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냉동고와 이별

우리가 이별 앞에서 얼어붙는 이유

by 간극

이별 앞에서도 멀쩡히 서 있는 사람은

애초에 제대로 사랑하지 않은 사람뿐이다.


얼마 전, 고장난 냉동고에 갇혀

얼어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원이 나간 냉동고였는데도 그는 결국 얼어 죽었다.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이 그 사람의 의지를 그렇게 무너뜨렸을까.

‘춥다고 생각해서?’

그 정도가 내가 낼 수 있는 결론의 전부였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니,

나는 수없이 고장난 냉동고에 혼자 갇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실제로 영하가 아니더라도

벌거벗은 채 냉동고에 들어가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몸이 아니라, 해석이 얼어붙는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는 종종

누구도 우리를 밀어 넣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고장난 냉동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는 것을.


무의식은 이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이렇게만 기록한다.


“중요한 자원이 사라졌다.

위협이다.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고통은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다.

마치 전원이 꺼진 냉동고에서도 얼어 죽을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우리는 실제 온도가 아니라,

‘온도라고 믿은 감각’에 의해 얼어붙는다.


하지만 진실은 그 반대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다만 그 강함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이별이 아무리 거대해 보여도

무의식은 실제 생존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를 그 상황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결국 선택은 하나다.


고장난 냉동고에 전원을 넣을 것인가,

아니면 그저 고장 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인가.


살아남는 사람은

냉동고에서 버틴 사람이 아니라,

냉동고를 냉동고로 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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