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와 만날 때 기록이 필요하듯, 책을 읽을 때도 메모는 해야 한다. 책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며 보고 깨달은 것, 새롭게 찾은 것, 여행 도중의 감동과 느낌을 메모하며 읽어야 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읽었던 내용은 뜬구름처럼 시간이 지나면 잊히게 된다. 사실 역사는 기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으면 후세 사람들이 어떻게 지나간 사실을 알 수 있을까. 우리가 지난날을 연구한다고 할지라도 기록을 바탕으로 고찰할 수밖에 없다. 상상이나 추측만으로 과거를 재구성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상상력에 기초해 그럴듯하게 재구성한 세계는 사실이 아닌 문학의 범주에 들어간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매일 뭔가를 기록하면서 살아간다. 크고 작은 일정부터 어디에 가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남으로부터 채무를 진 것을 기록해 두든지, 앞으로의 계획을 적어두든지, 여하튼 매일 기록 속에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나서도 그 내용을 요약해서 쓴다든지, 아니면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은 문장은 노트에 옮겨 적는다. 그렇게 해놓으면 훗날 다시 읽어볼 수도 있고, 다른 글을 쓸 때 인용할 수도 있다. 만약 독서를 할 때 가졌던 생각이나 마음에 드는 문구를 조금이라도 적어두지 않으면 그때의 감정이나 마음속 얘기를 영영 놓쳐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독서를 하는 의의나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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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친 문장, 여백에 쓴 메모 한 줄, 정성껏 쓴 독서메모가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을 잊지 않게 해준다. 기록으로 남기면 많은 좋은 일이 생긴다. 메모가 쌓이면 작업 중인 글에 인용한다든지 새로운 글을 구상할 때 좋은 ‘글 씨앗’이 될 수 있다. 독서를 잘 하는 사람은 독후감을 써서 그 책에 대한 이모저모를 기록으로 남겨둔다. 그렇게 하면 하나의 책을 제대로 읽을 뿐만 아니라 좀 더 깊이 있게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냥 눈으로 대충 훑어 읽고 책을 덮어버리면 더 이상 남는 게 없고, 독서를 한 보람도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씹어 먹는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독서를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적합한 독서방법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해도 좋을 것이다. 한 가지 방법으로만 독서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최고 최선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떤 책은 쭉 훑어 읽는 통독이 좋을 수 있고, 어떤 책은 한 문장 한 문장 새겨읽는 정독이 좋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나에게 맞지 않는 책이라면 다 읽을 필요 없이 책을 덮어도 좋을 것이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되는 것 같고 필요한 부분만 뽑아 읽어도 좋을 것이다. 소설 같은 경우엔 스토리 중심으로 빠르게 읽어도 무방하고, 전문서적 같은 경우엔 한 글자 한 글자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기록하는 사람을 당할 장사는 없다고 한다. 독서를 하면서 메모하고 기록으로 남기면 삶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