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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도 가지 않은 길 Nov 21. 2022

문화영화, 포르노

근로자의 휴일

  매월 둘째, 넷째 금요일(모슬렘은 금요일이 주일임)은 근로자 휴일이었다. 지옥 같은 더위 속에 고된 몸을 부리며 틀에 박힌 일과를 하루 같이 반복하는 그들이 그날을 얼마나 기다렸겠는가.      

  한데 막상 휴일이 되면 별다르게 할 일이 없었다. 휴일에는 회사가 담맘과 다란 시까지 무료 버스 편을 제공했기에, 근로자들은 얼마든지 시내에 나갈 수 있었다. 낯선 나라 시가지 구경은 나름대로 색다른 맛이 있었다. 그러나 처음 몇 번뿐, 여자도 술도 없는 나들이는 얼마 가지 않아 심드렁해졌다.     

 

  그렇다 보니 뭐 재미있는 거는 없나 하고 이 방 저 방 기웃거리다가 하루를 뭉개기에 십상이었다. 그렇게 아껴 뒀던 음식을 먹어보지도 못한 채 버리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휴일을 보냈다. 야외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는 일, 그것은 언감생심 하늘나라 사람들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휴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었다. 주중에는 몸이 물에 빠진 솜처럼 늘어져 잡생각을 물리칠 수 있지만, 한가해진 틈을 타 불길 같은 성욕이 그들을 덮쳤다. 용암이 들끓듯 하는 새파랗게 젊은 사내들의 욕정, 이 거역할 수 없는 본능적 절규에 그들이 어떻게 답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대책 없는 인생들을 대상으로 암암리에 문화 영화(포르노의 은어)가 상영됐다. 이슬람 국가에서 음란물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지만, 어느 귀신인지 마약 같은 필름을 입수해 와 밤거리 여인처럼 굶주린 늑대들을 유혹했다. 여자라면 눈에 불을 켜는 근로자들은 50리얄이나 되는 거금을 들고 몰려들었고, 스크린에 펼쳐지는 적나라한 광경에 넋을 잃었다. 그날은 필성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가 하나 돼 뒹구는 육체의 향연 ― 몽롱한 꿈나라로 이끌어가는 농도 짙은 애무··· 맛있는 음식을 먹듯 서로의 성기를 핥아주는 오럴섹스···야릇한 신음 소리···아찔한 삽입, 이어지는 왕복 운동, 지칠 줄 모르는 피스톤 동작··· 주체하지 못해 흘리는 여자의 교성······.

  필성은 쉴 새 없이 고이는 침을 꼴깍거리며,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서양 여성의 알몸 구석구석을 훑었다. 깊은숨을 몰아쉬고 뜨거운 입김을 토했다. 거시기가 야구 방망이처럼 세우고 기억 속의 삼삼했던 순간들을 반추했다.

아내와의 잠자리를 불러보, 유난히 가슴이 컸던 한일장 비어홀의 웨이트리스를 넘봤으며, 지하철에서 봤던 섹시한 여성의 치마 속을 들여다봤다.

  그러나···잡히지 않는 허공의 구름일 뿐, 불길 같은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고 안타까움으로 헐떡였다.


  그날 이후 무길은 문화 영화를 보지 않았다. ‘헛물만 켜는 거지 뭐. 돈만 깨지고.’라는 석한풍의 주장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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