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초고를 쓸 때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PART 1 거침없이 써라
어떤 일을 하든지 과도한 욕심을 내면 안 되듯이, 특히나 초고를 작성할 때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초고라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한 바탕이자 글 씨앗을 뿌리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농부가 씨앗을 뿌릴 때 가을날 풍성한 결실을 꿈꾸지만 처음부터 씨앗이 100% 싹을 틔워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싹을 틔운 경우라 하더라도 때에 따라서는 적절하게 솎아내야 작물은 잘 자란다.
글을 쓸 때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바라지는 말아야 한다. 처음 글을 쓰는 초고 수준에서는 마치 농부가 논밭에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이 가볍게 생각해야 한다. 마음속에 있는 글 씨앗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는데, 이 단계에서 너무 완벽한 글을 원해서는 안 된다. 농부가 작물을 밤낮으로 가꿔 풍성한 결실을 거두듯 글도 부단히 다듬고 보완해 나가야 만족할 만한 글로 탄생하는 것이다.
초고 쓰기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무수한 이야기들을 걸림 없이 밖으로 내보이고 쏟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앞뒤 가리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많이 내뱉을수록 좋다. 문장이 좋고 나쁘고 완벽한지 아닌지를 따지지 말고 우선 생각나는 대로 막 쏟아내는 게 중요하다. 일단은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밖으로 드러내 보여야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 어디가 부족한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절대로 그것을 알 수 없다. 마치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이곳저곳을 고쳐 주세요’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의사 앞에 일단 얼굴을 보여야 성형을 할 수 있듯, 글쓰기도 초고가 있어야 시작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초고를 쓸 때 그래서 욕심은 금물이라는 말이 성립된다. 욕심은 자유로운 글쓰기를 방해한다. 고심을 거듭하며 좋은 글을 처음부터 짜내려고 하면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실패하고 만다.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무슨 말이든지 많이 써놓고 시간을 갖고 덧붙이거나 수정하면 되는 것이다. 애꿎은 담배를 피워대며 생각을 짜내듯 힘들게 초고를 작성하게 되면 글쓰기에 대한 괴로움만 더할 뿐 발전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초고는 편안한 마음으로 휘갈긴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힘을 빼고 작성해야 한다. 야구나 골프에서도 힘을 빼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글을 쓸 때도 특히 초고를 작성할 때 ‘힘 빼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차음부터 좋은 글, 대단한 문장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다면 손과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 머리도 굳어져 생각한 대로 글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단지 머리에 쥐가 날 뿐이다. 초고를 쓰다 막히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 보든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잠시 잠깐 산책을 해보자. 글은 곧 생각이 자라 밖으로 나온 결과물에 지나지 않으므로 조용히 내면으로 침잠해 사색을 해보는 것도 좋다.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쓸 수는 없는 법이다. 중국 당송 팔대가 중 한 사람인 구양수(歐陽脩)도 사색을 강조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