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근 후에 운동을 합니다.]

가슴, 어깨 하는 날

by 전창훈

어느새 해가 길어져, 퇴근하는 길이 밝다.

분명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어둑어둑한 퇴근길을 부랴부랴 뛰어갔던 기억이 선명한데, 이제는 따가운 여름 햇살에 손으로 가림막을 쳐야 한다.

학기말이 다가오면 선생님들은 바빠진다. 통지표를 작성하기 위해 나이스에 학기말 종합 의견, 교사별 평가, 누가기록을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열정이 가득한 후배들은 미리 작성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을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자신의 게으름과는 별개로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매일 갱신하기 때문에, 미리 써두었다가는 아이들을 순간의 잣대로 평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게다가 그날의 나 자신의 기분에 따라 작성하게 될 수도 있으니, 가장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많은 자료를 쌓아두고 학기말에 하는 것이다.


물론 내 개인적인 의견에 근거한 것이니 전적으로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원래 퇴근해야 하는 시간을 넘겨 5시~6시 즈음에 퇴근하고 나면 몸도 정신도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집에 돌아와 완전히 지쳐버린 몸을 씻지도 않고 침대에 뉘이면, 하루종일 아이들에게 소모해 버린 감정의 잔여물이 머릿속을 휘몰아친다. 별거 아닌 일에 혼을 내지는 않았는지, 아이들이 만족할만한 수업을 했는지, 언어 선택이 적절했는지, 참회와 반성의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가만히 누워 그날을 되돌아보다 보면, 잠이 솔솔 찾아온다.


이대로 수마에게 몸을 맡기고 싶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잠을 잘 수 있겠지.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감기는 눈을 애써 부릅뜨고 투덜대며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고는 운동 장비를 챙겨 집을 나선다. 오늘은 일주일 운동 루틴에서 가장 중요한 첫 시작을 하는 날, 가슴과 어깨를 하는 날이다.


직장인 헬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직장인은 운동에 할애할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하기에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시간 자체는 많다. 출근 전에 새벽 운동을 나서도 되고, 퇴근 직후 달려가 저녁을 먹기 전까지 운동을 해도 된다.


하지만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필수 전제조건이 따른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 이것 없이는 절대로 운동과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없다.


문득 복직 후 첫 출근일이 떠오른다. 군대에서의 관성으로 계속 운동을 해왔지만 복직한 후 첫날만큼 운동을 쉬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한껏 늘어지고 싶었다. 그럼에도 나는 운동을 하러 가고 있었다. 무거운 쇳덩어리를 밀 때마다 머리가 핑- 돌고 블랙아웃이 찾아왔지만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현재 하는 동작에만 집중했다.


인간의 몸이란 참 신기한 게, 그렇게 기진맥진으로 일주일, 이주일을 버티자 자연스럽게 적응이 되고 강도를 더욱 올릴 수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월요일에 일주일 첫 루틴을 잘 소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장 하기 싫은 가슴과 어깨 고중량 루틴을 월요일에 하는 편이다. 처음부터 큰 산을 넘어야 다가올 다른 산들이 작은 언덕으로 보이니까.


오늘도 억지로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 갔다. 첫 운동으로 벤치 프레스를 하고 인클라인, 디클라인, 플라이, 풀오버를 하며 윗가슴, 아랫가슴, 가슴 안쪽, 전거근까지 골고루 단련한다.


가슴 운동이 끝나면 어깨 운동으로 넘어와서 전면, 측면, 후면 순으로 어깨를 차근히 조각한다. 마지막으로 복근과 유산소 30분을 해주면 월요일 루틴이 마무리된다.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는 운동 후 30분 이내에 프로틴을 놓치지 않고 섭취한다. 개운하게 씻고 나면 역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찾아온다.


오늘도 나는 조금씩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