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글의 첫 단락을 모으자
PART 3 다양한 글감을 찾아라
무엇인가 글 쓸 일이 있다고 하면 쓸 거리가 있어야 한다. 글을 낚는 사람은 쓸 일이 생긴 그 시점부터 낚싯대를 드리운다. 끝내 고기가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고기를 선택할 수도 없다. 그물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어떤가. 평소에 그물을 쳐놓는다. 글쓰기에 있어 그물에 해당하는 것이 독서와 사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그물 안에는 온갖 종류의 고기가 가득하다.
글감을 찾는 방법 중 하나로 첫 단락 수집하기를 들 수 있다. 종합일간지의 칼럼 같은 전문가들의 글을 수집해 보자. 이렇게 모아놓은 자료는 막막한 첫 문장과 마주하는 순간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한다. 글은 처음 시작하는 게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그다음엔 다음 문장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다.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은가. 처음 시작이 어렵지 그다음은 쉽게 진행이 된다. 금연과 금주도 결심을 하고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결심을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금주와 금연이 가능할 리 없다.
새로운 글이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글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글쓰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예전 초중학교 시절 백일장에 나가면 글제를 앞에 두고 어떤 내용으로 쓸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게 생각난다. 우선 무엇을 쓸 것인가가 정해지지 않으니 글을 시작할 수가 없었다. 머리를 쥐어짜듯 생각을 해내려 해도 시간만 하염없이 흘러갈 뿐 이렇다 할 뾰족한 수가 생겨나지 않았다.
사진=픽사베이
평소에 글을 쓸 때 활용할 자료를 많이 수집해 놓는 게 중요하다. 그런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글을 쉽게 쓸 가능성은 커진다. 큰 가마솥을 데우려면 땔감이 많이 들어가야 하듯, 글 내용을 풍성하게 하려면 글감이 많아야 한다. 글감을 모으는 방법 중 최선의 것은 책 읽기다. 다양한 독서를 생활화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글 주제에 맞게 첫 문장, 첫 단어라도 주어져 있다면 글쓰기는 달라질 것이다.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듯 이야기는 쉽게 풀려나갈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첫 단락을 모으는 좋은 방법은 독서를 매일 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채록해 놓는 것이다. 그것도 주제별로 항목화해서 모아놓으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우선 해당 날짜 일간신문 칼럼을 읽어도 좋고 어떤 책이든 읽어서 소제목 하에 나와 있는 글의 첫 단락을 수집하는 것이다.
종합일간지에 게재되는 칼럼은 글 좀 쓴다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심혈을 기울여 쓴 것이라 매일 읽어 두면 좋은 자료가 된다. 그것들은 내가 한 편의 새로운 글을 쓸 때 인용 가능한 ‘씨앗 글’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칼럼 읽기가 되고 나면 자연스레 ‘나도 글을 한 번 써볼까’라는 의욕이 생긴다. 좋은 조짐이다.
글에 인용할 첫 문장을 모으기 위해 서점에 들러 관심 가는 책을 펼치고 마음에 드는 첫 단락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보자. 마음에 드는 문구를 카메라로 촬영한다고 해서 나무랄 서점은 없을 듯하다. 저녁을 먹은 후 산책 겸 운동 삼아 가까운 서점에 들러 첫 단락을 모으는 것을 추천할 만하다.
글은 다독을 통한 사색에서 나온다. 많이 읽기는 하지만 생각을 곱씹지 않으면 농익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평소 독서하면서 글에 인용할 문구를 많이 수집해 놓아야 한다. 남의 글을 채집한다고 내 글을 쓰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되물을 수 있겠으나 그것은 우문(愚問)에 지나지 않는다. 이 세상에 100% 순수하게 새로운 것이란 없다. 새로움은 기존의 것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고 해석해 표현하거나 아니면 축소하고 더하고 변형한 것에서 창출된다. 독서는 달리 말하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서 내일을 내다보는 일이며, 기존의 좋은 글을 많이 읽음으로써 글쓰기는 시작되는 것이다.
무조건 남의 것은 배척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물론 남의 것을 참고는 할지언정 그대로 가져다 쓰는 표절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자기 글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표절이라는 무모한 행위는 평소에 독서나 사색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폐단일 수 있다. 독서와 메모를 생활화한다면 글쓰기를 할 때 서두르거나 위축될 필요가 없다. 글쓰기에도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가 필요하다. 독서를 생활화하고 마음에 드는 문구를 열심히 모으다 보면 머지않아 저자라는 이름표를 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