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글이 안 써지면 자리를 떠나라

PART 1 거침없이 써라

by 집현전 지킴이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어떻게 하든 시작하면 50%는 성공한 셈이 되니 그만큼 시작하기가 쉽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초고는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이며 완성도 높은 글을 기대하고 쓰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시작을 해야 하므로 ‘글 씨앗’을 볼 수 있게끔 시동을 거는 단계의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리, 어깨를 부드럽게 하고 손에서 힘을 빼며 자연스럽게 생각들이 흘러나오게 해야 한다. 마치 마중물이 돼 나오는 물이 막힘이 없으면 계속 흘러나오듯 ‘글 씨앗’인 생각도 막힘 없이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오도록 방해를 받지 않아야 한다.


초고를 쓸 때 생각의 끄트머리가 끊어진다면 아직도 글 욕심에 힘을 세게 주고 있는 것이므로 일단은 머리를 식혀야 할 것이다. 머리를 쥐어짠다고 생각 뭉치들이 금방 달려 나오는 것은 아니기에 일단은 머리가 굳어 생각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현명하다. 그렇다고 장시간 자리를 떠나있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시간을 잠시 갖고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다. 초고를 쓸 때 결코 완성된 글을 욕심내는 고통의 시간이 돼서는 안 된다.



산책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머리를 식힐 때는 산책만큼 유용한 것도 없을 것이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산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점심 식사 후 30분 동안 강변을 산책했는데, 매일 산책하는 길과 시간이 같았다. 이런 습관은 40년 동안 이어졌다. 심지어 이웃 주민들은 칸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몇 시인지 알아맞힐 정도였다고 한다.

글을 쓰다 생각이 막히면 흐름을 한 번 끊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산책이 그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가까운 동네 시장을 둘러보아도 좋고 공원이나 강변으로 나가 햇볕을 받으며 잠시 잠깐 휴식을 취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막혔던 생각의 흐름이 다시 이어져 머릿속으로 아이디어들이 샘 솟을 수 있다. 생각이 적절하게 흘러나오게 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좋은 아이디어는 한자리에서 끝까지 고민한다고 해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생각의 흐름은 몸을 이완한 상태로 있을 때 지속되는 속성이 있는 것 같다. 잠을 자거나 목욕할 때 혹은 멍하니 있을 때 생각이 번개처럼 떠오르며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글쓰기1.jpg 사진=픽사베이


초고는 글의 바탕이자 씨앗이 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막힘없이 술술 쏟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좋다 저것이 나쁘다는 내용상 판단은 보류한 채 어쨌든 생각나는 것대로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 상책이다. 문장의 옳고 그름을 따져서는 초고를 단시간에 작성할 수 없다. 그러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부담만 늘어나고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감에 오히려 글을 쓰는 데 방해가 될 것은 뻔하다. 차라리 글을 쓴다는 생각보다는 넋두리를 상대방에게 쏟아낸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초고를 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화장실 바닥에 물이 잘 빠지지 않으면 막힌 곳을 뚫어주거나 시간을 갖고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 머릿속도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많이 들어차 있으면 오히려 신선한 생각들이 솟아나는 데 방해가 된다. 이럴 때 머리를 식히며 뚫어준다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산책을 떠나 보는 것이다. 그러면 머릿속에 꽉 찼던 잡다한 생각들이 해소되면서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 나지 않거나 생각의 흐름이 끊기면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퇴고 과정에서는 꼼꼼하게 문맥이나 어법을 따져가며 글을 수정해야 하지만 초고를 쓰는 단계에서는 단시간에 생각을 끄집어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생각의 흐름이 막히지 않게 쉼을 가지면서 글을 적어 내려가는 게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다 보면 어느 정도 적응이 돼 의식하지 않고도 글을 자연스레 써 나갈 수 있다.




시작이 조금 힘들어서 그렇지, 글쓰기는 요령을 터득하고 제대로 연습하기만 하면 결코 어렵지 않다. 시작도 안 해보고 어려우니 아예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 우를 범하진 말아야 한다. 정말 글쓰기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글 신(神)’만 할 수 있다면 글쓰기 초심자인 우리는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해도 글을 쓰는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글쓰기에는 어떤 불가항력의 매력과 성취감이 있는 듯하다. 처음에는 어렵다고 느껴 글쓰기에 도전하기를 꺼리지만 한두 편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작가가 돼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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