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근 후에 운동을 합니다.](4)
루틴이 뭐예요?
이제 여름 방학이 다가온다.
예전에 먼저 교직에 나간 선배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는 잔뜩 피곤에 찌든 얼굴로 후배들을 모아두고 술을 마시며 한탄하듯 말했다.
"선생님이 힘들어서 죽기 전에 방학을 하는 것이고, 학부모가 힘들어서 죽기 전에 개학하는 거야."
극단적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현직에 나와보니 그 말이 십분 공갑이 간다.
아직 결혼도 하지 못했기에 부모님들의 심정은 알 수 없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진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수업 시간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것을 물론이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장난을 치다 다치지는 않는지, 서로 싸우지는 않는지 등
매의 눈으로 감시하다 보면 아이들이 하교한 후에 도저히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로 녹초가 된다.
강아지를 체력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은 작은 사람들뿐이라 했던가,
아이들의 체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항상 이마에 구슬땀을 매달고, 후끈후끈 열기를 내뿜으며 수업이 끝나자마자 복도를 운동장 삼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새삼 나를 길러주신 부모님과, 현재 아이들을 키우고 계신 전국의 학부모님들께 절로 존경심이 생긴다.
그렇게 녹초가 된 채 집으로 돌아오면 뻗어버리기 십상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유튜브나 보며 자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그렇게 본능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서 잠에 들면 늦은 밤 깨어나 하루를 헛되이 보냈다는 죄책감과, 망가진 수면 패턴 때문에 내일을 걱정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렇기에 삶의 무게에 짓눌려 무너지지 않고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의 루틴이 필요하다.
인간이란 참 신기한 게, 루틴이 있으면 직장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퇴근 후에 꾸역꾸역 정해진 루틴을 따라가려 한다.
몸이 힘들고, 마음에 상처를 받아도 일상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는 절박한 심정으로 수행을 이어나간다.
누군가에겐 그 루틴이 글쓰기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친구를 만나는 것이며, 나에게는 운동을 가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루틴이란 귀찮고 힘든, 무너지기 싫어서 억지로 해나가는 고통스러운 영역이 아니라 나의 삶을 지켜주는 원동력이며 마음을 휴식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루틴이 있기에 이를 기준으로 생을 버텨나갈 수 있는 것이고, 지치고 힘들 때 잠시 피난 갈 수 있는 영역이 마련되는 것이다.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비롯한 여러 운동에는 루틴이 짜여 있다.
루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행위를 평상시에 규칙적으로 하는 행위이다.
운동에서 루틴이 중요한 이유는 루틴을 통해 현재 하고 있는 운동의 목적을 확실히 하여, 고되고 지난한 훈련의 과정을 버틸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루틴이 없다면 우리가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고 당기고, 도로를 달리는 것은 모두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 될 뿐이다.
루틴은 운동 영역마다 쓰이는 의미가 약간씩 다른 듯하다.
러닝에서 루틴이란 본격적인 러닝 이전에 몸을 풀기 위해 진행하는 A skip, B skip, C skip 등을 의미한다.
야구나 축구 같은 여타 스포츠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징크스에 대처하기 위해 진행하는 일련의 기괴한 행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는 루틴을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한다.
일정한 단위로 정해진 운동 계획을 루틴이라 하는데, 이는 다른 운동 분야에서는 보통 '프로그램'이라는 말로 사용된다.
분류가 복잡하지만, 루틴이나 프로그램이나 정해진 행위를 규칙적으로 행한다는 것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루틴을 정할 때는 'n 분할'을 이용한다.
전신의 근육을 여러 개로 나누고 묶어 훈련 목적에 따라, 혹은 자신의 운동 수준이나 강도에 따라, 가능한 범위로 설정하여 프로그램을 설정하는 방법이다.
보통은 가슴, 어깨, 등, 하체, 팔 이런 식으로 5개의 근육군을 나누어 조합하지만
선수들은 더 세부적으로 하체 전면, 하체 후면, 등 상부, 등 하부를 나누어 훈련하기도 하고, 본인의 약점 부위를 강화하기 위해 폭을 넓히는 운동, 두께를 두껍게 하는 운동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더라.
이렇게 근육을 분류하고 나면 일반적으로 일주일을 단위로 반복할 수 있도록 루틴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보자면, 근육을 상체와 하체로 나누거나 혹은 미는 운동, 당기는 운동으로 나누어 2분 할로 구성할 수 있다.
<2 분할 루틴>
월-pull day 혹은 상체
화-push day 혹은 하체
수-휴식
목-pull day 혹은 상체
금-push day 혹은 하체
토- 휴식
일- 휴식
or
월-pull day 혹은 상체
화-push day 혹은 하체
수- pull day 혹은 상체
목-push day 혹은 하체
금-pull day 혹은 상체
토-push day 혹은 하체
일-휴식
분할법에는 3 분할, 4 분할, 5 분할 등 다양하게 있다.
각 분할마다 장단점이 있기에 사람마다 자신의 수준과 목적에 적합한 분할법을 찾아 적용하면 된다.
나는 원래 5분 할로 구성한 루틴을 즐겨했다.
월-가슴과 팔, 화-어깨, 수-등, 목-하체, 금-팔 및 부족한 운동, 토-휴식, 일-휴식
이런 식이 었다.
5 분할의 특성상 한 주에 한 부위밖에 할 수 없으니 그날 모든 운동 강도를 뽑아내어 일주일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부하를 주어야 했다.
군대에서는 이 방법이 꽤나 효과적이었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많은 동작을 수행하며 운동 강도를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복직하고 일상을 사니 이 루틴을 하고 나면 정말 몸을 갈아 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3분 할로 수정하여 운동을 진행했다.
월-가슴, 어깨, 복근(가슴을 집중하여)
화-하체, 이두, 복근(하체에 집중하여)
수-등, 삼두, 복근(등에 집중하여)
목-가슴, 어깨(어깨에 집중하여)
금-등, 삼두, 하체(등에 집중하여)
토-복근, 이두, 하체(하체에 집중하여)
일-휴식
놀라운 것은 운동 강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3분 할로 바꾸고 나니 몸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들 수 있는 무게 또한 급격하게 늘었다는 점이다.
물론 5 분할을 통해 기반이 마련된 덕도 있겠지만, 역시 사람에게 맞는 운동법은 백인백색인가 보다.
오늘은 등에 집중하여 등, 삼두, 하체를 하는 날이다.
등과 하체 후면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고중량 데드리프트가 필수적이다.
데드리프트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나는 다리를 어깨너비 정도로 벌리고 땅에서부터 뽑아 올리는 '컨벤셔널 데드리프트'를 선호하는 편이다.
최고 중량을 다루는 순간에는 언제나 블랙아웃이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개운하고 뿌듯하다.
오늘도 일상을 잘 버티고 살아남은 나에게 주는 훈장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