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때론 책을 찢고 내던져라

PART 4 리더(Reader)가 리더(Leader) 된다

by 집현전 지킴이

책을 읽으면서 분노하고 책에 짜증도 낼 수 있으며, 심하면 찢어버리거나 내던져 버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책을 다뤄야 한다. 책은 신성불가침한 진리의 보고가 아니라 저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모아놓은 글 모음에 불과하다. 책 내용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고, 필요한 부분만 떼어 읽어보아도 되고, 읽다가 싫증이 나면 책을 덮어 버려도 된다. 어떤 사람은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는데, 메모할 상황이 안 돼 그냥 책장을 찢어서 가져왔다고 고백한다.

독서는 마음 가는 대로 해도 하등 문제가 안 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문학 작품이나 수필집부터 펼쳐보자.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잡으면 책 읽기를 중간에 그만둘 수 있다. 독서 방법은 다양하다. 꼼꼼하게 정독하면서, 필요한 경우 메모까지 할 수 있고, 쭉 내리읽으며 전체적인 내용을 가늠해 보고 끝낼 수도 있다. 자신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한 부분만 따로 읽을 수도 있다. 남들은 스테디셀러라며 추천하는 책이라도 참고할 뿐 꼭 완독할 필요는 없다. 다분히 상업적인 기획 마케팅으로 부풀려진 스테디셀러도 있으니 너무 시중의 유명세를 좇을 필요는 없다.



책을 찢거나 내던지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면 안 된다. 이 말은 책 자체보다 내용에 집중해야 하며, 또 한편으론 독서는 어려워할 게 아니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마디로 책은 마음대로 갖고 놀아도 된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문제 될 게 없다. 물론 개중에는 책을 치열하게 파고드는 사람도 있다. 지인 중 한 명은 젊은 시절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평소 독서를 좋아했는지 아니면 무슨 공부를 목표로 했는지 영어사전 한 페이지를 다 외우고 나서 찢어 씹어 먹었다고 한다.

오늘의 한 문장.png 사진=픽사베이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찢으라”고 제안하는 대신에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찢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낫다. 어떤 학생은 교과서를 찢으면서 시인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학생은 교과서를 탐독하면서 문학평론가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책을 대하는 자세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떤 노력을 해서 꿈을 이루는가가 중요하다. 책을 찢든 교과서를 읽든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따르는 독서를 꾸준히 해나갈 때 책과 친구가 될 수 있고, 꿈을 이룰 수 있으며,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독서라는 인풋이 없으면 좋은 결과를 바라는 아웃풋이 나올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책을 책꽂이에 정갈하게 정리해 두고 읽어야 만족스럽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책상 위에 책을 아무렇게 쌓아두거나 방바닥에 책을 흩어놓고 읽어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고 말한다. 사람의 얼굴 모양이나 성격이 제각각이듯 독서하는 스타일도 각양각색이다. 책은 가까운 친구의 사귐처럼 다가가기 쉬워야 한다. 책을 어떻게 읽든 중요한 것은 내가 중심이 돼 책을 갖고 놀아야 한다는 점이다.

책을 꾸준히 읽으면 뇌의 발전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독서의 양이 늘어날수록 뇌도 질적인 변화를 겪는다. 독서는 또 다른 독서로 이어지고 일상화된다. 효율적인 독서 방법을 찾게 되고, 메모 노트는 쌓여 간다. 이젠 독서 자체로 끝나지 않고 글을 한 번 써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독서의 효과 중 하나는 글쓰기를 추동하는 것인데, 잘하면 자신만의 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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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를 펴낸 다산 정약용이 한평생 500여 권의 책을 썼다는 내용을 접하고는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한 사람이 그 많은 책을 어떻게 썼을까 믿기지 않았다. 1년에 책 5권을 쓴다고 하면 100년이 걸리는 양이다. 인력으론 불가사의한 일이다. 출판문화가 발달한 지금도 한 사람이 5권의 책을 1년 안에 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산은 무엇으로 그 일을 해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것은 바로 독서(공부)다. 독서의 효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다산은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부지런히 독서에 힘쓸 것을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현시대에 독서의 효용을 잘 보여주는 작가의 예도 더러 있다. 김병완, 이지성, 김태광 등등. 이들 작가는 독서를 치열하게 함으로써 뇌의 변화를 가져왔고, 뛰어난 필력으로 많은 책을 쏟아냈다. 사실 한평생을 살아도 책 한 권 쓰기가 쉽지는 않다. 심지어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도 많다.

지금은 믿어지지 않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 교과서를 훼손하지 말고 깨끗하게 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 당시엔 교과서를 대물림해 후배들한테 물려줘야 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담임이 책 검사를 수시로 했던 것 같다. 물자가 부족해서 가정이나 국가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발전해 절대 빈곤은 사라졌다. 우리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한국문학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성인 독서율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등 국민 문화 수준은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정부 지원과 지자체 관련 예산이 줄어들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백범 김구는 <백범일지>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적었다. 백범은 군사력이 아닌 문화적으로 강한 나라가 영속한다는 걸 간파하고 있었다.



고령화 저출산 시대에 고령층이나 청년층의 자살률이 왜 그렇게 높을까. 너무 자본주의의 극단으로 치닫다 보니 부익부 빈익빈의 폐단이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사회화합을 저해하고 있다. 시쳇말로 ‘집 밖은 화려한데 내 마음은 지옥이다’는 말이 오늘날 우리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내 마음이 편치 않으니 화려한 것을 보더라도 우울해지고 침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옥 같은 헛헛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약은 육체의 고통을 멎게 하고 독서는 마음의 아픔을 치유한다. 우연히 발견한 낱말 하나, 문장 한 줄이 나를 지옥의 감옥에서 구출할 수 있다. 독서는 많이 할수록 좋다. 마구 찢고 내던져서라도 책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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