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중’이라는 가장 우아한 도망

이미 마음이 떠난 일을 ‘고민’이라 부르는 이유

by 간극

우리는 하고 싶은 것보다 하기 싫은 일과 더 자주 마주한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게

대개는 고통보다 재미에 가깝다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조금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하기 싫은 일들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 역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우리는 유독

하기 싫은 일 앞에서

실패를 전제로 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


못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고민 중이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확률은 알고 있다.

하지만 ‘혹시’라는 말 하나로

현실적인 판단을 교묘하게 미룬다.


이건 희망이라기보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기분에 가깝다.


아직 상황이 여의치 않을 뿐이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말.

준비가 안 됐을 뿐이라는 말.


‘고민 중’이라는 말은

그 모든 문장을

가장 우아하게 포장해 준다.


물론

신중한 선택을 위한 고민은 필요하다.

그건 멈춤이 아니라 점검이다.


하지만

본질에서 도망치기 위한 ‘고민 중’은 다르다.


그건 중단이 아니라

조용한 후퇴다.


이미 마음은 끝났는데,

책임을 미루기 위해

생각이 남아 있는 척하는 상태.


우리가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속이는 순간은

결정하지 않았을 때가 아니라,

이미 결정해 놓고도

아직 고민 중이라고 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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