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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사과 Oct 14. 2022

미래

인간의 선택이 바꿀 미래

2016년 7월 '포켓몬 GO'는 발매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모바일 게임 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포켓몬 GO는 증강현실이 적용된 게임으로 현실에서 나타나는 포켓몬을 잡아서 즐기는 콘셉트의 게임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콘셉트의 게임들이 시도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증강현실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어 상용화된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증강현실 기술(Augmented Reality)은 가상현실 기술과 더불어 주목받고 있는 시뮬레이션 인공 환경 기술이다. 사용자의 오감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실제에 접근한 공간적, 시간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상현실 기술과는 다르게 증강현실 기술은 사용자가 지각하는 현실에 컴퓨터가 만든 정보를 추가하는 것이다. 즉 가상현실이 컴퓨터 안에 또 다른 현실을 구축한다면 증강현실을 현실 세계를 보완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우리에게 낯설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오버 테크놀로지 일지도 모르겠지만 엔터테인먼트, 군, 의료 등 다양한 업계에서 시제품을 내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는 준 상용화 단계라고 한다.) 이러한 기술들의 발전이 계속되다 보면 머지않아 새로운 세계를 오감으로 체험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들이 우리에게 (인간뿐 아니라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현대의 기술혁명으로 인해 도래한 기술 만능주의는 인간의 삶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미래를 논할 때마저 인문학이 천시되는 풍조를 낳았다. 하지만 인문학은 인간과 이를 둘러싼 사회 전반을 다루는 학문으로 어느 분야에서든 항상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앞으로 서술할 내용은 단순히 뇌 과학 분야뿐 아니라 전체적인 기술과 과학의 발달이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인간의 선택이 왜 중요한지를 나름대로 정리해 본 것이다.  


1. 삶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물결 이론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인류 문명 발전에 가장 크게 공헌했다고 취급되는 개념들 셋을 각각 물결에 비유하고 이를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 혁명이라고 이름 붙인 이론이 토플러의 물결 이론이다. 농업혁명은 인류에게 문명을 가져왔다. 과거 수렵 채집하던 시절을 지나 농업을 시작한 인간들은 안전하게 정착된 삶을 살 수 있었고 이는 이후 부족 공동체 사회에서 국가 단위로 인간 문명이 발달해 가는 근간에 되었다. 인류 문명, 국가에게 농업은 뿌리였다. 산업 혁명은 인간에게 근대로의 이행을 가져왔다. 이성이 발달해 가고 과학이 눈을 뜨는 시기에 일어난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전근대와의 결별을 선언하였다. 이 시기에 현대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사회제도의 거의 모든 것이 생겨났으며 생산량도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마지막 정보화 혁명은 20세기 IT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나타난 사회 문화적 변화이다. 이를 통해 인류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기동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역사상 가장 작은 지구 속에서 살게 되었다. 이처럼 인류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해왔다.   


 과거 인류사의 큰 변화는 특정 혁신적 기술의 탄생과 함께 이루어졌다. 하지만 머지않아 일어날 큰 변화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것처럼 보인다. 현재 우리는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기술들 속에 살고 있다. 아마 '머지않아 일어날 큰 변화'는 특정 기술이 아닌 다양한 기술들이 일으키는 연쇄 반응에 의해 일어날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현대인의 주거공간은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위나 아래로 뻗어나가고 있다. 아파트나 주상복합 형식의 건물들이 주거공간의 대세를 이루게 되었고 도심에는 수많은 고층 건물들이 세워졌으며 지하, 바다, 우주 같이 기존과 현저히 다른 형태의 주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주거공간과 더불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공간이 바로 가상현실을 이용한 컴퓨터 공간이다. 언젠가는 가득 찰 현실의 물리적 공간 대신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물리적 제약을 넘어서자는 주장이 점차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국방성 산하의 기관인 DARPA(국방 고등 연구 기획청)에서는 2015년 2월 17일 인간의 외에 삽입하여 시각피질에 이미지를 주입할 수 있는 칩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현실에서는 몸을 누일 장소와 생리적 욕구를 해소할 장소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유희적, 의료적 측면도 만족시켜 줄 것이다. 소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SF, 판타지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뇌에 손상을 입어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주거 공간이나, 유희 , 의료적 측면에서 그치지 않고 개인의 삶의 양식, 정치, 사회, 더 나아가 기존 개념에 대한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발달한 기술은 산업혁명이 인간에게 편의에 대한 상향평준화를 가져온 것처럼 인간이 받을 수 있는 모든 고도의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인간처럼 생긴 로봇, 혹은 집안의 시스템을 총괄하는 인공지능이 가사를 담당하고 거주자의 건강, 기분상태를 체크하며 무료할 때는 친구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더 큰 차원에서 보면 물리적 국가의 개념이 파괴되고 진정한 지구촌 사회가 도래할 수도 있다. 순간이동기술이나, 가상현실 기술의 응용으로 현실의 물리적 제약을 초월할 가능성도 있다. 이때가 되면 애국, 국가 간 분쟁 같은 개념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고 자국 화폐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세계 단일 통화의 개념이 생길지도 모른다. 인간은 심지어 식량문제 까지도 정복할 것이다. 맛을 포기하지 않고도 저렴한 값에 전 세계에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슈퍼 푸드'들이 생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변화는 너무 낙관적일지도 모른다. 기술들의 실행 가능성도 문제지만 저런 기술들이 만들어지기 전에 극심한 환경오염, 국가 간 전쟁으로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 가상현실 속에 갇혀서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기술적 오류로 현실에서는 혼수상태로 지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문제 말고도 수많은 문제가 있다. 기술의 소유권으로 분쟁이 일어나거나, 현실에서 익명성, 소외 문제가 가속화되는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미래의 기술은 곳곳에 위험요소를 품고 있다. 어떠한 기술을 가지고 어떠한 미래로 나아갈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있다. 하지만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면 낙관적인 미래보다 비관적인 미래가 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2. 인간  


 아메리칸 코믹스를 보면 초인적인 힘을 가진 히어로들이 나온다. 그들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힘으로 각자 맡은 구역과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미래에 유전자 기술이나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 만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슈퍼히어로 같은 존재로 거듭날 것이다. 미래의 인간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태아 시절부터 완벽한 균형 가진 채 태어날 것이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며 강건한 신체를 지녔을 것이다. 인간은 곧 질병에서도 자유로워질 것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세균들은 인간과 함께 진화해 왔다. 고도로 발달한 의료 기술과 유전자 기술은 인간을 한 번에 높은 수준으로 진화시킬 것이고 이를 따라오지 못한 질병들은 도태될 것이다. 유전자 조작으로 음식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고도 건강을 유지하는 인간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렇듯 미래의 인류는 모든 자연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미래의 기술은 인간 종적 특성을 변화시킬 것이고 신체의 변화뿐 아니라 인간의 사회, 문화 변화도 함께 가져올 것이다. 미래에는 성역할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문명이 발생한 이래 인간이 성 분화에서 자유로웠던 적은 없었다. 육아, 가사는 여성이 도맡아 하고 노동은 남성이 하는 것이 전통적인 성 역할이었다. 현대에 와서 이러한 전통적인 생각이 많이 희미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노동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 가사와 육아에서는 남성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다. 미래에는 인공배양 기술로 남, 여 모두 육아에 참여하지 않고 일과 취미에 열중할 수 있으며 유전자 기술의 발달로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조건이 동일해져 성 차별, 성 분화가 사라질 것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고 이때가 되면 동성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과 더불어 인공지능, 가상현실 같은 기술이 결합되면 사회는 개인주의적으로 변할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아도 외로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며 의리, 가족적, 등 공동체에 관련된 격언이나 감정들은 구시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또한 교육의 모습도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교육은 태아 때부터 주입되어 이후 필요에 따라 발현될 것이고 지식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인공지능과 창의적 유전자를 발현시킨 인간의 합작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위와 같은 미래는 분쟁도, 차별도 없는 유토피아 같은 미래일 것이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에는 낙관적, 비관적인 면이 공존한다. 위와 같은 과학, 기술도 비관적 측면이 있다. 유전자 기술과 인공배양 기술로 모든 인류가 같은 정도의 능력을 지닌다면 인류는 스스로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다양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인류는 다양함에서 오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발전해 나갔다. 기술과 과학이 모든 것을 밝혀냈다면, 혹은 극도로 발달한 기술이 인공지능을 만들어 인간이 사고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결국 인간은 '종'적으로 도태될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위와 같은 기술들은 선진국에 먼저 지급될 것이고 한 국가 내에서도 부유층이 먼저 혜택을 누릴 것이다. 빈부격차는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해질 것이고 뛰어넘을 수 없는 계급이 탄생할 것이다. 이러한 미래는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도 경고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유전자 조작 기술은 필연적으로 우생학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홀로코스트나 차별을 몰고 올 지도 모른다.   


3. 지구  


 인간 중심의 미래를 넘어서 지구 전체의 변화에 대해서도 조망해 볼 필요가 있다. 산업혁명 이후 자연파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가속화되었다. 수많은 환경 재해들이 일어났고 먼 미래처럼 보이던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도 이제는 피부로 느껴지는 수준이다. 발전 이데올로기는 생태계의 균형이라 조화보다는 지속적 성장을 목표로 두었다. 현대에 와서 이러한 발전 이데올로기가 구시대적이고 지구 전체,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으면서 많은 국가 단체들이 환경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이나 전통적인 산업 강국들은 성장하기 위해서는 화경 파괴가 필수 불가결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여러 대기업들이 환경보다는 수익을 내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자연보호에 대한 전 지구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미래의 지구는 두 가지 방향 중 하나일 것이다. 통제, 혹은 공존의 길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전통적인 동양식 사고방식으로 자연을 보호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자연과 공존을 택하는 것이다. 정치적, 금전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이를 깨뜨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또 다른 방법인 통제는 전통적인 서양식 자연관으로 자연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자연의 비밀들을 하나하나 밝혀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의 모든 법칙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생명체를 창조하고 임의로 조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것이고 자연재해를 손쉽게 막아놓고도 자연의 균형을 흩뜨리지 않을 것이다. 자연은 완전히 인간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이다. 자연을 통제하는 기술은 일면 지구에 큰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인류가 다시 한번 도약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자연을 통제하는 기술은 특정 국가, 단체가 지구 전체를 통제 하에 놓는 무기로써 사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곧 외교적 분쟁을 야기할 것이고 결국 자연 파괴로 인한 재앙과 맞먹을 정도의 재앙이 인간을 덮치게 될 것이다. 어떠한 과학과 기술도 정치적 입장, 혹은 특정 가치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술과 과학을 연구하고 사용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자연에 대한 기술도 마찬가지다. 통제, 공존 모두 나름의 장, 단점이 있는 방향이다. 인간의 선택에 의해 장점만 발휘될지, 단점만 몰고 올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4. 선택  


 1999년 개봉한 '매트릭스'는 세련되고 독특한 영상미와 더불어 철학적 의문을 담았다는 데서 큰 찬사를 받았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구세주로서의 운명을 가진 주인공 토마스 앤더슨을 찾아온 모피어스가 파란 약과 빨간약을 내미는 장면이었다. 빨간약을 먹으면 꿈에서 깨어나 진실을 알게 되지만, 차라리 알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참한 삶이 기다리고 있고 파란 약을 먹으면 기억을 잊고,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그걸 외면하면서 진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미래'는 '빨간약' 같은 책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볼 때 상상 속에서만 가능해 보이던 기술들은 상용화 단계에 근접해 있고 그로 인한 미래고 찬란해 보인다. 문제는 우리가 미래를 낙관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기술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을 좀 더 높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은 단순히 만들어졌다고 끝인 문제가 아니다.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기반은 과학 기술적 산물이나 의, 식, 주 같은 물리적 부분뿐 아니라 사고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신적인 부분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아침에 무엇을 먹을까 같은 작은 선택부터 인생을 좌우하는 진로선택까지 인간은 선택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아간다. 기술도 선택에 의해 좌우된다. 기술을 연구, 사용하는 것은 인간이다. 그러므로 기술은 필연적으로 가치관을 포함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과 관련된 많은 사설, 책, 영화, 등을 보다 보니 같은 기술을 보고 낙관적으로 전망한 사람도 있고 비관적으로 바라본 사람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술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핵 기술을 에너지 기술로 보고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용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핵폭탄을 만들어 대량학살에 일조한 과학자들도 있다. 또한 비행기를 보고 여객기, 수송기, 우주 탐사선 등에 사용한 과학자, 기술자 등이 있는가 하면 전투기를 만든 과학자, 기술자도 있다. 기술은 중립적이다. 우리 인간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어떤 기술이 어떤 방법으로 적용되어 어떤 미래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은 다만 신중을 기해 선택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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