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성급하게 마무리한 글은 좋지 않다

PART 2 고치고 또 고쳐라

by 집현전 지킴이

적당히 휘갈겨놓고는 만족한 듯 글을 게재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내심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자신은 글재주 하나는 타고났다고 자랑스러워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자만심의 발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끈질기게 퇴고하며 써야 할 글을 후딱 해치우는 것은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고치고 또 고치고 체력이 다 소진돼 더 이상 손볼 힘이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심혈을 기울여 글을 매만져야 제대로 된 글을 만나볼 수 있다. 한두 번 읽어보고는 만족할 만하다고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글쓰기에 왕도가 없듯이 글을 고치는 데에도 완벽함이란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며 글을 손봐야 한다.

이렇게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저렇게 보면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방향을 모른 채 글쓰기나 퇴고를 할 수 있다.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기에 글 내용이나 퇴고,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선이 나올 수 있다. 어느 하나의 방법으로 이렇게 써야 한다는 표본이 존재하지 않는다. 글쓰기에는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것을 인식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그것은 남에게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주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막힐 때는 책을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한다. 그러고는 많이 또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 글은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가지고 머릿속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식들이 서로 교섭, 융합을 하면서 새로운 지식이 탄생하는 것이다. 배경지식들이 서로 어우러진 결과 새로운 학설이나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글쓰기5.jpg 사진=픽사베이


독서를 강조하는 것은 지식이 상호 융합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냥 한 번 보고 지나쳐 버리는 책이라도 그것이 마중물이 돼 새로운 아이디어나 생각이 샘솟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독서가들이 참신한 생각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독서를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비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들이 서로서로 어울려서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고 지식 생태계를 만들어 간다. 독서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생각의 씨앗은 많아지고, 거기서 탄생하는 아이디어도 자연스레 늘어나는 것이다. 독서의 생활화는 확실히 다른 사람과 나를 차별화하는 아주 좋은 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자리에 앉아 생각만 한다고 안 풀리는 문제가 저절로 풀릴 리는 없다. 독서를 통해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또 다른 분야 책을 읽고 사색하면, 그것이 밑바탕이 돼 생각이 덩어리들, 즉 아이디어가 생기고 문제가 자연스레 풀릴 수 있는 것이다.

글쓰기에 빠르게 쓰기란 없다고 보면 된다. 재빨리 쓰기는 속필이 필요한 경우에 하는 말이고 어떤 진중한 내용을 목적으로 하는 글을 빨리 쓴다고 성공한 글쓰기라고는 하지 않는다. 빨리 성급하게 쓰다 보면 글에 실수가 잦아지고, 생각지도 못했던 오류들이 발생하고, 그 내용도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굳이 빨리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무슨 보고서와 같이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개인적인 주관, 주장, 서정이 밴 글을 쓰면서 보고서 쓰듯이 하면 안 될 것이다. 그 글이 설득이나 설명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주관적이고 서정적인 글인가에 따라 글 쓰는 자세는 달라져야 한다.




글쓰기에 욕심을 내거나 성급하게 마음을 먹는다고 좋은 글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뒤로 갈수록 진중하게 깊이를 더해가는 게 좋다. 처음부터 너무 빡빡하게 고민하고 글을 짜내면 초반에 진이 빠져 성공적인 글쓰기로 나아가지 못한다. 비유컨대 정상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산 입구에서 서성거리다 그날의 산행이 끝나는 버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일단은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해 땀방울을 흘리고 숨을 헐떡거리며 오르다 보면 어느새 산 정상에 다다른 자신과 만나게 돼 있다. 이렇게 보면 글쓰기는 등산과 많이 닮아있다.

글을 빨리 끝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얼마나 빨리 쓴 글이냐보다는 어떤 내용이 내 마음을 진하게 울리느냐, 감동을 주느냐 하는 것이다. 독자들은 책 속의 내용을 보고 눈물을 흘리거나 아니면 격분을 하거나 동의를 하게 된다. 내용이 독자들에게 감동 있게 다가서려면 사고의 깊이가 남달라야 한다. 읽는 재미와 감동이 글 속에 담겨 있어야 독자들은 그 책을 끝까지 읽을 것이다. 그냥 재빨리 갈겨쓴 글이라면 모르긴 해도 몇몇을 제외하곤 그 글에 눈길을 주지 않을 것이다. 저자 스스로 자기 글에 대한 애착이 부족한데 어느 누가 관심 있게 읽어 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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