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퇴고하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라

PART 2 고치고 또 고쳐라

by 집현전 지킴이


글은 생각한 것처럼 마음먹은 대로 단번에 완성되지는 않는다. 한 번 휘갈겨 놓고는 완벽한 글인 양 뽐내는 것은 지나친 일이고, 설사 분량은 채워졌더라도 그것은 초고에 불과한 ‘쓰레기’ 같은 글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두고 이젠 글쓰기를 끝냈으니 손을 놓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완벽한 글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만족의 높낮이를 가지고 글의 완성도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내가 만족하더라도 남들이 보기엔 하찮은 글로 평가할 수 있고, 남들은 괜찮다고 호평하더라도 내가 보기엔 영 미덥지 않은 글일 수 있다. 양극단으로 평가가 갈리더라도 문제는 내가 얼마나 완벽한 글을 위해 노력했느냐에 따라 글쓰기의 성패는 달려 있다고 하겠다.

글쓰기20.jpg 사진=픽사베이


처음에 자유롭게 쓴 글은 초고에 불과하기 때문에 너무 욕심을 내거나 성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 초고를 쓴 다음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당분간 글을 묵혀 두고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느 정도 묵히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지금 막 끝낸 초고는 더하거나 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허점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초고를 붙들고 새롭게 뭘 하려고 해도 지금의 생각을 쏟아낸 것이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내용을 추가한다고 해봐야 초고 수준 이상 다른 뭐가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추천할 만한 것은 며칠간 책상을 떠나있는 일이다. 이는 초고를 쳐다보지 않고 그것이 숙성되는 시간을 갖는 걸 의미한다. 달리 표현하면 내 머릿속에서 초고의 글이 정리되는 시간을 가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뇌 속으로 매일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새로 들어와 쌓이고 융합된다. 신문 방송이나 책을 통해서 뉴스나 지식이 들어오고 쌓이며 융합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초고는 때를 맞춰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일정 정도의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초고는 절대로 더 진전시킬 수 없다. 머릿속에서 배경지식의 연결과 융합이라는 두뇌 작용이 일어나지 않으면 초고에 손대는 건 어렵다.

글은 퇴고 과정 속에서 무르익어 간다. 농작물이 농부의 부지런한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무럭무럭 자라나듯이, 글도 필자의 반복된 눈과 손 놀림을 통해 발전해 나간다. 읽고 고치고, 읽고 고치기를 반복해야 한다. 글은 한순간 반짝하는 아이디어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조금씩 조금씩 사고의 폭을 깊고 넓게 하면서 내용이 풍부해지고 설득력을 얻어가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책을 읽어 보완 수정해야 한다.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은 머릿속에서 기존의 앎과 섞여 융합된다. 눈덩이 불어나듯 초고의 내용이 풍부해지고, 문장이 어문어법에 맞게 손질이 가해지며 완성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글쓰기는 욕심을 내서는 안 되고, 여러 번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루는 치면 칠수록 부드러워져 음식의 풍미를 높이듯이 글을 퇴고하는 과정에서는 독서와 산책이 글의 수준을 향상시킨다. 생각의 흐름이 막혀 글이 더 이상 진척되지 않으면 생각을 내려놓고 쉬는 게 글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억지로 생각을 짜낸다고 글이 진척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생각을 내려놓을 때 해결의 실마리가 떠오르는 걸 종종 경험한다.

글을 퇴고하면서 산책을 하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이른 새벽 산책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건강을 다지는 한편으로 사색의 결과물을 초고에 더할 수 있으니 내용이 풍부해진다.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글쓰기는 힘든 고통의 연속이 아니라 즐거운 일이 돼야 한다. 남이 시키니까 의무감에서 하는 글쓰기는 지속해 나갈 수 없고, 원하는 것만큼의 성과도 거둘 수 없다. 내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글쓰기가 성공의 지름길이다.



하루의 시작을 산책과 글쓰기로 여는 것은 인생을 알차고 보람있게 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아침 일찍 머리를 맑히면서 글을 쓴다면 흐트러짐 없는 삶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아침형 인간은 계획성 있게 살려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삶의 방식이다. 글이 안 써질 때는 일단 자리를 벗어나 가까운 곳을 산책하며 사색에 빠져 보는 게 좋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걸으면 머릿속에는 시나브로 지식 간의 상호 융합이 일어나 좋은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단박에 글을 완성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좋다. 아무리 급하다 하더라도 시간을 갖고 글을 수정 보완해 가는 게 완성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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