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새카맣게 잊어버리기까지

by 류서안

그토록 원하던 너와 맞잡는 순간

순간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스러져가는 나는

언젠가 가질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믿었던가

괜찮다는 말, 보고 싶다는 말.

이제는 믿는 법을 까먹은 나는

이미 찌그러진 순간을 다시 펴봐도

더는 돌아갈 수 없음을

후회로 번진 마음을 씻어낼 수 없음을

너도 깨달았으면 싶어

너도 더는 눈물로 젖지 않았으면 해

그만해라는 말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는 없음을

너도 이해했으면 싶어

나를 놓지 말았어야 한다던 후회도

너를 더 믿고 그 순간을 기다렸어야 했다는 후회도

더는 의미가 없어

그러하게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음을 잊지 말자

언젠가 닿을 것임을 바라보자

너는 그렇게

나는 이렇게

스러져가는 나를 지켜봐 줘

이렇게라도 서있는 나를 안타까워해줘

흔한 말로 위로하지 말아 줘

그냥 빙긋 입꼬리를 올려 이를 깨물며 버텨보자

더 괜찮아지기까지

서로를 잊어버리는 순간까지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