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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Oct 29. 2024

꿈속 학교는 언제쯤 졸업할까?

마음이 무거울 때면 시험을 친다.

<대문사진: 환한 낮이었으면 광고영상에 등장한 것 같은 기타 줄이 연상되는 여러 줄의 전깃줄이다.>


 환절기 비염의 재등장으로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 끼는 못 챙겨도 비염약을 챙기느라 꿈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2주 전쯤 주말을 앞둔 며칠 동안 소리와 냄새에 예민해져 힘들어할 때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시험을 치는 꿈을 꿨다.

 보통은 끝없는 시험을 하루종일 치는 꿈으로 수능 1세대의 수학능력평가가 아니라 월례고사를 치는 학교 교실의 모습이 보인다.

 이번 꿈은 약 기운에 시험 문제도 기억나지 않고 본인이 학생인지 시험감독관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새하얀 교복상의와  맞춰진 1인용 책걸상, 창문으로 들어오는 환한 빛이 사진처럼 떠올랐다.


1991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교복이라는 것을 처음 입어봤었다. 중학교는 교복자유화로 사복을 입고 다녔고 파마, 염색을 제외하고 두발자유(길이에 대한)였지만, 고등학교에는 엄격한 교복 착용과 정문에서 생활지도 하시는 체육선생님을 볼 수 있는 시절이었다.

학교나 대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끝없는 시험을 치는 꿈은 단골 주제지만, 그 꿈 이후에는 꼭 현실 속에서도 시험이 될만한 일이 찾아오곤 해서 피곤해지는 꿈이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만나서 물어봤다.

 "친구야, 나 요즘도 고등학교 다니고 시험 치는 꿈 꾼다. 너는?"

 "나도, 나도. 학교에서 시험 치는 꿈 가끔 꿔."

 "친구야, 난 직장도 학교잖아. 이 꿈에서 언제 벗어나냐?"

 "하하하... 난 학교 안 다녀도 꾼다."

 이런 대화의 끝은 당연히 여고시절 시험기간으로 돌아간다. 친구를 만나고 돌아온 날에도 학교 가는 꿈을 꿨던가... 고등학교 3년 친구 3명이랑 항상 집으로 걸어가던 그때의 기억, 이야기가 꿈속에서도 계속되면 좋겠지만 정답 모르는 시험 문제만 들여다보는 꿈이었다. 



좋은 기억을 되새김하기 위한 꿈을 계속 꾸려고 인간은 저장매체를 만들고 창작해서 영화와 시리즈 드라마를 만들어내겠지? 하룻밤 꿈으로 끝나기 싫어서 기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을 위해 일하는지 생각하면 기억하고픈 인간의 욕망과 열망이 대단하단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를 먹어도 꿈속에서는 여전히 중고등학생이고 대학생인 나, 그 시절에는 자주 꾸지 않던 시험꿈을 나이 50을 바라보는 지금에야 꾸고 있다.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라 누가 말했던가... 11월 대학수학능력평가를 앞둔 요즘 수험생들은 큰 시험 한번 끝나면 홀가분하다 느끼겠지만, 인생은 산 너머 산이라 미리 스포일러 하고 싶어 진다(그 나이 또래의 그 누가 이 글을 읽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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