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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햇살 Jan 30. 2023

사랑을 찍다

휠체어 부부의 사랑

"드르륵드르륵"

소리가 나자마자 그녀는 약봉지를 내려놓고 보건소 문을 연다. 한 달에 한 번 약을 타가는 휠체어 부부가 도착했다. 부부는 느닷없는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안고 귀향하여 살고 있다


"금방 텃밭에서 뜯어왔슈" 

부인이 비닐봉지를 내밀며 수줍게 웃는다. 싱싱한 상추다.

"사진값이어요. 지난번에 사진을 하도 예쁘게 박아 줘서. 뭔가 드리고 싶은데 마땅한 게 있어야죠. 그냥 무공해라는 것이 도시 사람들한테는 귀할 것 같아서.. 맛나게 드셨으면 좋겠구먼요."

수줍게 내미는 부인의 손이 휘어져 있다. 손까지도 불편한데 어떻게 이 상추를 기를 수가 있었을까? 그들의 노고를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그런데 느닷없이 사진값이라니. 뭐지? 아, 그거?


지난 늦가을 어느 날이었다. 그날따라 강바람이 불고 진눈깨비까지 내렸다. 다른 직원이 출장만 가지 않았어도 휠체어로 4Km를 가야 하는 부부를 데려다주었을 텐데, 그냥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그녀의 걱정과 달리 밝은 모습으로 서로 장갑을 챙겨주고 목도리를 매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아 카메라를 들었다. 처음에는 마다하던 부부는 막상 카메라 앞에 서자 손을 잡고 다정한 시선을 나누었다. 둘이 함께 사진을 찍어보는 것이 몇 년만이냐며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또 각각 독사진도 찍어 달란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현상하여 드렸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진료를 마치고 나서려던 부부를 붙잡았다. 신세 지기 싫다며 사양한다.

"식사 같이 안 하시면 다음부터는 사진 안 찍어 드릴 거예요."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부부를 주방으로 이끈다.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가 싸 온 밥을 양푼에 담고 김치를 쫑쫑 썰고 상추를 잘게 찢어 넣는다. 고추장, 참기름, 깨소금을 꺼내 비빈다. 한 그릇이던 밥이 비벼 놓으니 셋이 먹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불어났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기념으로 또 사진을 찍는다. 아내의 입술에 묻은 고추장을 남편이 손으로 쓱 닦아 낸다. "찰칵" 남편의 더부룩한 머리카락을 손빗으로 쓸어준다."찰칵" 그녀의 마음에도 부부의 넉넉한 사랑이 한 장 박힌다. 

"찰, 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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