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근 후에 운동을 합니다.](2)

두근두근 스쿼트

by 전창훈

"남자는 하체다!"

군복무 시절 두 기수 위의 인천 주안역 출신 선임 조 씨가 항상 하던 말이다.

그는 나보다 5살이나 어렸는데 하는 행동이나 말투가 꽤나 연배가 있어보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김현식 님의 [내 사랑 내 곁에]이라던 그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클래식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막내 시절 그의 나이를 알기 전까지 꼼짝없이 형인줄로만 알았다.


그는 이상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 몇 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첫째, 비빔면 종류는 전자레인지에 무조건 4분 30초만 돌린다.


특임대는 훈련 이외에는 모두가 가족처럼 끈끈하게 지내야 한다는 간부의 명령 때문에, 우리는 모든 일을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

저녁 점호 이전에 생활관 청소하는 것부터 야식을 준비하는 것까지. 그때만큼은 막내고 최선임이고 없었다.

한 번은 조 씨와 친하게 지내던 선임이 야식 준비에 당첨되어, 2분 30초만 돌리고 전자레인지에서 비빔면을 꺼낸 적이 있었다.

평소 먹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던 선임이었기에 의아했지만 나중에 물어보니 밤늦게까지 이어진 야간 대테러 사격 이후 너무 배가 고파 면이 익기를 기다릴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조 씨는 말없이 다가가 주먹으로 라면 그릇을 내려쳤다.

4분 30초를 돌리지 않은 라면은 음식물 쓰레기라나 뭐라나.


아무튼 그 광경을 목격한 우리는 절대로 그의 말을 거스르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둘째,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우리는 가위바위보 말고도 무수히 많은 게임으로 내기를 하곤 했다.

오목, 병뚜껑 던져 그릇에 넣기, 병뚜껑 멀리 보내기, 물병 던져서 바로 세우기 등등 할 수 있는 미니 게임이란 미니 게임은 모조리 했었다.

우리 모두 사회에서 운동 좀 했다는 녀석들이었고, 승부욕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했기 때문에 게임은 종종 취침시간을 훌쩍 넘어서 까지 이루어지곤 했다.

그리고 조 씨는 우리 중 으뜸가는 승부욕을 가진 인물이었다.

적당히 하다가 취침 시간이 오면 빨리 끝낼 수 있는 내기로 전환해 넘어가면 될 것을, 조 씨는 승부가 나기 전까지 말 그대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병장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내 위로는 조 씨 한 명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당시 우리 생활관에는 오목이 유행이었다.

바둑을 좋아하던 선임이 군대에서 두겠다고 가져왔다가 그대로 두고 전역한 이후 어딘가에 처박혀있던 바둑판과 바둑돌을 대청소하는 와중에 발견한 이후 시작된 것인데, 보통 오목의 희생양은 막내가 되었다. 조 씨와 막내의 오목 대국은 보통 새벽 2시를 훌쩍 넘어서까지 이루어졌다.

막내가 지쳐 그만하고 싶다고 애원할 때도 그는 특임대는 포기하지 않는다며 끝까지 대국을 이어가곤 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조금이라도 일찍 입대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셋째, 모든 운동의 기본은 하체다.


조 씨의 만행에도 그 누구 하나 그를 신고하거나 훈계를 늘어놓지 않은 이유는 그가 특임대에서 가장 훌륭한 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능력을 혼자 가지려 하기보다는 항상 후임들에게 알려주려 했다.

힘든 훈련이 있으면 솔선수범으로 나서 선두에 섰고, 간부들과 마찰이 있을만한 상황이 벌어지면 중간에서 잘 중재해 주었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적일 때는 최악이지만 아군일 때는 누구보다 든든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 씨는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72~73kg의 적은 체중에도 불구하고 스쿼트 160kg을 10번씩 밀어내고, 140kg으로 점프 스쿼트를 해대는 괴물 같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감탄만 나왔다.

더욱이 그는 엘리트 체육을 했다거나, 체대를 나온 학생이 아닌, 미대에 다니던 평범한 학생이었기에, 그 괴리가 전해주는 경악이 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웨이트를 해 본 적도 배운 적도 없이 맨몸 운동만 하다가 들어갔기에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뛰어다녀야 하는 특임대의 대테러 훈련이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그런 나에게 첫 웨이트 트레이닝 스승이 되어준 사람이 바로 조 씨였다.


그는 하체가 강해야 남성 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어 다른 부위의 성장이 빨리 이루어진다는 등, 하체를 단련하며 정신력을 강하게 길러야 버틸 수 있다는 등 여러 이유를 대며 일주일에 서너 번씩 하체 운동을 시켰다. 일반적인 루틴에서 하체는 많아야 주에 2~3회, 보통은 1~2회에서 그친다.


결과적으로 고강도의 하체 트레이닝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100kg을 드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내가 단 3달 만에 한 세트에 10개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의 말대로 정신력도 강해졌다. 한계라는 생각이 들 때 하나 더 할 수 있는 용기와 강인함을 얻게 되었다고나 할까.


오늘도 조 씨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하체 운동에 나선다.

나는 보통 부위의 핵심이 되는 동작을 진이 빠질 때까지 수행하고 나머지 보조 운동으로 전체적인 볼륨을 채워주는 편이다.

우선 가볍게 러닝머신을 하며 몸을 데운다. 그리고 머리로는 호흡과 자세를 복기한다. 하나의 동작이 쌓여 몸을 만든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기에 단 한 개의 동작도 허투루 날릴 수 없다.


바벨을 승모에 걸고 복압을 주어 코어를 단단히 잡는다. 나는 승모 쪽에 바벨을 걸고 수행하는 '하이바 스쿼트'를 선호하는 편이다.

발가락으로 지면을 잡는다는 이미지를 계속 떠올리며 몸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다.

무게를 받으며 천천히 내려가다 고관절에 텐션이 걸리는 게 느껴진다. 그 지점이 내려갈 수 있는 하계인 것 같다.

올릴 때는 빠르고 강하게 올려준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 다시 심기일전하여 내려간다.

스쿼트를 마무리하고 나면 이제 보조 운동으로 볼륨을 채울 시간이다.

보조 운동이라고는 하지만 햄스트링, 엉덩이, 종아리 등 세부적으로 조각해야 하니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막함이 몰려오지만, 그럴 때는 역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이 최고다.


물론 동작을 수행할 때 최대한으로 집중하여 온전히 근육에 부하를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내가 프로 선수도 아니고 그저 일개 직장인 헬서일 뿐인데 가능할 리가.

기계적으로 동작을 이어나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넘어있다. 다리에 쥐가 나 걷는 것조차 힘들다. 과유불급이라 하였으니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다.


아마 씻고 누우면 기절하듯 잠에 들겠지.


오늘도 운동을 할 시간과 장소가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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