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나랑'이가 아니고 '배추'라고 합니다. '배추'를 애도하며로 전체 내용을 수정할까 고민하다 그대로 '나랑' 이로 둡니다.
지난주 5월 2일 학년체육대회 날 번데기에서 우화 한 2마리의 나비가 있었다. 한 마리는 '배추', 한 마리는 '나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 2교시가 우리 학년 체육대회라 아침 일찍 나가려고 하니 5월 1일에 나비가 된 2마리의 생명체를 내보내야 되겠기에 사육망을 열었다.
'배추'는 학생들의 환송을 받으며 힘차게 날아갔다.
4월에 이미 2마리 나비를 날려 보냈기에 특별하지 않은 순간이었다. 문제는 '나랑'이라 이름 지은 나비였다. 날 수 없는 나비였던 이유로 다시 교실 안으로 내려졌다. 사람인 내 손가락 위에 다리로 기어올라서...
나랑이의 상태를 이야기하자면 몇 줄 더 길어진다. 1주일 전쯤이었다. 2마리씩 이틀간 4마리의 애벌레가 사육망 가장 높은 곳에 번데기를 만들어서 번데기 시기에 꿈틀대다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래도 다 살아남아서 종이타월 위에 올려놓았다. 2마리는 먼저 어려움 없이 우화 해서 4월 30일에 바깥으로의 비행에 성공했다.
남은 번데기 2마리도 곧이어 나비가 될 때였다.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 겸 자율휴업일이어서 학교를 쉬고 다음날인 5월 2일 출근과 학생들의 등교부터 번데기에서 나비가 된 2마리의 생명체에 환호했다. 아침마다 떠들썩하게 태블릿으로 사진 찍고 사육망 근처에 올망졸망 매달려 관찰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5월 2일과 3일은 하늘이 푸르고 날씨가 화창했다.
오늘 나비로의 비행에 성공하면 맛난 꿀도 먹고 원하는 짝도 만날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모든 나비에게 그 시간이 오는 건 아니었다.
유독 한 마리만 번데기에서 나오는 과정이 순탄하지 못했다. 날개 3장만 나온 상태에서 나머지 1장을 펼치지 못했다. 날개 속에 있던 다리 하나와 힘들게 번데기에서 나오다 껍질에 붙어버린 다리 2개가 떨어진 상태에서 나비가 되었다.
체육대회가 끝나 교실에 돌아와 보니 그 상태로 불완전하게 뛰듯이 날고 있었다.아직 배와 날개 하나, 다리가 번데기 속에 있었고 날개는 미처 펼쳐지지 못한 채 말라가던 상황이었다.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살펴볼 걸 그냥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다 생각했던 것이 나랑이에게는 나비 평생 큰 장애를 남겼다.
지난 주인 5월 2일 설탕물을 힘차게 먹고 카랑코에 꽃 위에도 앉아있던 나랑이는 바깥으로 나가려는 듯 창틀에 앉아 있었다. 창문을 열어줘도 나가기는 힘든 상황이라 학생들 볼 때 조금, 없을 때는 배 쪽에 붙은 번데기 껍질을 제거해 주었다. 그렇게 한다 해도 이미 굳어버린 날개는 펴지지 못했고 혹시 수분이 있으면 나을까 해서 뿌려준 미스트에 날개의 편린이 씻겨나갈 뿐이었다.(나비 날개의 가루가 비늘 같이 날개에 붙어있다는 걸 이날 알았다.)
5월 2일과 5월 3일 애완나비로 교실에서 지내던 나랑이는 금요일 학생들 하교 후 점차 기운을 잃어갔다. 점심시간 이후 전날 두었던 설탕물에 한쪽 날개가 빠져 붙어버려 조금 찢긴 후에는 설탕물에 두 앞발을 담그지도 않았고 대롱 같은 입을 대지 않았다.
케일 잎사귀에 대롱을 내밀던 입도 더 이상 뻗지 못한 채 자꾸 옆으로 기울어져 갔다. 마지막으로 흙이 있는 화분에 두고 조금 기운을 차리면 설탕물로 갈 수 있게 해 놓은 채 퇴근했다.
주말과 대체휴일까지 당연히 나랑이가 버틸 수 없는 시간이었으리라. 사육망 안에는 곧 우화 될 것으로 보이는 번데기 하나가 더 들어있어서 설탕물과 꿀물을 두었기에 살아남겠지만 먹이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나랑이를 사육망으로 옮기지 못했다.그렇게 혼자 쓸쓸히 애벌레 먹이로 쓰여 황량하게 줄기만 남겨진 케일 화분 위에서 마지막을 보냈다.
5월 7일 화요일 아침, 일찍 온 학생들 눈에 생명을 잃은 나랑이의 모습이발견되었다.
금요일에 생기를 잃은 그 모습에서 날개는 더 투명해지고 배 쪽은 더 검고 홀쭉하게 마른 채 케일 화분이 놓여 있던 바구니 안에 떨어져 있었단다.
연이틀 다리 3개와 날개 3장으로 교실 안을 벗어나지도 사육망 안에서 혼자 힘으로 날아오르지 못하던 나랑이는 짧은 삶을 마쳤다.
오늘 빠듯한 일정 때문에 한 때는 푸른 잎사귀가 있었던 케일 화분 위 주검으로 남겨진 나랑이를 거두지 못했다. 흔한 나비 표본들은 살아있을 때 약품 처리해서 생생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보존되지만 나랑이는 한 줌이 안 되는 몇 톨의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 반 학생들의 기억 속에는 번데기 껍질을 벗어내지 못해 장애를 안은 채 살아간 나랑이로 기억되어 오랫동안 살아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