다는 느낌과 함께, 그 속임수에 기꺼이 놀아나 준 나 자신에 대한 묘한 만족감 같은 것. <자백의 대가>는 단순한 범죄극이 아니라, 선택 앞에 선 인간이 어떤 대가를 감수하게 되는지를 끝까지 묻는 이야기였다. 쉽게 잊히지 않는 이유는, 그 질문이 화면 밖의 나에게까지 따라오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집인데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인스타그램 해킹 표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