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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햇살 Jan 21. 2023

생기로운 딸아!

 생기로운 딸아!     

 어느 시인이 노래한 에메랄드 빛 하늘을 기대하는 가을 아침이다. 하늘이 맑을수록 사랑하는 딸이 더욱 생각나는구나. 금방 학교로 향했는데 웬 수선이냐고? 요즘 많이 힘들지? 다른 수험생들은 예민해져서 부모님들이 힘들다는데 우리 딸은 배려심이 많아서일까? 긍정적인 자세에서 나오는 여유일까? 홀로서기를 하며 고3을 이겨내는 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온다. 힘들면 엄마에게 의지하렴. 언제나 네가 기댈 어깨는 준비되어 있단다. 엄마 가슴이 넓다는 것 알지? 홀로 애태우지 말고 엄마에게 풀어놓았으면 좋겠구나. 엄마의 생기를 불어넣어 줄게.   

  

 영혼이 깨끗한 딸아!     

 이른 아침, 맑은 고요가 살며시 눈을 뜨는 시간에 일어나 들판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니? 엄마는 창문을 열어 심호흡을 하고 있는 너를 볼 때마다 맑은 영혼을 네게 허락하신 신께 감사했단다. 아리잠직한 모습이란 표현이 네게 어울릴 것 같았어. 간밤에 자기소개서 쓰느라 늦게 잤을 터인데도 일찍 일어나 식구들 잠 깨우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걸었을 우리 딸. 이렇게 다정다감한 네가 교사가 된다면 너를 만나는 아이들은 축복을 받은 자일 거야.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서 그들과 얼굴을 비비며 영혼을 맑게 가꾸는 것이 네 꿈이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꾸어 온 네 꿈은 분명 이루어지리라 믿는단다. 넌 꼬마둥이였을 때부터 친구들을 모아놓고 가르치기를 좋아했었어. 옆집 언니들도 모아놓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교회에서도 동생들을 상대로 춤과 노래를 가르치곤 했었지. 요즘에는 학교에서 친구들 자기소개서 첨삭해 주느라 바쁘다며? 그 말을 듣는 순간에는 화가 났단다. 자기 것도 못 쓰면서 오지랖 넓게 상관하느라 귀한 시간 낭비한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이기주의가 팽배하는 시대에 물들지 않는 순수한 네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환할 수 있었지.  

   

 꿈이 있는 딸아!

 넌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서 심리상담사 역할도 할 수 있도록 자격증에 도전한다고 했었지? 한국사, 한국어 자격증도 취득하여서 도서 산간 아이들을 부족함 없이 가르치고 싶다고 했어. 네가 따뜻하고 지혜로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루시모드 몽고메리가 쓴 <빨강머리 앤>의 주인공 앤이 떠올랐지. 넌 초등학교 오 학년 때 <빨강머리 앤 >은 물론 < 레드먼드의 앤>, <에이번리의 앤>까지 반복해 읽었지. 공유하기 좋아하던 네가 그 책만큼은 보관함 깊숙이 넣어두고서 아꼈어. 엄마조차도 손을 못 대게 해서 엄마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 했잖아. 네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려고 한 배경에는 그 책의 영향이 제일 큰 것 같아. 그렇지? 넌 분명 멋진 선생님이 될 거야.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어. 끝가지 흔들리지 말고 네가 원하는 삶을 이루어가길 소원한다.


 용기를 주는 딸아!

 어느 날 네가 말했지. 엄마가 동화 작가가 되는 것도 네 소원 중 하나라고. 그래. 엄마 마음 깊숙이 숨겨져 있던 새싹이 네 말에 힘입어 진초록 옷을 입기 시작했어. 드디어 햇살아래 내놓고 튼실하게 키우기로 했지. 동화작가가 되는 것, 이것이 2011년을 사는 네 엄마, 나의 꿈이란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 십 년 정도면 딸아, 너도 엄마 곁을 떠나 새둥지를 틀었을까? 그때쯤엔 엄마는 동화작가로 활동하면서 자연을 벗 삼아 삶을 수놓고 싶구나. 전주 시내 근교에 황토집을 소박하게 지어 놓고 햇살과 바람도 드나들 수 있도록 뜨락도 준비하고 싶단다. 전면을 유리로 만들어서 풀꽃들의 잔잔한 몸짓을 즐기고 잡초들의 풀냄새도 맡을 수 있는 거실도 마련하리라. 거기서 우리가 꿈 많았던 오늘을 얘기하며 웃을 수 있겠지?


 여행을 즐기는 딸아!

 네가 중학생 때였을 거야. 미국 여행 중에 캐나다 몽고메리 언덕을 못 가봐서 아쉬웠다고 했지. 우리 머지않은 날에 몽고메리의 흔적을 따라 캐나다로 떠나보자. 이것도 엄마가 해보고 싶은 일들 중 하나란다. 너와 함께 앤의 행로를 밟다 보면 또 다른 큰 꿈이 우리 삶을 생기롭게 할 것 같아. 그렇지? 그러기 위해선 오늘부터 영어 공부도 하고 체력도 단련시켜야 할 숙제가 생겼구나. 우리 딸에게 멋진 동행자가 되려면 말이야. 기대해 보렴. 네가 한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자리하게 해 줄게.


 노래를 즐겨 부르는 딸아!

 엄마가 욕심이 많아서일까? 또 하고 싶은 것이 있단다. 네 아빠와 데이트하던 시절처럼 네 아빠가 끄는 자전거 뒤에 올라타고 소양 냇가로 달려가는 것. 그때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흥얼거리는 아빠의 노랫가락을 다시 듣고 싶다. 이젠 좀 쑥스러워서 불러달라고 하기 민망하지만 너와 나, 그리고 인호와 네 아빠가 자전거 여행을 한다면 다시 한번 가능하지 않을까? 그땐 너와 인호의 노래까지 환상의 하모니가 이루어질 것 같구나. 어때 동의하지? 네가 여유로워지는 올 겨울에 자전거 연습을 하기로 하자. 그래서 내년 봄엔 벚꽃이 흩날리는 소양길을 지나 송광사에 들려 연잎 차 한 잔 마시며 인연을 이야기하고 우리 가족의 사랑을 확인해 보자. 거기에서 우리 가족이 십 년 안에 하고 싶은 일들도 계획해보지 않을래? 그리고 우리가 즐겨 불렀던 가족송인 ‘바람새’ 노래도 불러보자꾸나.

   바람새-이순형 작사. 작곡

1. 다가올까 사라질까 보이지는 않아도
나는 바람새를 알아요
저 파란 풀밭 위에 나래깃을 부비며
다가오는 바람새를
동동동 동동동 비눗방울을
하늘에 날려 보내면
어느샌가 다가와서
방울방울 쪼아 먹어요

2. 다가올까 사라질까 보이지는 않아도
나는 바람새를 알아요
저 파란 풀밭 위에 나래깃을 부비며
다가오는 바람새를
동동동 동동동 빨간 풍선을
하늘에 날려 보내면
어느샌가 다가와서
두리둥실 갖고 놀아요      


사랑한다 딸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너를 응원하는 엄마가 있음을 기억하렴. 넌 분명 네 꿈을 이룰 거야. 힘내자. 아자 아자 파이팅!     

 2011년 9월 14일 아침에

널 생각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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