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여행기
맥도날드의 마스코트인 로날드를 보면 일종의 광대 공포증인지 왠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진다. 생각해보니 어느 순간 부터 맥도날드에서 이 로날드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태국의 맥도날드에서는 아직 로날드가 있는데 ‘와이’라고 하는 태국 전통 인사 법을 따라 합장을 하며 우리를 반겨준다. 최근 로날드를 찾기 힘든 이유를 알아보니 캐릭터가 공포스럽게 왜곡 되어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되었고, 광대 공포증이 보편화 된 2010년대 부터 로날드는 맥도날드에서 은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태국에서는 아직 활동 중인 듯 하다.
햄버거로 배를 채우고 방콕의 골목골목을 지나 집 톰슨 하우스로 향했다. 그 날 따라 날씨가 습하고 더운 탓인지 골목에서는 음식이 썩은 듯한 냄새가 났고 흐르는 강물도 썩 깨끗해 보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거리의 풍경은 내 마음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골목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색적인 동남아 문화가 묻어 여름스러운 도시 느낌이 매력적이었다.
짐 톰슨 하우스에 들어서면 현지 가이드가 영어로 가이드를 해준다. 덕분에 반 이상은 못 알아 들었지만 한국어로 된 유인물을 받아 정보를 대강 얻을 수 있었다. 이 곳은 미국인 사업가이자 건축가인 ‘짐 톰슨이 태국 전통 방식으로 지은 주택이다. 이 집에는 톰슨이 생전 수집한 동남아의 불교 예술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다. 짐 톰슨은 타이 실크를 세계에 널리 알린 인물로 1967년 말레이시아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주변 정글로 산책을 나갔다가 실종 되었는데 이 사건에 대한 의문은 아직 까지도 해결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안타까우면서도 왠지 섬뜩한 사건이다. 이후 이 집은 짐 톰슨이 생전 수집한 예술품과 함께 국립 박물관으로 지정 되어 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있다. 이 집은 태국의 전통 건축 양식과 서양 건축 양식을 융합한 퓨전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건축에 대해 잘 모르지만 생소한 형태의 집이었다. 건물 외부로는 나무가 많아 창 밖을 보면 숲 한 가운데에 집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눈이 정화 되는 느낌이랄까, 뷰가 꽤 예뻤다. 또 ‘짐 톰슨’ 이름을 사용한 타이실크 브랜드의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기념품으로 하나 씩 구매해도 좋을 법 했지만 가난한 여행자인 우리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짐 톰슨이 수집해 놓은 고풍스러운 예술품들과 이색적인 건축 양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예술 작품이나 건축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 번 쯤 들러보면 좋을 것 같다.
애플 얼리 어답터인 나에게 세계 각지의 애플스토어는 꽤 흥미로운 관광 요소이다. 이 곳은 방콕 센트럴월드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인데 지하 1층과 1층, 2층으로 이루어져 꽤나 규모가 컸다. 사실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명동의 애플스토어와 내부 인테리어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센트럴월드의 애플스토어는 둥근 원형의 건물이라는 점이었다. 통유리로 이루어진 건물 내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방콕 도시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방콕 까지 와서 일본식 라멘을 먹을 줄이야. 앞서 언급했지만 나와 친구 A는 향신료에 민감한 편으로 자연스레 익숙한 맛을 찾아 결국 센트럴월드에 위치한 라멘집으로 들어섰다. 따로 언급은 없었지만 전 날 저녁에는 무더운 날씨와 2만보에 달하는 도보 관광으로 지친 나머지 한식집을 찾아 순두부 찌개와 소주를 곁들였다. 덕분에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의 장점은 크게 체감하지 못 했다.
룸피니 공원에는 거대한 도마뱀들이 서식하고 있다. 우리는 이 도마뱀을 보기 위해 룸피니 공원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 녀석들은 크기가 크고 악어를 연상캐 하는 비주얼에 겁을 먹었지만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 듯 했다. 오히려 사람에게 관심이 크게 없어 보여 서운할 지경이었다. 한국에서 손가락만한 도마뱀만 봐오다가 이렇게나 큰 도마뱀을 보니 신기해서 이 곳에 있는 내내 도마뱀만 찾아다녔던 것 같다. 이 곳은 도심 속 어마어마한 규모의 호수와 열대 지역의 식물들로 이루어져 매력적인 곳이었다. 산책로도 잘 이루어져 있어 러닝을 뛰는 현지인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또 귀여운 고양이들도 서식하고 있는데 다들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는지 애교 많은 개냥이였다. 너무 귀여운 나머지 납치해서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공원을 나섰다.
도보로 벤자키티 공원으로 향하던 중 거리와 주변의 풍경이 장관이었다. 그 길은 큰 건물들로 둘러싸인 방콕 중심가와는 달리 아기자기한 주택과 가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거리를 구경하며 걷는 것은 장거리 도보로 지친 몸을 치유하기에 충분했다.
통유리로 이루어진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벤자키티 공원은 미국을 가보진 않았지만 왠지 미국이나 호주가 떠오르는 분위기였다. 특히 서양인 관광객들이 많은 것도 한 몫 했다. 이 곳에서 우리는 산책을 하지 않고 그저 잔디밭에 앉아 호수에 비치는 데칼코마니 같은 건물들을 바라보며 물멍을 때렸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