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근 후에 운동을 합니다.](8)
우중 풋살의 묘미
두 달 전, 대학 친구 두 명과 운동 모임을 결성했다.
매일 헬스장에서 비릿한 쇠 냄새를 맡으며 운동을 하다 보니 정신이 약간 이상해지는 기분이 들어,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모임을 가지기로 한 것이다.
헬스장에서 벗어나 좀 더 건전하고 즐거운 바깥세상의 즐길거리를 찾아보자!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은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난항이었다.
A는 취미라고는 외롭게 쇠질 하는 것 밖에 모르고, B는 아직 임용고시 공부를 하는 중이라 모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 했다.
나는 복싱이나 러닝, 테니스 등 여러 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대개 개인 종목이라 모임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카페에 모여 머리를 싸매고 이런저런 방안을 제시했다.
나는 레슬링을 하자고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키운 근력을 활용할 수 있으면서 여러 사람과 마주하며 대인 능력도 기를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을 수없이 반복하고 연습하며 갈고닦아, 마주한 상대에게 전력으로 부딪힐 수 있다는 데에서 무사적인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A는 다년간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관절이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상태라 과격한 운동은 무리라며 거절했고
B는 허리 디스크가 있어 비록 현역으로 갔다 왔지만, 군 면제를 받네 마네 했던 친구였기에 불가능하다 했다.
레슬링은 가볍게 패스.
A는 보드게임 모임에 참여하자고 했다.
혼자 운동만 하다 보니 사회성이 떨어져 혼잣말이 늘고 운동 이외의 삶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다며 사람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모임을 가지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게임에 대한 지능이 낮은 편이라 규칙을 이해하는데 반나절이 걸릴 것이고, 낯을 어마어마하게 가리는 편이라 가면 스트레스만 받을게 뻔하다며 거절했다.
B는 보드게임만 보면 보드게임을 좋아하던 전 여자친구가 생각난다며 결사반대했다.
보드게임도 패스.
B는 스터디를 하자고 했다.
너무도 자기중심적인 주장이라 그것도 패스.
서로 핑계만 대며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하기 싫다는 변명을 하던 와중,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풋살을 하러 가는 아저씨들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단련한 근육과 체력을 이용할 수 있으면서, 사람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시간도 그리 많이 빼앗지 않는,
그야말로 각자 자기주장만 나열하던 우리에게 최고의 모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열정만 가지고는 부족한 법, 우리는 구글링을 하며 풋살 동호회를 찾았다.
그런데 풋살 동호회는 대개 지역 위주의 운영이거나 정말 진지하게 접근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우리 같은 아마추어, 초심자들에게는 넘볼 수 없는 산이었다.
찾아보니 요즘은 '아이엠 그라운드', '플랩' 같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소셜 매치를 예약하여 초면인 사람들과 만나 풋살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마치 어린 시절 동네 공터에서 중학교 형들, 옆 학교 학생들과 만나 마구잡이로 하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매니저도 있고, 룰도 있어서 훨씬 체계적이지만.
아무튼 우리는 기대에 들떠 한 주 뒤 토요일을 첫 출전 시간으로 잡았다.
풋살화, 축구 양말까지 맞추고 보무도 당당하게 풋살장으로 향한 우리는 폭우를 맞이했다.
풋살장에 물이 고여 여기저기 웅덩이가 생겨 있었고, 드리블을 하려 해도 공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망연자실하던 우리에게 다가온 매니저는 경기를 할 것인지 물었다.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던 우리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반드시 해야지! 절대로 해야지!"
놀랍게도 다른 분들도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이윽고 시작된 경기, 우중 풋살은...... 정말 빌어먹게 재미있었다.
온갖 슬랩스틱이 터져 나오고, 잘하건 못하건 비 탓을 할 수 있어서 실력이 가려졌다.
무엇보다 계속 비를 맞으니 전혀 덥지 않고, 오히려 추운 기분이었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어쩌다 발에 잘 맞으면 시원하게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는 쾌감도 상당하다.
군대에서도 재미를 못 붙인 풋살, 심지어 선수 출신 선임이 있었는데도 힘들기만 했던 풋살.
역시 어떤 일이든 재미가 없으면 어려운 법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