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고치고 또 고쳐라

PART 2 고치고 또 고쳐라

by 집현전 지킴이


어떤 글이든 단번에 완성되는 것은 없다. 워낙 글쓰기에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글쓰기 초심자들이 단 한 번 일필휘지해서 글을 완성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쓴 글을 재독 삼독 하면서 고쳐야 한다. 내가 쓴 글은 완벽해서 더 이상 손볼 것이 없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글쓰기에 대한 기본양식이 없거나 어긋난 자만심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 전공자라도 자신의 글을 거듭해서 읽어 자그마한 잡티라도 제거해야 할 것이다.



글은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진다. 중국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와 관련된 고사성어를 들먹일 필요까진 없지만 퇴고는 글쓰기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퇴고 과정 없이 완성도 높은 좋은 글을 기대하는 것은 뜬구름 잡는 일이다. 노벨문학상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노인과 바다>를 수백 번 퇴고한 끝에 완성했다지 않은가.

훌륭한 작가일수록 제대로 많이 고친다. 글쓰기는 퇴고의 연속으로 나온 하나의 생각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초고를 재빠르게 완성하고 나면 며칠 간은 시간을 두고 묵혀 두는 게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덧붙이며 머릿속에서는 지식의 융합이 일어난다. 그래서 자신도 알게 모르게 전에 썼던 글의 미숙한 점을 발견하고 고치게 된다. 분명히 해결점이 보이지 않던 글의 전개가 며칠 자고 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두뇌 작용 때문이다. 몸은 쉬고 있지만 우리 두뇌는 잠들지 않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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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칠 게 눈에 띄지 않는다면 우리말 어법에 관한 책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국어문법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문장 쓰기에 대한 앎이 부족하다면 자신의 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면 어떻게 손볼지 알 수 없다. 평소 아무런 불편 없이 우리 말글을 쓰기에 우리말이 뭐가 어렵겠느냐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 말글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기본적인 공부는 해야 한다. 외국어 학습하듯 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말 어법에 관한 책을 읽어 두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퇴고는 이른 새벽에 하는 게 좋다. 새벽 일찍 일어나면 조용한 가운데 다른 외물에 방해를 받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어 좋다. 물론 낮 시간대에 시간을 내어 글을 고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낮에는 이런저런 일 때문에 집중해서 작업하기가 쉽지 않다. 새벽에 시간을 내어보자. 아침 5시에 일어나면 출근 전까지 1, 2시간은 온전히 내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단 시간이 확보되면 계획을 짜서 실행하면 그만이다. 매일 글을 쓰고 퇴고를 거듭한다면 글을 써야 한다는 추상적인 관념이 구체성을 띠며 글을 쓸 수 있는 밑바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100번도 넘게 고치고 또 고친 원고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어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도 (글을 써 내려갈) 흰 모니터가 가장 무섭다. 항상 ‘이게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란 두려움을 갖고 작품을 쓰니까. 그러다 ‘다음’을 쓰게 되면 기적 같다.”

마음속으로 일단 아무렇게나 써 보자. 글이 엉망이면 나중에 고치자고 다짐을 해 보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시작을 하기도 전에 걱정을 하며 고민해 봐야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첫 문장을 생각해 내고 어떤 것이든 쓰면 그것이 시작이 되어 글을 쓰게 된다. 내용이 좋든 나쁘든 그것은 그다음 문제다. 일단 글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반은 성공한 셈이다. 내용을 다듬고 보완하는 건 초고를 쓰고 난 다음에 걱정해도 된다.

초고를 쓰고 난 다음에 자조 섞인 넋두리를 할지도 모른다. ‘내 생을 통틀어 가장 부끄러운 글들만 써 버렸네.’ 괜찮다. 누구나 처음엔 다 그렇다. 부끄러운 글을 썼다지만 그것을 매만지고 다듬다 보면 스스로 좋은 글을 만들고 있는 자신과 만나게 된다. 그것이 또한 글쓰기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추천할 만한 글쓰기 방법은 원고 청탁이 오면 초고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마감을 닷새 정도 앞두고 초고를 쓴다. 그러고 그 후 닷새 동안 초고를 계속해 고친다. 매번 휴지 조각과 같은 초고를 써 내지만 그 휴지 조각을 펴서 다듬고 매만져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그럴싸한 옥고가 돼 자신을 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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