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부터 이해보다 판단이 빨라졌을까

생각보다 먼저 끝나 있는 결정들에 대하여

by 간극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정말 이해한 뒤에 판단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시 판단은 이미 끝나 있었고,

우리는 그 결정에 설명을 붙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인간의 판단은

생각보다 빠르게 작동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생존과 직결된 판단은 늘 먼저 발화된다.

다만 우리는 그 과정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어제 삼겹살을 먹었다고 해보자.

오늘 친구가 다시 삼겹살을 먹자고 제안하면

몸은 먼저 거부 반응을 보인다.

이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이미 판단이 끝났기 때문이다.


물론 친구가 너무 간절해 보인다면

우리는 그 판단을 뒤집는다.

하지만 그 선택은

본능 이후에 붙는 사회적 자아의 결정이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지,

처음의 판단이 아니었다.


이 이야기는

의지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모든 판단을

의식적으로 시작한다고 믿는 착각에 대한 이야기다.


생각보다 많은 결정은

이미 끝난 뒤에

우리가 설명을 덧붙인다.


그리고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조금은 덜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왜 저 사람에게 불편함을 느꼈는지,

왜 그 말에 마음이 먼저 닫혔는지,

그 이유를 몰라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부지런하고,

효율적인 판단을 좋아한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도

좋다거나, 싫다거나,

이미 결론은 내려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까지 읽었다는 건,

판단이 끝난 뒤에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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