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퇴고하려면 일단은 뭔가 써야 한다
PART 1 거침없이 써라
한 편의 글을 완성하려면 수정 보완인 퇴고를 거듭해야 한다. 그렇지만 퇴고를 하려면 먼저 무언가를 써야 한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가려운 데를 긁을 수 있다. 아무리 가려워도 어딘가에다 대고 긁지 않으면 가려움증을 없앨 수 없다. 퇴고도 마찬가지로 글을 고치려면 일단 글이라는 형태로 뭔가가 존재해야 한다. 아무리 퇴고를 하려 해도 그 대상이 없는데 수정 보완이 제대로 이뤄질 리는 없다.
초고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완성하는 게 좋다. 초고를 빨리 작성하는 게 좋은 이유는 수정 보완을 거듭하면서 글은 다듬어지고 윤곽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완벽한 좋은 문장을 원한다면 한 발자국도 못 나가서 지쳐 나자빠질 것이다. 기성 작가들의 경우 능력이 특출 난 경우 일필휘지로 단번에 글을 완성할지는 몰라도 글쓰기 초심자인 우리가 글을 쓸 때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글을 단번에 완성하고자 한다면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중간에 제풀에 지쳐 쓰러지든가, 아니면 글을 중도에 포기하고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는 불온한 생각(?)마저 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마음속에 있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자유연상 기법으로 마음 가는 대로 쏟아내는 게 좋다. 마음속 내용은 추상적인 것으로 형태가 없고 이 세상에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으며 생각만으로 존재하는 내용은 글이 아니다. 그것은 초고라는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 때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메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은 휘발성이 있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다. 메모로 그것을 붙잡지 않으면 그 내용을 생각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든 초고를 작성하는 데에 힘을 쏟을 일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만들기 위해 힘쓸 게 아니라, 유명 작가의 말마따나 ‘쓰레기에 불과한 초고’를 내놓아야만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초고를 작성하지 못하면 글을 잘 쓸 수 없고, 글쓰기를 지속해 나갈 수 없다. 글쓰기가 고통이 되고 괴로움이 된다면 글은 계속해서 써나갈 수 없다. 글쓰기는 사실 즐거움이 돼야 한다. 글을 씀으로써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자기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 있는 글쓰기가 고통으로 여겨진다면 그것은 글쓰기를 잘못 배웠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라 할 것이다.
습관을 어떻게 들이느냐에 따라 글쓰기가 갖는 얼굴은 달라진다. 어릴 때 부과되는 숙제 형태의 글을 괴롭게 썼다면 아마도 글쓰기는 하나의 의무로 하기 싫은 일쯤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런 경우 발전적인 글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교에서 방학 과제로 내주던 독후감이나 일기 쓰기가 즐거워야 아이들을 힘들게 했다면 그것은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글쓰기는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이며, 우선은 그런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하나의 숙제로 반강제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학생들이 글 쓰는 걸 싫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