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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Dec 09. 2023

한 여름날의 트리







지난밤에 트리를 예쁘게 꾸몄다. 내가 원하는 어여쁜 장식품들을 골라서.

반짝반짝 곱기도 하여라. 그러다 문득 트리의 뒷모습에 눈길이 갔다.

애석하게도 정면에 집중된 형형색색의 방울 장식들. 어렸을 적엔 보이지 않았던

트리의 휑한 뒷모습이 눈에 띈다. 왜인지 모르게 서글퍼 보여 트리를 꾸며내는 일이

더는 흥이 나지 않았다.

보여주기 위하여 한껏 치장한 트리의 앞모습이 자꾸만 갈구하는 나의 숨은 구석과 닮은 탓이었을까.


나는 어떤 색과 모양들을 가진 장식품들을 장식해 놓았으며, 그것들은 어느 방향으로

향해 있을까. 전구가 켜지지 않아도 그 자체로 웅장 할 수는 없을까.


전구로 온통 나를 휘감아 빛을 내어야 나의 존재를 알아줄까. 그렇다면 나에게 전구는 무엇일까. 그 전구는 과연 언제까지 나를 비추어 줄 수 있을까.



트리를 꾸미다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러분의 장식품들은 어느 쪽을 향해 있나요? 저는 아직 까지도 조금은 타인의 시선 쪽으로 기울어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글 하나를 발행할 때마다 가까운 지인에게 보여주고 "좋다!"라는 답변을 들어야만 진짜 좋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도무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스스로에게 "충분히 좋아."라고 말해주고 오롯이 믿어 줄 수 있기를.

한 겨울의 트리처럼 온전하게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요.


저도,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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