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초고는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PART 1 거침없이 써라
자유연상 글쓰기(Free Writing)로 힘을 빼고 가볍게 마음 가는 대로 쓰는 초고는 글을 작성하는 데 있어 시작점인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는 큰불을 지피기 위한 하나의 시작에 불과한 것이지 목표로 한 큰불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초고는 이후 여러 번의 심사숙고를 거듭하는 퇴고 과정을 거쳐야 완성된 글을 볼 수 있고, 남에게 내보일 수 있으며, 상업적인 출판도 가능하게 된다.
초고는 초고다워야 한다. 새싹이 나오지 않고 바로 큰 수목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싹이 돋고 나서 거름과 물을 빨아들여 점점 커나가면 아름드리 수목이 되고, 그것은 나중에 훌륭한 재목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길가는 나그네에게 그늘을 내어주는 아름드리 수목을 꿈꾸는 것은 생각으로만 가능할 뿐 바로 현실화할 수는 없는 법이다. 성장 과정을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과한 욕심을 낸다면 그것은 불가능한 연목구어(緣木求魚)의 일이 될 뿐이다. 새싹이 새싹다워야 하듯 초고도 초고다워야 제 역할을 한다.
초고는 완성된 글이 아니기에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허점은 이후 차근차근 글을 성숙시켜 나가면서 완벽하게 수정해 나가면 될 일이다. 처음부터 초고가 왜 이렇게 엉성하냐고 비난하거나 자책해서는 안 된다. 초고를 완성된 글인 양 바라보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초고의 역할은 가능하면 마음속 이야기보따리를 자연스레 풀어내는 것이다. 이야깃거리를 남김없이 쏟아내는 것에 초점을 둬야지 완성된 글 흉내를 내서는 안 된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아무런 검열 의식 없이 생각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듯 써보는 것이다. 그러면 생각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쭉 이어진다고나 할까. 이야깃거리가 막힘이 없이 술술 나오게 하면 초고의 역할은 제대로 한 것이나 다름없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면 안 된다. 초고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니 전에 어떤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도 있다. ‘쓸 말이 없을 때는 ‘쓸 말이 없다’고 써라.’ 글은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한데, 어떤 내용이 좋고 나쁘다를 판단하는 순간에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 오고 글은 나오지 않는다. 머리에 힘을 주면 그만큼 머리는 굳어지고 빡빡해져 생각의 흐름이 끊긴다. 그래서는 이후의 글쓰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진=픽사베이
처음부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완결된 허점 없는 글을 쓰면 그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려면 이런 자유연상법으로 습작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지금 당장 글로 쓰고 손을 놓으니 완성된 한 편의 글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은 글쓰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나 가능할지 모르나 글쓰기 초심자인 우리라면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처음에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불쏘시개를 활용해 불씨를 일단 일으켜야 한다. 불쏘시개는 정해진 것이 없고 일단 가벼우면서도 습기를 머금지 않아 불이 잘 붙을 수 있는 것이면 좋다. 무슨 화약이나 번개탄 이런 것도 좋지만 굳이 그런 고가의 제품이 필요하지는 않고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종이나 찌푸라기도 괜찮다. 큰불이 아닌 작은 불씨를 내는 것이기에 일단 불씨가 일어나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처럼 초고도 좋은 글, 완성된 글을 쓰기 위한 불쏘시개 같은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지, 어디 그것으로 완결된 글이 바로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불쏘시개는 불쏘시개의 역할이 있듯, 초고는 초고의 역할을 하면 된다. 너무 욕심을 부려 그럴싸한 불, 그럴듯한 글을 처음부터 욕심을 내면 목적을 이룰 수 없다.
욕심과 오해에서 벗어나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 초심자들이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시작을 못 하기 때문이다. 글을 써본 적이 없기에 처음부터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몰라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그 유명한 말, 인구에 회자되는 말 ‘글은 일단 써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글을 직접 써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무슨 말이든 써보면 글쓰기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이것저것 잡히는 대로 종이에 쓰거나 자판을 두드려 보자.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어, 글이 되네!’라는 느낌을 갖는 시점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면 50%는 성공한 셈이 되는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글쓰기 방법은 없을 듯하다.
불쏘시개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듯이 ‘글쏘시개’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그러려면 가볍고 열린 마음으로 욕심부리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그 끝을 잡고 쭉 따라 쓰면 될 일이다. 그게 바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글쏘시개를 구하는 길이다. 어디 글쓰기 왕도가 따로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