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초고는 쓰레기다

PART 1 거침없이 써라

by 집현전 지킴이

“잘 쓰려고 하지 마세요. ‘문장이 어설프네.’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이런 자기 검열은 글쓰기를 방해하는 적입니다.” -김민영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저자


글을 쓸 때는 거침없이 써야 한다. 이것저것 논리를 따지며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정작 한 줄도 글을 써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자기 머리로 글을 검열하기 전에 생각나는 것을 가감 없이 일단은 쏟아내어야 한다. 가능하면 많은 내용을 판단하거나 조정하지 않고 생 날것 그대로 적어보는 게 좋다.


예전에 한때 좋은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으로 컴퓨터 자판을 앞에 놓고 처음부터 골몰해서 글을 쓰려고 했던 적이 있다. 연방 담배를 물고 생각을 짜내려 했지만 도무지 진척이 없었다. 머릿속에서만 내용이 맴돌 뿐 도무지 글이 나오지 않았다. 몇 시간이고 앉아 있었으나 생각해낸 글이란 게 얼토당토않은 내용이었다. 글쎄 글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낙서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엔 왜 그럴까 하며 나의 능력을 탓했지만 정작 핵심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일단은 자유롭게 써보아야 하는 것이었다.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종잣돈이 필요하듯이 어떤 글이든 '종자 글'이 있어야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다. 종자 글이 바로 끄적거려 보는 메모 수준의 글일 수도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어떤 사람이라도 처음부터 좋은 완벽한 글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은 메모 하나를 갖고 시작해 단어와 문장을 이어붙이기를 반복한 끝에 성공적인 글쓰기를 마칠 수 있다. 그러기에 글쓰기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아무 걸림이 없이, 내가 쓰는 이 글이 좋은 글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고치가 실을 내어놓듯이 글을 써라. 고치가 실을, 생각을 해가며 쏟아낸다면 얼마 못 가 지쳐서 죽을 것이다. 작가는 일단 메모 수준의 종자 글을 적어놓고 시작한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일단은 자유롭게 쓰기를 한 장 정도 매일 한다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글을 써낸다는 것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이야기가 된다. 내용이 논리적으로 맞고 어법에 맞는지 틀리는지 미리부터 생각할 필요는 없다.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이 있듯이, 처음엔 글을 재빠르게 많이 써놓고 수정 보완해 나가면 된다. 일단 뭔가를 써야 그 다음 작업이 진행된다. 아무것도 없는 빈 노트에 한글워드에 무작정 완성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하다고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격이다. 상대가 있어야 제대로 과격을 할 수 있듯이 종자 글이 있어야 제대로 글쓰기 한판에서 승리할 수 있다. 마음은 바쁜데 작은 메모 글이라도 없으면 글을 써내기란 정말 어려운 난감한 지경에 이른다. 그러기에 평소 독서메모를 생활화하는 것도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한 훌륭한 지침이 된다.




처음부터 좋은 글, 완벽한 글을 바라는 것은 노력하지 않고 좋은 결과, 성과를 기대하는 것과 다름없다. 좋은 작품, 인기를 끌 만한 글을 처음부터 완성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 일필휘지(一筆揮之)라는 말은 처음 단 한 번의 시도로 기대했던 결과물을 낼 때 쓸 수 있는 말이지만 글쓰기를 할 때엔 일필휘지라는 말은 잊는 게 올바른 마음가짐이 된다. 단 한 번에 목표로 했던바 마음에 쏙 드는 글을 내놓기란 그게 어디 쉬운 일일까?


처음에 가볍게 써보는 글은 누가 보더라도 좋게 생각되는 글은 아니다. 앞뒤가 안 맞는 문장, 오탈자가 많고, 문맥상 어울리지 않는 내용, 주제와 상관없는 내용이 많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 겪게 되는 글쓰기의 일반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지 않고 완벽한 글이 단번에 나오면 그것은 신의 경지라 할 수 있지만, 어디 그런 글쓰기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아무리 글쓰기에 있어 날고뛰는 사람일지라도 처음부터 완벽한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존경하며 우러러보는 명문장가, 유명 작가들도 처음부터 글쓰기에 기량을 발휘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의 말을 통해서 일부나마 확인할 수 있다. 그들도 처음엔 글쓰기가 아득했으며, 매일 매일 어떤 글을 쓸 것인가를 놓고 밤을 지새우며 고민에 고민을 한다고들 한다. 컴퓨터를 켜고 노트를 펼쳐놓고 몇 시간 동안이나 어떤 글을 쓸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다 밤을 홀딱 다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하지 않는가. 뛰어난 기성작가들도 그렇게 글쓰기가 만만치 않을진대 우리 일반인들의 글쓰기가 그렇게 쉬울 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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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마음을 제대로 가져야 한다. 처음부터 100% 완벽한 글을 기대하는 건 어떻게 보면 노력하지 않고 좋은 성과를 기대하는 '도둑놈 심보'일지도 모른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문단 한 개를 이루며 이어가는 글쓰기가 행해지고, 시간이 쌓이고 쌓여 한 편의 주옥 같은 글이 탄생하는 것이다. '처음에 쓴 글은 쓰레기와 마찬가지다'라는 문장은 그 글의 가치가 전혀 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더 좋은 글로 나아가는 과정상의 글쓰기를 강조해서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기에 처음에 쓴 글을 쓰레기 버리듯 버린다는 말은 그 문장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글을 쓸 때 처음부터 완벽을 바라서는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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