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나간 의식
인간은 늘 무언가를 바라본다.
풍경일 수도 있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본다고 해서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시야는
세계가 나로 들어오는 통로일 뿐이다.
그 문지기를 우리는 의식이라 부른다.
그 문을 통과한 것만이
비로소 ‘보인 것’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미 보고도 보지 못한 채 지나간다.
돌도 마찬가지다.
그 자리에 늘 있었지만,
어느 순간에야
비로소 ‘돌’로 인식된다.
모를 때의 봄과
알고 난 뒤의 봄 사이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 간극이 있다.
그 간극이 지나간 뒤에야
돌은 돌이 된다.
그전까지는
그저 의미 없는 덩어리였을 뿐이다.
우리는 그 의식의 문지기에게
늘 무언가를 지불한다.
감정이라는 형태로.
그래서 어제 본 것과
오늘 본 것은
같을 수 없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돌도
전혀 다른 무게로 들어온다.
인간은
늘 같은 값을 내고 있다고 믿지만,
그 값은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흔들린다.
결국 단 한 번도
같은 값을 내고
의식을 통과한 적은 없다.
다만 우리는
이미 지나간 뒤에야
그 차이를 알아차릴 뿐이다.
돌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매번 다르게 갱신된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것은
돌 자체가 아니라,
이미 한 번 늦게 도착한 인식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 자리에 있다.
아무 일이 일어나는 건
항상 인간 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