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우회로
몇 달 동안 브런치를 하면서
정말 많은 글을 읽었다.
평소라면 스쳐 지나갔을 예술,
내가 몰랐던 정보들,
타국의 이야기들까지..
이곳은 분명
경험의 밀도가 모이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느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기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는 걸..
어떤 날은
글투사들이 모인 전장 같다가도,
어느 순간엔
아무도 모르게 상처를 내려놓는
조용한 자리처럼 보였다.
브런치는
단순히 글을 쓰는 곳이 아니라,
감정이 돌아 나오는 통로에 가깝다.
사람은
자신의 상처를 쉽게 꺼내지 못한다.
이게 정말 상처인지,
내가 유난인 건 아닌지,
상대가 불편해하진 않을지..
그 의심들이
입구에서부터 막아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직접 말하는 대신
글로 돌아 들어온다.
그리고 그걸 읽는 건
기계가 아니라
이름 없는 타인들이다.
그래서 이곳은 때로
신부님이 되고,
때로는 대나무숲이 된다.
혼자서 상처를 봉합하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생각보다 더 아프다.
그래서 누군가는 문학으로,
누군가는 정보로,
누군가는 상처 그 자체로
이곳에 남는다.
서로 다른 결의 사람들이
제각기 자라나도
이 공간은 그것을 밀어내지 않는다.
브런치는 지금,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울창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