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얼굴을 한 괴물,
혹은 영웅 놀이에 취한 제국

<AI제국 권력, 자본, 노동> by 카렌 하오

by moonconmong

2023년 11월, 그날의 '궁전 쿠데타'

창밖은 평온했으나 성벽 안은 요동치고 있었다. 2023년 11월,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샘 올트먼의 오픈 AI 축출 사건. 기사로만 접했던 그 며칠간의 소동은 마치 잘 짜인 정치 스릴러 같았다. 이사회의 해고 통보와 전격적인 복귀,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균열들.

카렌 하오의 <AI 제국>은 이 사건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는 오픈 AI의 전·현직 직원들을 끈질기게 추적했고, 한 가지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최소 두세 명의 증언을 교차 검증했다. 책을 읽다 보면 카렌 하오가 마치 오픈 AI의 비밀 회의실 구석에 앉아 그들의 숨소리까지 기록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심지어 샘 올트먼의 머릿속을 유영하며 그의 야망과 불안을 읽어내듯, 문장들은 집요하고 날카롭다.


영웅의 가면 뒤에 숨겨진 민낯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샘 올트먼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을까. 초기의 그는 인류를 구원할 순수한 열정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챗GPT가 세상을 뒤흔들고 대중이 그를 'AI의 메시아'로 추앙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서서히 '영웅 놀이'에 취해갔다.

저자는 샘 올트먼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회유하고, 때로는 음해와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는지 팩트의 파편들을 모아 정교하게 재구성한다. 미라 무라티와 일리야 수츠케버 같은 동료들이 왜 그를 밀어내려 했는지, 그리고 왜 그들의 '혁명'이 며칠 만에 수포로 돌아갔는지—그것은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니라,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거대 자본과 변질된 리더십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었다.


아프리카의 땀과 남미의 눈물로 빚은 지능

우리는 AI를 '팬시(Fancy)'하고 깨끗한 기술로 여긴다. 하지만 이 눈부신 지능의 이면에는 피와 땀의 냄새가 진동한다.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케냐의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그들에게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트라우마성 데이터를 분류하게 했던 '인간 강화 학습'의 현장은 과거 식민지 시대의 수탈과 다를 바 없다.

또한,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칠레 등 라틴아메리카의 자연을 훼손하는 과정은 AI가 결코 '가상'의 존재가 아님을 증명한다. 우리가 한 잔의 싼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아프리카의 노동력을 빌려오듯, 챗GPT의 매끄러운 답변한 줄 뒤에는 이름 모를 이들의 고통과 파괴된 자연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조련하고 있는가

오픈 AI는 '비영리'라는 성스러운 이름을 내걸었지만, 결국 투자자들의 배를 불리는 거대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가장 두려운 지점은 이것이다. 이 괴물을 만든 이들조차 자신들이 정확히 무엇을 향해 가는지 모른다는 것. 그저 장밋빛 미래라는 환각에 빠져 눈앞의 성과에만 급급하다.

만약 목적을 상실한 AGI(일반 인공지능)가 인류의 보조자가 아닌 독재자가 된다면? 혹은 누군가의 비뚤어진 욕망에 의해 핵 버튼을 쥐게 된다면? 책을 덮으며 나는 막연한 편리함 뒤에 숨은 서늘한 공포를 마주했다.

정의롭고 선한 영향력만 펼칠 것 같았던 AI 제국의 민낯. 이 비도덕적이고 탐욕스러운 암투가 비단 한 회사만의 일일까. 우리가 바라는 AGI 시대는 정말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가.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독배를 마시기 전, 우리는 반드시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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