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어디 숨었노? 꿈아!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꿈은 꾼 듯한데 아침이면 거짓말처럼 머릿속에 한 장면도 안 남아있다. 꿈 잡으러 창문 옆에 소쿠리라도 걸어볼까나!
이맘때쯤이면 그리운 엄니 꿈도 꾸고
속 썩이는 얼라들 어둔 학교에서 만나더니
달음질치다 멀리 던져
하늘 너머 별까지 날아올라 멀어졌나
한밤중 고요 속 작게 울리는 풀벌레소리만치
머릿속 헤엄치며 장난치더니
날아다니는 풀벌레에, 톡톡 튀는 메뚜기처럼
풀내음 실어주며 햇살 가득 담더니만
머릿속 스치고 지나가던 조각들
빛 한 자락, 어둠 한 덩이
어데어데 숨었노?
깊은 잠에 아침마다 못 뜨는
눈꺼풀 두 짝 끌어당기다
기억창고 가기 전에 참방참방 떨궜나?
이고 지고 가다
머리 위 마음 대야 가득 꿈물
배우지 못해 서툰 몸짓에
거친 들판 길에 또르르 굴러 떨어졌나?
오늘밤
뒤척뒤척 남의 마음속 뒤지다
내 마음 문도 못 열어보고
뽀록뽀록 자판소리에 흥겨워
손가락만 춤을 추며 글 쫓네.
꿈아, 숨바꼭질 그만하고 나랑 놀자.
이번에는 내가 술래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