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적 휴식

고통 앞에서 무너진 의지는 어디까지 나의 책임일까

by 간극

원인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급체였는지, 단순한 탈진이었는지.

이틀 동안 고열과 오한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


늘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읽고, 써야 한다는 압박이

나를 몰아세워왔다.

의지가 단단하다면 몸의 불편함쯤은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믿음은 한 번의 통증 앞에서 너무 쉽게 무너졌다.


고통은 생각보다 잔인하다.

그동안 붙잡고 있던 의지와 태도를

아무 설명도 없이 벗겨낸다.


아프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불편함을 감수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은 의미를 잃는다.

마치 ‘지금은 쉬어도 된다’는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몸은 자연스럽게 내려앉는다.


문득 궁금해졌다.

고통 앞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태도는

정말 노력과 학습만으로 가능한 걸까.

혹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의 고통을 실제로 통과해 본 걸까.

아니면, 아직 겪지 않았기에 말할 수 있는 걸까..


우리는 흔히 말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고,

하지만 태도 이전에

기분부터 다루는 일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분만으로 하루를 살지 않는다.

생각보다 많은 감정과 불편함을 견뎌가며

아무 일 없는 얼굴로 일상을 버텨낸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있는 사람처럼

스스로를 과하게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어쩌면 고통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 게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온 인간인지를

다시 확인시키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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