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근 후에 운동을 합니다.](9)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
퇴근 시간이 되면 하던 일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운동 갈 준비를 한다.
운동 가방을 둘러메고 교감, 교장 선생님의 눈에 띄지 않도록 구석 계단을 이용하여 살금살금 내려가는 것이 나의 퇴근 루틴 중 하나다.
관리자 분들은 대개 중앙 계단을 이용하기에 구석 계단을 이용하면 마주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
딱히 껄끄러운 사이도 아니고, 퇴근 시간을 멋대로 앞당겼다거나 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상사의 눈치를 보는 게 직장인의 생리 아니겠는가.
하지만 꼭 오늘같이 시간이 촉박하여 여유가 없을 때 원치 않는 상황이 일어난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녀석이 내 인생에 멋대로 끼어든 탓인지, 부모님과 저녁 약속이 있어 한시도 낭비할 수 없는데 1층에서 교장 선생님과 마주치고 말았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교장 선생님이란 분들은 전부 말씀이 많으시기에 붙잡히면 최소 20분은 선채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내가 젊었을 때는, 인생 선배로서 이야기하는데, 등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다행히 내가 필사적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급한 티를 내서인지 교장 선생님은 나를 순순히 보내주셨다.
물론 한마디 덧붙히시는 것은 잊지 않고.
"운동 그렇게 많이 하다가 관절 다 상해. 내가 해봐서 알아. 육체미도 좋지만 마음의 양식을 쌓아야지."
사실, 이런 말은 하도 많이 들어서 전혀 타격이 없다.
운동을 하다 보면, 특히 신체의 변화가 크게 두드러지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보면 어른들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관절 상한다느니, 애들에게 위압감 줄 것 같으니 적당히 하라느니, 둔해 보인다느니, 너도 약을 쓰냐느니 하는 말들 말이다.
심지어 무식해 보인다, 예의 없어 보인다는 말도 들어보았다.
아무리 많이 들어보았다 하더라도 무식해 보인다는 말에는 조금 상처를 받는다.
개인적으로 운동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고 보기 좋은 육체에서 오는 자신감은 물론이고,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계속 공부를 하다 보니 지적인 성장도 더불어 찾아온다.
또한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이겨내며 인내심을 기르고, 하루를 쪼개 운동을 삶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계획성도 얻게 되다.
무엇보다 항상 나보다 강하고 멋진 사람이 즐비하니, 타인과 비교하기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야말로 '백이 무해'라 할만하다.
전역 후 찾아간 헬스장에서 나는 내 몸이 제일 좋은 줄로만 알았다.
군대 안에 있는 체단실에서는 다른 중대의 병사들이 우리 몸을 보고 부러워하며 운동을 알려달라 했으니 자신감이 붙을만했다.
SDT모자를 쓰고 우글우글 모여 터무니없는 중량으로 운동하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제 헬스장에 간 첫날, 나는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내 머리보다 큰 팔뚝을 가진 아저씨가 20kg짜리 덤벨을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 덤벨 컬을 하고 있었고,
내 허리만 한 허벅지를 가진 젊은 남자분은 바벨이 휠 정도로 원판을 끼고 스쿼트를 하고 있었다.
그 앞에서 나는 너무나 초라할 뿐이었다.
지금도 헬스장에 가면 가끔 일반인이지만 괴물 같은 몸으로 믿을 수 없는 중량을 다루는 사람들이 보인다.
타고난 크기가 작아 평생 이렇게 단련해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을 보며 시기하고 질투하지 않는다.
매일 겸손하게 나보다 강한 사람이 있음을 인지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
주어진 내 몸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내가 운동을 하며 배운 것 중 최고의 자산이다.
아직 조금밖에 살지 못해 인생의 길이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모두가 그러길 인생은 기닿단다.
오늘도 동작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아 사념을 몰아내고 온전히 내 몸에 집중한다.
언젠가, 긴 인생에서 나의 최선을 마주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