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낮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아와서도 늘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남편은 저녁상을 물리자마자 책상에 앉아 공부에만 집중했다. 남편이 그러니 나도 늘 책을 읽게 되었다.’
예전 어느 책을 보다 마음에 들어 메모를 해둔 내용이다. 이 인용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독서습관은 한 번 들이면 꾸준히 이어진다는 것과 독서는 전염성이 있어 주위 사람도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남편은 공부를 좋아해서 저녁을 먹자마자 책상에 앉아 책 읽는 데 열중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것을 보고 아내가 짜증을 내거나 타박하지 않는다. 식사를 하고 나면 그냥 책상에 앉을 게 아니라 몸을 움직여 바깥으로 산책을 나가든지, 아니면 나(아내)와 함께 운동을 하든지 하지 왜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느냐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화나 짜증을 내지 않고 남편이 하는 독서습관을 이어받아 본인도 독서를 하게 됐다는 내용으로 볼 때 남편의 공부하는 모습이 좋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집에서 독서를 하기란, 가정생활을 하면서 공부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는 것은 자발적인 생활습관이 되어 그렇다 치더라도 집에서 시간을 내어 책을 펼친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독서를 방해하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가정은 혼자만의 생활 공간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가족을 이뤄 살기 때문에 서로 간의 관계도 중요하다. 가족 간의 관계가 틀어지면 사랑이 식었다느니 못 살겠다는 둥 말이 많아진다. 여하튼 남편이 책을 읽는 습관을 갖고 있고 밥을 먹자마자 책상에 앉아 책을 펼치는 것으로 볼 때 나름의 공부 계획을 갖고 있는 듯하다. 남편이 저녁 시간에 밖에서 술자리를 하지 않고 집에서 책을 본다는 게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아내도 독서의 길에 합류하는 걸 보면 아주 지혜로워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부부가 생각이 다르고 마음이 안 맞아 불협화음이 생긴다면 온전한 생활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지옥인데 가정이 화목할 리가 없다. 독서습관이 가정의 어려움을 이기게 해줄 수도 있다. 책 속에서 갈등 해결의 답을 찾아 메모하며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그만큼 독서의 중요성은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책을 보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문구나 문장을 채록한다. 이것들은 나중에 아니 지금 당장 글을 쓰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하지만 글을 쓸 때 완전히 100% 새로운 내용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사람이 쓴 글이나 책을 보며 메모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의 생각을 더하고 살을 붙인다면 훌륭한 글이 되고 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남의 글을 필요 이상으로 가져다 쓰면 그것은 온전히 자기의 글이나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잘못하다간 표절 시비에 휘말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다만 다른 사람의 좋은 문장을 참고로 해서 자신의 생각을 넓혀 나간다면, 그것으로써 하나의 훌륭한 글이 되는 것이다. 특히나 글쓰기 초심자인 우리가 처음부터 대단한 내용의 학설 논문이나 문학작품, 자기계발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초고를 쓰고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인용하고, 거기다 내 생각을 덧붙이고 해서 하나의 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글은 찾는다는 말보다는 만들어간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처음엔 그냥 책이 좋아서 펼쳐 드는 게 일반적이다. 어떤 의무감으로 책을 읽는다면 얼마 못 가서 싫증을 느끼고 중도에 포기하고 말 것이다. 독서 초심자들은 그냥 편안하게 책을 가까이 둔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주말에 산책도 할 겸 도서관에 들러 책을 쭉 훑어보면서 마음에 드는 책 하나를 골라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도서관에 가면 조용히 앉아 책 읽는 사람들을 보고 거기에 자극받아 보지 않던 책을 볼 수 있어 좋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처음엔 목적을 두지 않고 재미 삼아 독서를 하고, 어느 정도 독서가 몸에 배면 목적을 갖고 책 읽기를 이어가는 게 좋다.
독서가 몸에 붙고 어느 정도 지식이 쌓였다고 판단될 때가 올 것이다. 이런저런 분야의 책을 섭렵한지라 이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지 판단이 설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땐 지금까지와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독서를 하는 게 좋다. 지금처럼 체계 없이 하는 독서는 발전지향적인 지식습득 과정으로 볼 때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이제부터는 계획성 있는 기획독서를 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투자의 구루(스승)'로 불리는 억만장자 워런 버핏은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쪽 분야 독서를 집중적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3년 동안 한 분야의 책을 집중해 읽음으로써 완전히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는다고 하니 배울 만하다. 몇 년 동안 한 분야의 책을 섭렵한다면 사실 대학교 한 학과를 전공하는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목적 있는 독서는 사람을 현명하게 하고 전문가적 식견을 갖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보통의 경우 어느 분야의 책을 몇 권 보는 것으로 끝날 수 있는데, 이런 목적을 갖고 기획독서를 하면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그 독서가 끝나면 상당한 양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 함께 독서를 통한 메모의 양도 많을 것이니 그것을 바탕으로 하나의 책도 쓸 수 있을 듯하다. 알아야 뭐든 쓸 수 있듯이 한 분야의 책을 3년 동안 지속해서 파고든다면 안 읽고 못 읽을 책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10년 정도 기획독서를 하면 대학교 3개 학과를 전공한 거나 진배없게 된다. 누구나 독서하고자 하는 마음은 꿀떡 같지만 실천이 항상 문제가 된다. 바쁜 직장인 생활이지만 마음을 정말 굳게 먹고 한 분야를 차근차근 점령해 나간다면 시간은 조금 걸릴지라도 훌륭한 전문가로 인정받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