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하는 꿈
집 근처를 공사하는데 어디로 나가지?
오늘은 친정어머니의 기일이다.
지난 주말, 나트막한 새벽잠에 고향집에 있는 꿈을 꿨다.
11월 초순에, 고향 길 건너 이웃사촌 어르신께서 돌아가셨다. 폐암 4기에 발견되어 오래 앓지도 않으시고 몇 달 만에 하늘나라에 가셔서, 가깝게 지내던 어르신의 갑작스러운 부고에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 마음이 드러난 꿈인지 고향집 주변에 큰 공사가 있어서 섬처럼 보이는 집 안에 우리 가족들만 있는 꿈이었다.
"땅을 왜 이리 많이 파 놓았어요?"
물어보니, 가족 중 누군가 대답을 해줬다.
"○○언니네 집에서 공사 관련 동의를 해 달라고 해줬는데, 마지막에 하수도공사 한다는 내용도 있었대."
그 대화 전에 고향집 안방에 낯선 남자가 들어와 있었고, 거기서 하룻밤을 묵었는지 옷가지가 놓여 있었다.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고, 어른이 아니라 어린 모습으로 나왔던 내가 신기해하며, 말을 걸고 있었다.-생각해 보니 돌아가신 어르신의 젊은 시절 모습 같기도 했다.-
안방과 거실, 부엌이 있는 식당방(dining room)까지 환한 빛이 비치고 있었다.
꿈해몽을 보니 별로 나쁜 꿈은 아닌 거 같았다.
우리 집 주변을 공사하던 모습은 예전 도로로 수용된 작은 텃밭과 대문, 그 옆의 뒷간을 없애는 공사를 했을 때만큼이나 땅이 깊게 파여 있었다.
꿈에서 창밖으로 보았을 때, 어디를 보아도 나갈 길이 보이지 않은 것이 조금 마음이 쓰이는 정도다.
우리 집에 들어온 사람의 인상도 나쁘지 않았고, 심적으로 거부감이 없었던 것에 옷가지를 둔 것까지 보아, 결혼 등으로 가족 구성원에 변화가 있을 꿈이라는데 마땅히 결혼 적령기의 가족도 없어서(혹시 조카 중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있으려나?) 가족에게 도움을 줄 만한 누군가일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이웃사촌 어르신께 고향 가족들이 의지하는 마음도 컸고, 그 때문에 상실감이 커서 꾼 꿈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고향집 우리 가족보다, 장례를 치른 이웃에게 좋은 일(오랫동안 팔리지 않던 부동산 등이 팔리는 등)이 생길 꿈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웃사촌 가족의 어르신께서는 내 초등학교 동창의 아버지셨고, 바로 위 언니의 절친인 큰 언니, 똑똑한 둘째 언니, 늦게 막둥이로 남동생이 있던 가족이었다.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그 댁에 어려서부터 너무 자주 다녀서, 똑똑한 둘째 언니가 공부해야 하니 가끔씩만 오라고 핀잔을 줄 정도였다.
이웃사촌 막둥이 남동생은 초등학교 동창생 친구와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서 태어나는 것을 보았으니, 나이차가 8살 정도여서 함께 논 적 없지만 착하고 부모님의 기대도 받는 성실한 동생으로 기억한다.
친척들은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어도 자주 만나지 못하고, 이해관계가 얽혀서 서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지만 가까운 이웃사촌은 어려서부터 친척보다 허물없이 지냈기에 마음으로 가깝다.
남편 되시는 어르신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신 고향 친구의 어머님께서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