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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Apr 26. 2024

소리도 거짓말을 하나요?

이명일까? 환청일까? 아니면...

왕성한 층간소음 유발자인 아들을 말리느라 온몸을 불사르던 지난 몇 개월, 철없는 22살은 아직 동요와 가요를 오가는 애매한 음악 애호가다.

어떤 날은 발라드를 들으며 꺼이꺼이 울고 '백세인생'을 들으며 신나서 체조도 한다. 정은지 가수의 '하늘바라기', 송소희 버전의 '아름다운 강산', '독도아리랑' 등 종잡을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최신가요는 빠져 있다.


작년, 지금으로부터 몇 달 전이었다. 아직 더운 열기가 있는 10월이라 잠깐 저녁나절 선풍기 대용 에어써큘레이터를 틀다 소리가 시끄러운가 이러며 툭 껐다. 에어써큘레이터 바람소리에 네이버주니어 동요 대기음이 연속으로 들려 이상하다 생각하다 작동을 멈추니 갑자기 아래층에서 당혹해하며 무언가를 급히 끈다. 어? 뭐지?

간간히 나는 음악소리가 우리 집 소리가 아니었나?

우리 집 음악의 잔상이 남아있나 의심하다 여러 날 후 갑자기 기분 나쁜 욕이 연결된 힙합 버전의 작은 소리와 진동이 울린다.

주말 낮에는 물론 밤에도 1월 겨울방학에 아들은 자다가 벌떡 깨고 방과 거실을 끊임없이 오고 간다.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지 못했다.

층간소음에 예민해진 내가 아들을 앉혀보려 힘써봐도 화만 내어서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나갔다. 동네산책을 시키고 끝없이 돌아다니다 들어오길 반복했다.

집에 들어오면 화를 내고 방바닥이 꺼지게 하겠다는 의지인지 힘껏 쾅쾅 뛴다. 화에 못 이겨 부르르 떨고 엄마도 못 알아보고 공격해서 머리털도 몇 번 뜯겼다. 일찍 온 아빠가 말려봐도 매한가지 등짝을 때려주거나 똑같이 머리카락 뜯어주기도 하고 빰을 찰싹 때려주기도 해 봤다.


1층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하루하루가 정말 고역이라 아는 분께 주말주택이라도 빌려서 가 있어야 하나 고민, 또 고민을 했다.

밤과 새벽에 귀 몸을 울리는 진동, 들릴 듯 말 듯 고막을 아프게 울리는 소리 모든 것이 힘들었지만 다행히 1층을 전세로 구하고 살고 있 집은 전세로 내놨다. 10여 년 미루었던 욕실 공사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1층으로 왔지만 가끔 귀를 울리는 예전의 기계음이 귀에 울려 괴롭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니 비슷한 속담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가 있단다.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다.

옛날 자라는 한번 물면 손가락이 끊어질 만큼 지독하게 물어서 한번 물리면 병원에 갈 수도 없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영구적인 장애가 남는 심각한 고통이었다는 거다. 그러기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놀라는 것 공포 그 자체인 것이다.

 '트라우마'란 말을 쉽게 자주 했건만 쉬운 게 아니었다. 몇 달 겪은 일로 자다가도 벌떡 깨고 비슷한 기계음 들으면 식은땀과 얼굴에 열이 확 오른다.

누군가는 통쾌해할까 봐 몇 달간 써 놓은 글을 발행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이런 것인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누군가의 감정쓰레기통, 샌드백이 되는 것이 싫어서 보복소음에 대응한 것이 이렇게 돌아왔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너는 되고 나는 안되냐가 아니다.

아들을 치열하게 몸으로 막고 음악을 못 듣게 해 봤지만 내 몸무게 2배 가까운 덩치가 된 내 아들을 진정시키기 힘들었다. 가끔 소리도 질러서 혼도 내 보고 화낼 때는 몸으로 막고 머리카락도 뜯겨가며 겨우겨우... 내려치는 손끝에 욕조도 부서지고 그릇 몇 개 깨지는 일도 있었다. 1년 동안 아들 손 등을 2번 꿰맸다. 자폐성 장애인의 공격성... 약물에 의한 반동인지 유독 저녁시간대에 남자분인 활동보조인까지 공격해서 힘든 아들이었다.


아들의 층간소음으로 아래층 10년 세월 힘든 거 안다. 잘 안다. 그래서, 우리 집은 거의 7년 간 집안정리도 제대로 못 하고 청소기도 1주일에 한 번 돌렸다.

나중에는 호더 기질이 발동해서 거실 일부 공간에서만 생활하고 안방과 작은 방은 창고로 사용했다. 아들이 뛰어다닐 공간 따위는 없었다.

그래도 시끄럽단다. 그래요. 우리 집에 걸어 다닐 오솔길, 손바닥 만한 공간 겨우 있었어요!


오죽하면 내가 허리 디스크로 입원했을 때 시누이가 가구며 짐까지 싹 비워내고 당장 이사 가라 그랬을까... 스트레스 때문에 이렇게 살아왔는데 모든 방들 비우고 정리하니 우리 집이 다시 시끄럽다고 찾아왔었던 아래층 이웃이다.

맞아요. 이제 진짜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모든 공간 다 쓰기 만 2년에 보복소음으로 내 집을 떠나 1층으로 내려왔다.


이제 자녀들이 중고등학생이니 얼마나 힘들까도 알고 있었다. 아들에 대해 말하는 것 알지만 엄마인 나에 대한 미움은 왜 제대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아들과 남편이 나가고 나면 주말에 2~3시간 낮잠을 자야 다음 1주일을 버티는데 그 시간에 두드려서 깨웠다. 그냥 마음을 비우려 귀마개를 사놓고 드러눕던지 남편 차로 함께 마트에 가는 선택을 하던 시간... 안식처여야 하는 집이 사라지고 혼자 남는 불안감이 내 신경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드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작년 1월 겨울방학 당직일 때 직장 동료분들께 말해보니 경찰 신고를 하란다. 나도 신고당할 정도로 울 아들이 한 가닥 하는 소음유발자라 우발적인 소음에 자기 성질 못 이겨 날뛰는 아들을 두고 쉽지 않은 신고였다.

내 성격에 남을 신고하고 편할까? 아니었을 거다.

또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미안하다 조아리고 편지 써서 찾아가기... 여기까지는 좋았으나 며칠 후 관리사무소 찾아가고 다른 이웃들에게 소리 들리는지 물어보러 다닌 게 알려졌다.

나는 또 나쁜 사람이 되었다.

왜... 나는 아들 때문에 죄인이 되어야 하는 걸까? 같이 찾아가서 미안하다 그러고 아들까지 고개 숙이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


두드린 당사자가 당당하고 그런 적 없다 한다. 숱한 증거들은 쓸모가 없다. 그래서 그냥 덮어두고 싶다.

기억하고 증오할 에너지도 아까워서다. 그 힘 아껴서 나 자신과 가족의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쓰고 싶은 건 내 욕심일까?

두근거리는 가슴 때문에 공황장애에 쓰는 약을 받아왔다. 25년 교직생활 특이한 학부모 학생들 있었지만 내 아들보다 힘든 사람들은 없었기에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었다.


보복, 복수 이런 건 뉴스에서 보던 것이고 문학 작품에서 보던 것이지 내게 가까이 온 걸 몰랐다니, 참 헛똑똑이로 살아왔다. 10여 년 세월 몰라 뵈어서 미안합니다. 말해야 할까?

지금 이 글도 조퇴해서 들어와 쓰고 있는데 가까이에서 소리들이 들린다. 어떻게 거기에서 소리가 들릴 수 있는지 참 신기하다. 내 아래층은 지하실 밖에 없는데 말이다.

욕 하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더니 조금씩 멀어진다.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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