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근 후에 운동을 합니다.](3)

운동이 정말 하기 싫을 때는 달리기를.

by 전창훈

그런 날이 있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가까운 퇴근길이 천리길처럼 멀게 느껴질 때.

발걸음 하나하나 오늘 하루의 고됨이 나를 붙잡고, 스치는 바람조차 부담스럽고 답답할 때가.

이런 날은 정말 운동을 가기 싫다.


운동은 매일 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렇다고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몸에 많은 부하를 주는 운동을 매일 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운동이지만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었다가 놓으며 우리 몸은 알게 모르게 큰 부담을 가지게 된다.

그렇기에 선수들이 하는 프로그램이나 전문적인 트레이너가 구성한 루틴을 살펴보면 반드시 휴식일이 들어가 있다.


휴식은 중요하다. 몸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것에 사람마다 여러 의견이 있지만, 적당한 강도의 운동, 적절한 영양분의 섭취, 그리고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고강도의 운동을 계속 수행하게 되면 근육에 젖산이 쌓이고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근성장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고강도의 운동을 매일 한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칭찬받을만한 일은 아닌 것이다.

그야말로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적절하게 어울린다.

그렇다면 휴식일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여러 루틴과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휴식을 충분히 가지라는 설명과 함께 휴식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휴식은 쉴 휴에 쉴 식 자를 쓴다. 한자도 너무나 직관적이게 나무에 기댄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즐기며 몸과 마음을 편히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휴식의 본질인 것이다.

그렇지만 '휴식=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편하게 쉬기 위해서는 자신이 편히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하고, 그 공간에서 자신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을 치워야 한다.

그렇기에 휴식은 쉬기 위해 행하는 일련의 적극적인 행위를 말한다.


나에게 휴식이란 자는 것이다.

그러나 군 복무 이후 복직에 대한 불안감에 불면증이 찾아오며 매일 새벽에 잠이 들어 맛있는 잠을 자기 어려워졌다.

밤이 오는 것이 두렵고, 내일 찾아올 매서운 후폭풍이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문득 군대에서 구보 특급을 달성하기 위해 매일같이 7~8km를 뛰었던 것이 떠올랐다.

뛸 때는 당연히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한바탕 뛰고 씻고 나면 그렇게 잠이 달콤할 수 없었다.


이를 떠올린 후부터 나는 휴식일마다 답답하고 쇠 냄새나는 헬스장을 벗어나 집 앞 하천을 달린다.

다행히 집 앞에 아름답게 조경된 하천과 강변을 따라 뛸 수 있는 코스가 마련되어 있어 기분 좋은 강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다.

저녁노을이 물에 부딪치며 부서지는 윤슬이 눈을 간질이고, 향긋한 풀내음이 가득하다.

딱히 휴식일을 정해두지 않아도, 최근에는 답답하고 힘들 때마다 달린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 싫어질 때도 달린다.

3km, 5km, 10km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면 주변 풍경이 흐려짐과 동시에 넓은 하천에 나 혼자만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오늘은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었다.

그래서는 안되는데, 날씨가 더워서인지, 아니면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며 예민해진 탓인지, 장난을 치다 다친 아이에게 그만 울고 빨리 보건실로 가자며 닦달하고 말았다.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면 그 감정은 상대에게 부딪혀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이내 나를 집어삼킨다.

나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아이에게 사과하지 못했다. 어른스럽지 못하게 보건실에서 돌아와, 우물쭈물하며 선생님이 화내지 않을까 눈치를 보는 아이의 시선을 애써 피했다.

정말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 집에 돌아오니 못내 후회가 된다.


그래서 웨이트 가기를 포기했다.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는 그 애처로운 눈빛이 계속 떠올라 운동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런 날은 아무리 조심해도 반드시 다치게 되어있다.

그래서 달렸다. 무작정 달리고 또 달렸다.

후회를, 두려움을, 미안함을 한발 한 발에 꾹꾹 눌러 담아 가슴에 새겼다.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고 시작점에 돌아오니 해야 할 일이 생각났다.

집에 돌아와 씻지도 않은 채 부랴부랴 아이에게 편지를 썼다.


땀방울과 거친 숨을 후회의 종이에 가득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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