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초고는 마음 가는 대로 쓴다
PART 1 거침없이 써라
글을 쓰려면 일단은 주제가 정해지고 구성을 해야 쓰기 쉽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 자체가 글을 완벽하게 잘 쓸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글을 잘 쓰기 위한 기본, 바탕은 된다는 말일 것이다. 우선은 글을 잘 쓰려면 마음속에 있는 생각의 끄트머리를 잡고 술술 이야기가 풀려나오도록 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 마음속에 있는 말들은 표현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 말이든 글이든 일단은 마음속 내용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간절하게 생각하고 이것이 어떻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남들도 나의 이런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속 상황을 알아주겠거니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글은 마음대로 써야 초고를 빠른 시간 안에 작성할 수 있다. 글이 처음부터 술술 잘 풀려나온다면야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쓴다며 끙끙대고 좋은 문장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면 아마도 몇 줄 쓰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질 것이다. 혹자는 글이 나오지 않으면 담배를 물고 쓰는 그 모습이 작가다운 모습이니 하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굳어진 하나의 습관일 뿐이다. 담배를 피운다고 글이 쉽게 나온다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저자들은 애연가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담배를 피우고 안 피우고가 중요한 게 아닌 것이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걸작을 남기는 작가가 많다는 사실은 이를 잘 방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유롭게 걸림이 없이 글이 나오도록 의식하지 않고 글을 마음대로 휘둘러 쓰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자유연상법이니 자유롭게 쓰기니 하며 다르게 표현을 하지만 공통적인 내용은 글은 처음에 쉽게 자유롭게 써야 하며 의식적으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글을 쓰면 내용 검열 과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머뭇머뭇 글이 나오다가 멈춰서 버린다. 마음속의 이야기들이 나오다가 막히고 흐르다가 흐름이 끊겨 버린다.
처음부터 100% 완벽할 수 없는 것이 모든 일에서 그렇듯 처음에 글은 서툴다. 아니 초고는 쓰레기라고 하지 않던가. 물론 초고가 쓰레기이니 버리라는 말은 아니며, 그만큼 처음에 쓴 글은 마음에 들지 않고 순 그대로 날것으로 다듬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 글이 비록 쓰레기에 비유될 만큼 하잘것없지만 중요한 것은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는 바탕 글이 된다는 것이다. 초고는 글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은 처음부터 완전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씨앗이 뿌려져서 그렇게 자란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쓰레기 같은 초고가 있기에 그것을 매만지며 보완하고 수정해서 ‘완벽하다, 신선하다, 감동적이다’ 등등으로 칭찬하는 걸작이 나오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출판사에서 여러 번 매만지며 상품으로 내놓은 책을 볼 때 착각하는 것이 작가가 처음부터 이런 완벽한 책을 썼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알 수 있다. 출판사가 있는 이유는, 그것도 출판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완벽하지 않은 글들을 매만져서 좋은 글로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사실 초고 그대로의 글을 책으로 찍어낸다면 독자들은 아연실색할 것이다. 엉터리 문장이 많고, 내용도 엉성한 게 많을 것이다. 저자들이 마음 놓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그리고 초고를 힘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것은 초고를 완성한 이후에 그것을 손보고 고칠 수 있는 시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퇴고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글을 단번에 쓰고 더 이상 손을 대면 안 되며 영원히 손을 떼야 한다고 하면 처음부터 글을 꼼꼼하고 정확하게 써야 하고, 그 과정이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워 글을 쓰려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푸근하게 마음을 놓고 마음대로 펜이 가는 대로 쓰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에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처음엔 어렵다. 남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라면 얼굴을 꾸미고 옷도 잘 차려입어야 한다. 그만큼 남을 의식하기에 선뜻 나설 수 없어 치장하고 꾸미고 하는 것이리라. 글도 마찬가지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너무 의식하면 한 줄의 글도 쓰기 어렵다. 특히나 처음 글을 쓰는 경우에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을 못 잡고 헤매다 시간을 흘러 보낼 것이다.
‘마음대로 쓰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실제로 글을 써보지 않으면 그 말은 아주 추상적으로 들리며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그래서 일단은 자신의 이름으로 시작하는 자기소개서부터 써보자. 무엇이든 써 내려가면 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다음 문제는 그때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