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산책하며 글을 생각하자
PART 1 거침없이 써라
자유롭게 초고를 작성한다고 할지라도 마음먹은 대로 글이 잘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때에는 쥐어짜듯이 글을 내어놓으려 하지 말고 잠시 자리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 편이 좋다. 머리를 짜듯 하면 머리만 아플 뿐 글쓰기에 진도가 나가지 않고 짜증만 날 것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산책을 나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생각에 잠겨보자.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내려놓자. 아무런 생각 없이 숲길을 걷거나 강변공원을 거닐면 이상하리만치 생각지 않았던 내용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를 수 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휘발성이 강해 붙잡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재빨리 메모로 남겨야 한다. 나중에 또 생각나겠지 하고 지나가면 한 번 떠난 생각을 기억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기는 흩어지는 순간 아무런 형태도 보여주지 않는다. 생각도 연기처럼 순식간에 생겨났다 사라진다.
바쁜 일을 하거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보다는 한가로이 거닐 때 참신한 생각이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샤워를 하는 가운데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 내용을 메모할 수 없어 곤혹스러웠다면서 그 일 이후엔 휴대전화를 비닐에 넣어 샤워장으로 들어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한 번 흩어진 생각을 다시 불러 모은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므로 처음 떠올랐을 때 확실히 붙잡아야 하며, 그것을 실현하려면 메모하거나 녹취를 할 수밖에 없다. 좋은 글감이나 아이디어는 그냥 얻어지지 않는 것이다.
산책 중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잇따라 떠오르는데, 그것은 몸에 힘을 빼고 머리를 식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힘들여 쥐어짠다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조용히 산책하는 가운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산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사색을 위해 매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산책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웃 사람들은 그가 지나가면 시간이 몇 시인지 알아맞힐 정도였다고 한다.
사진=픽사베이
산책은 낮이나 밤이나 시간에 구애받을 일은 아니며, 산책 장소로는 가까운 곳이 좋을 듯하다. 굳이 장비를 챙겨서 산을 오르거나 힘들여 장거리 산책에 나설 일은 아니다. 글을 쓰다 막히면 잠시 머리도 식힐 겸 조용히 걸으라는 것이다. 몸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오히려 사색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하는 가벼운 운동이면 족할 것이다.
글쓰기에서는 생각의 흐름을 얼마나 재빨리 잡아내는가가 중요하다. 그냥 놓쳐버리면 아무런 소득이 없게 된다. 한두 번 생각의 흐름을 잡는 메모 습관을 들이면 많은 글 재료를 모을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자료들이 모이면 좋은 콘텐츠가 되고 글을 쓰는 데 밑바탕이 된다. 원고 청탁을 받을 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생각을 짜내고 글을 쓴다면 글쓰기는 하나의 고통이 될 것이다. 그러기에 평소 메모하기를 일상화한다면 글쓰기는 어렵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
초고는 검열 의식 없이 자유롭게 막힘 없이 써야 한다. 자유연상 글쓰기(Free Writing)를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에 붙게 되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글쓰기는 기대 이상으로 쉬워진다.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글이 쏟아져 내린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이제 머리를 쥐어짜고 기운 빠지게 하는 고통스러운 글쓰기는 던져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