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자꾸 고쳐 다듬어야 좋은 글이 된다

PART 2 고치고 또 고쳐라

by 집현전 지킴이


초고를 다 쓰고 난 다음에는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그 글은 보지 말아야 한다. 소위 말해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내 생각이 익을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초고를 완성한 후에 바로 수정을 하려 한다면 별로 달리 글을 고칠 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똑같은 글을 보는 것이라 다른 생각, 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글을 다듬을 때에는 전체 구성의 짜임새도 점검해야 하고, 문단 간 연결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어떤 글쓴이는 본인이 쓴 글을 여러 번 읽어 수정 보완하지 않고 바로 완성된 글로 여기고 남에게 내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자만심은 애당초 버리는 게 좋다. 자신이 쓴 글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글 쓰는 행위가 별로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직접 쓴, 아니 다른 사람이 대필해 준 글이라 하더라도 한두 번은 다시 읽어 오탈자나 내용상 문제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어 보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그런 글을 관심 있게 읽어줄 것 같은가. 본인의 글은 너무나 훌륭하고 빈틈이 없으며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잘못된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아무리 뛰어난 명문장가, 대작가가 오더라도 그런 말은 쉽게 하면 안 된다. 글이 그렇게 단번에 완성되는 경우는 거의 없겠기 때문이다.

자신이 쓴 글을 두 번 다시 보지 않고 그대로 완벽하다고 생각해 수정 보완을 하지 않는다면 그 글은 분명 문제가 있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글쓴이가 정성을 쏟지 않은 글을 누가 주의 깊게 읽어 보겠는가? 간단한 보고서나 편지라도 작성 후에는 반드시 몇 번 정도 더 읽어서 잘못된 곳은 없는지 넣고 빼야 할 내용은 없는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아마도 글쓰기 초심자들은 말글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서 그럴 수 있다. 예전에 잘못 쓰인 단어나 구두점 때문에 전 재산을 잃을 뻔한 경우를 듣지 못했는가? 글은 두 번 세 번, 아니 수십 번을 읽어서 퇴고를 거듭하는 게 좋다.

글을 자주 읽다 보면 이곳은 이렇게 고치면 좋겠고, 이 문장은 저 앞쪽에 배치하는 게 문맥상 좋고, 이런 내용은 첨가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설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퇴고를 자주 해보지 않아 글을 수정하는 데 서툴다는 방증이기에 그런 방향으로 힘써 노력을 해야 한다. 퇴고 능력이 그냥 그대로 좋아지거나 내 글은 그냥 둬도 괜찮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진다면 더 이상 글쓰기 능력은 향상되지 않는다. 글을 고치고 또 고치고 더 이상 수정할 데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도 다시 한 번 더 살펴 잘못된 곳은 없는지, 더 좋게 바꿀 곳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글쓰기1.jpg 사진=픽사베이


퇴고가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일화가 전해진다. 어떤 이가 초고를 완성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퇴고를 하게 됐는데, 아주 세밀히 글을 읽어 쓸데없는 내용은 과감하게 빼기로 하고 하나 둘 수정을 거듭하니 결국 남은 것은 단 하나의 단어였다. 그만큼 글을 수정하고 매만지는 퇴고 작업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퇴고는 괴로운 과정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글을 좋게 만들고 글쓴이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즐거운 과정이어야 한다. 퇴고 과정을 힘들어하고 괴로워한다면 아마도 글쓰기는 단 한 번으로 마무리되는 작업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영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글을 쓴다는 것은 휙 갈겨놓고 끝나는 일회성 작업이 아니라 쭉 이어지는 퇴고의 연속 과정이다. 글을 고쳐 보면 그 즐거움을 실감할 수 있고, 마침내 완성됨 직한 글을 보는 뿌듯함을 느껴 보아야 퇴고 과정을 쭉 이어나갈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든 기쁜 마음으로 즐기면서 해야 한다. 하기 싫은데 남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는 그 결과물이나 성과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글쓰기의 진정한 즐거움을 체험하지 못했기에 그럴 수 있다. 초고는 가볍게 마음이 가는 대로 쉽게 써야 한다. 처음부터 잔뜩 힘을 줘 내용을 고민하다 보면 시간을 허비하고 어떤 내용도 쓰지 못하고 나자빠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에너지를 너무 소진했기 때문에 더 이상 글 쓰는 걸 두려워하고 ‘난 글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아’ 하며 지레 포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의 덩어리들이 쉽게 흘러나오도록 몸에서 힘을 빼고 초고를 완성해야 한다. 그러고 난 다음 초고를 천천히 수정해 나가는 것이 글쓰기여야 한다. 이런 과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글은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글을 쓰니 힘이 들 수밖에 없다.


학교생활 속에서 한 시간 아니면 두 시간 안에 글쓰기 숙제를 끝마쳐야 한다는 의무감에 때문에 글쓰기에 대한 인식이 잘못 형성될 수 있다. 그런 글쓰기는 과제용 글쓰기인데, 정말 내가 쓰고 싶은 글이라면 처음에 가볍게 초안을 잡고 그 후에 내용을 하나둘 수정 보완해 나간다면 된다. 난공불락의 글쓰기는 없다. 글이나 책을 쓰는 사람은 처음에 글 한 편, 책 한 권 쓰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글쓰기 방법을 제대로 터득한다면 글쓰기는 한결 쉬워질 것이다. 누군가는 해마다 어떻게 책 한 권씩 쓸 수 있느냐며 의아해하겠지만 실제로 자유연상 기법으로 초고를 작성하고 퇴고하다 보면 그런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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