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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Apr 12. 2024

우리 반 친구들아,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올해의 목표: 나는 학생들 입맛이라도 바꾸련다.

(브런치를 돌아다니다 보니 선생님들의 글을 많이 만나게 된다.  '세상을 바꾸는 교사'는 못 되어도 학생들의 입맛 하나는... 바꾸련다.)


얘들아, 너희들 중에 미각이 뛰어나 장금이 수준이라든지 미래의 미슐랭 가이드에 나오는 음식점 주방장이 될 재목이 있겠지.


그러나, 내 목표는 뛰어난 미각이 아니라

학교 급식에 나오는 모든 음식을 맛보게 하는 거란다.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그 지역의 요리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용감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탐험가가 되길


유난히 가리는 음식 많은 강남의 작은 학교지만

매일의 급식을 위해 노력하는 급식실 분들과 아침마다 식재료를 검수하는 급식모니터링

어머니들의 관심을 생각해 보자꾸나.


조금이라도 뜨거운 상태로 전달하고자

커다란 국통, 밥통에 면장갑 고무장갑 2중으로 끼어도 손이 빨갛게 익어가며 급하게 음식 담아내는 조리사 어머니들의 손길을 기억하자.


250여 명의 학생과 50여 명의 교직원 식사를

다른 학교보다 좁아서 힘든 급식조리실 속에서

만들고 분배하느라 4개 층을 뛰어다니시는 분들,

하얀 조리복에 김치국물이 튀어도 닦을 틈 없이

부족한 먹거리 가져다주시는 조리사 어머니들의 땀방울을 보아주렴.


새벽부터 배송되는 식재료들 나르는 손길

보다 앞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육해공 우리 급식 재료들을 키워내는 손길들을 만나보자.


너와 우리의 입맛, 싫고 좋음을 떠나서

수고로운 긴 여정으로 급식판에 오르는

오늘의 먹거리에 감사하며

남기더라도 한입 한 모금 한 번의 깨뭄을

경험해 보자꾸나.


내일은 내일의 급식이 준비되는 학교에서

오전의 치열한 공부와(제발 좀 그리 해 보자!)

급식 후의 나른함에도 에너지 충전해서

오후 수업과 귀가까지 또 하루의 시간과 배움을 채워 가자꾸나.


*추신: 급식만큼 기대되는 수업시간을 만들어 보자. 제발... 얘들아! 선생님도 공부 열심히 할게. 알림장 좀 빨리 쓰고 오후 공부 좀 하자꾸나.

하이클래스로 알림장은 부모님께 보낸다니까!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써놓은 알림장을 수업시작종 울려야 쓰는 건데... 소중한 점심시간만큼 수업시간도 중요한 거야... 흐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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