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시간이 날 때마다 살을 붙인다
PART 2 고치고 또 고쳐라
매우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것을 바탕으로 초고를 작성한 다음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살을 붙여 써나간다.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오르고 그것을 붙잡아 두려면 빨리 메모를 해야 한다. 기억에 의존해 후에 그것을 생각해내려면 머리를 쥐어짜야 하지만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이디어라는 게 불현듯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속성을 갖고 있기에 순간적으로 붙잡아 두지 않으면 절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얼굴 없이 그냥 그림자처럼 왔다가 흔적도 없이 자라져 버리니 그를 꽉 매어놓지 않으면 헛일이다. 메모함으로써 아이디어를 붙잡는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족쇄를 채운다고 해야 하나, 이름을 붙여 이 세상에 빛을 보게 하는 것이리라.
붙잡아 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초고는 자유롭게 써나가야 한다. 일단은 어떤 내용이든지 분량을 채운다는 생각으로 무리하지 말고, 욕심내지 말고, 편안하게 써나가야 한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초고는 가능한 한 단시간에 작성해야 한다. 초고를 완성하지 않으면 글쓰기는 마치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이 막막해진다. 생각을 짜내느라 고통스럽기만 하고 글쓰기에 효율이 오르지 않는다. 초고가 없다는 것은 비유하자면 대양을 항해하는 데 지도가 없고, 고층건물을 짓는 데 설계도가 없는 것과 같다.
글쓰기에서 처음부터 많은 욕심을 내는 것은 금물이다. 좋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은 좋지만 초고를 쓸 때부터 완벽한 글을 짓겠다는 욕심은 내지 말아야 한다. 반복해 강조하지만 글은 욕심을 낸다고 단시간에 완성되는 것은 아니고, 초고를 바탕으로 여러 번 고치고 고쳐 다듬어가는 것이다. 그런 연속된 퇴고가 글쓰기 과정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글쓰기 능력은 향상될 수 있다. 한 번 쓱 휘갈기고 ‘글이 완성됐네’ 하며 만족해할 게 아니라 시간이 날 때마다 초고를 반복해 읽으면서 보완하고 수정해 나가야 한다. 이런 퇴고 과정을 가볍게 여기거나 싫어한다면 글쓰기의 성공 가능성은 낮아진다. 쓰고 또 고치고, 쓰고 또 고치는 글쓰기 과정을 즐겨야 한다.
글을 쓰고 나서 다시 읽어 수정 보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보통 글쓰기의 기본을 모르거나 의무감에서 쓰다 보니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럴 수는 있다. 어떤 글이든 한 번 써놓고 반복해 읽어가면서 오탈자를 고치거나 잘못된 내용은 올바르게 수정해야 한다. 이런 퇴고 과정 없이 성급하게 글을 응모하거나 게재해 버리면 후에 실수를 발견하더라고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 말글 한 마디, 부호 하나 때문에 한 사람의 운명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 글에 흠결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이 알아서 제대로 읽어주겠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자신도 소홀히 하는 글을 다른 사람 누가 관심을 갖고 제대로 읽어주겠는가. 이런 글쓰기로는 백전백패(百戰百敗)할 게 뻔하다. 자기 글에 대한 애착이 없고 실수가 많은 글이라면 ‘쓰레기 글’로 취급받아 내쳐질 것이다.
초고를 작성해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차근차근 수정 보완하면 된다. 퇴고는 서둘러서 될 일도 아니고, 살을 조금씩 붙여 나가다 보면 어느새 한 편의 멋진 글을 만나게 될 것이다. 초고는 그대로 묵혀 둔다고 해서 저절로 성장 발전하지는 않는다. 글을 쓴 내가 직접 심기일전해서 퇴고해야 한다. 다시 글을 쓴다는 각오로 다른 사람의 글도 열심히 참고해서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글쓰기는 초고가 작성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갖는 게 맞을 듯하다. 초고는 어떤 주제든 한 시간 안에 작성할 수 있다. 자유연상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적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고에는 초고 작성 때의 열 배 정도 시간을 들여야 한다. 절차탁마(切磋琢磨)라는 말이 있듯이 그만큼 정성을 들여 반복적으로 초고를 다듬어야 하는 것이다. 수십 번을 퇴고해야 목적으로 하는 좋은 멋진 글을 완성할 수 있다.
반복된 퇴고 과정을 통해서 한 편의 글,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내면 그다음부터 또 다른 글이나 책을 쓰고 싶어 할 것이다. 초고 작성과 여러 번의 퇴고 과정을 거쳐 하나의 완성품이 나오는 걸 체험했기 때문에, 또한 글쓰기의 희열을 맛보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는 것이다. 글을 쓰고 고치는 수고로움 뒤에 따르는 성취감과 뿌듯함은 중독성이 있다. 이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꾸만 글을 쓰고 싶고 책을 내고 싶은 것이다. 한 번 책을 써본 사람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책을 계획해서 쓸 확률이 높다고 한다. 고통과 괴로움만 따른다면 글이나 책 쓰기는 아주 극소수의 ‘글쟁이’만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대중화된 글쓰기 시대에 너도 나도 저자가 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글쓰기 중독, 책 쓰기 중독이 거듭될수록 삶은 풍부해지고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