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초고를 쓸 때 자기검열은 금물이다

PART 1 거침없이 써라

by 집현전 지킴이


그냥 써라. 수정 보완은 나중에 하면 된다. 머릿속에서 용솟음치는 생각에 제동을 걸면 본인만 손해다. 어떤 것이라도 일단 문장을 만들어내고 수정은 퇴고할 때 하면 된다. 막상 퇴고 시 그 문장을 확인해보면 브레이크를 안 걸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검열이란 말 자체가 글쓰기에는 독약이다. 이것을 쓸까, 저것을 쓸까 아니면 이것은 뺄까, 저것은 넣을까 고민을 한다는 것은 글을 쓰는 데 방해가 된다. 글은 쭉 일단 써놓고 퇴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처음부터 검열관이 딱 버티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의 글쓰기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혹자는 글은 처음부터 고심해서 꼼꼼하게 써야 한다고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글쓰기에 천부적인 재주를 보이는 몇몇 작가들한테나 어울리는 말이지, 글쓰기 초보인 사람들에게는 해당이 될 수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 누군가 나의 일에 간섭, 물론 관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의 일에 끼어들면 짜증부터 난다. 내가 알아서 할 일을 왜 남이 이래라저래라한다는 말인가? 간섭이 시작된다 싶으면 일하기가 싫어지기에 남의 관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글쓰기에서도 처음부터 검열관의 간섭을 원천 차단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쉽게 가감 없이 드러낸다고 생각해야 글쓰기가 쉬워진다. 어법에 맞는 문장인지, 내용이 올바른 것인지 여부를 생각조차 못 하게 빠른 속도로 마음속 내용을 밖으로 쏟아내야 한다. 글 내용을 마치 체로 치듯이 검열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 마음속 이야기가 어느 게 중요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것인지는 나중에 독자들이 판단하는 것이고, 지금 내가 할 일은 마음속 추상적인 내용을 글자로 표현이 되도록 풀어내는 것이다.


글쓰기2.jpg 사진=픽사베이


검열을 자주 받으면 좋지 않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일 텐데, 글쓰기에서 검열을 받는다면 그것은 내가 의도한 바대로 가지 않는 것이다. 그냥 마음속 이야깃거리가 제지당하지 않고 풀려나오게 글을 써야 그것이 나중에 정리되고 수정이 돼 감동적인 글, 사랑받는 책이 탄생하는 것이다. 검열관을 내 마음속에서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 아무리 글을 잘 쓴다고 하더라도 초고 단계에서 손을 대고자 하는 ‘검열 의식’을 버리지 못하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반짝하고 한두 편의 글은 쓸 수 있겠지만, 그 일을 지속하려면 글쓰기가 쉽고 재미있는 일상의 일이 돼야 한다.


검열관을 내 마음속에서 쫓아내려면 어떡해야 할까? 지나간 어휘, 문장은 더 이상 지금 이 자리에서는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지나 일은 가급적 되돌아보지 말아야 하듯이 한 번 쓴 글은 지금은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 그것에 자꾸 눈이 가고 마음이 쓰인다면 검열관이 분명 아직도 맘속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내 글이 올바른 글인지, 괜찮은 내용을 쓰고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글쓰기에 방해가 될 뿐이다.


한 번 쓴 글을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내가 쓴 초고 단계의 글을 그대로 공개해도 발표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마음대로 자유롭게 쓴 글은 ‘글 쓰레기’로 비유되는 초고일 뿐이다. 그러니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에는 퇴고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생 날것의 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초고를 빠른 시일 안에 완성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고치기를 반복하며 완성된 글로 나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 글은 절대로 손대거나 고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글에 대한 모독이다. 어떤 작가가 초고의 글을 그대로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무수한 수정과 보완 과정을 거쳐야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완성도 100%의 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옳다. 그러기에 혹자는 "내 사전에 완전한 글이란 있을 수 없고, 단지 고치기를 그만둘 뿐이다"라고 말한다.


글쓰기는 다른 분야와는 다르게 수정과 보완이 상대적으로 쉬운 영역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도자기 작업의 경우엔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 조그마한 흠결이라도 있으면 그걸로 끝이다. 도공은 애써 만든 자기를 망치로 깨 버린다. 글은 한글 워드로 작업을 한다면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올 때까지 지우고 쓰기를 무한 반복할 수 있다. 원고지 사용 때보다 훨씬 더 글쓰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아직도 습관으로 굳어진 ‘원고지 글쓰기’를 고수하는 작가를 종종 본다. 하지만 일단 한글 워드로 글쓰기를 하는 데서 얻는 이로움과 매력은 원고지에 글을 쓰면서 느끼는 멋과 매력과도 비견될 수 있다. 고치고 쓰기를 무한 반복하려면 지면에선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백이 많지 않은 데다 펜으로 쓰고 지우기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과학 문명의 이기를 활용한다면 그만큼 수월하게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내달려야지 뒤돌아볼 시간이 없다. 글은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때 새롭고 좋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게 마련이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나아갈 길은 없어져 버리고 ‘암흑 낭떠러지’가 앞을 가로막을 수 있다. 뒤로 돌아서서 앞으로 내달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초고는 검열관 없이 내달리며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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