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상대성

우리는 왜 타인의 고통을 가볍게 만들까

by 간극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전쟁터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피 흘리며

언제 끝날지 모를 전투를 이어간다.


누군가는 쓰러졌고,

누군가는 승전보를 울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이라는 전투는

이겼다고 승자가 되고

졌다고 패자로 남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나 역시

나만의 방식으로

이기고 지기를 반복하며

이 전장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다.


이 전쟁에서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길목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상한 오류를 반복한다.


타인의 출혈은 찰과상으로,

나의 출혈은 중상으로

진단해 버리는 일이다.


물론 내 고통이

과장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각자의 고통은

각자의 그릇 안에서

분명히 정당하다.


문제는

그 고통을

타인의 고통과 비교하는 순간

윤리가 왜곡되기 시작한다는 데 있다.


우리는 알면서도

고통을 측정하려 한다.


내 배고픔이

타인의 손톱 밑에 가시가 박힌 고통보다

감히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는가.


고통은 크기로 존재하지 않는다.

비교의 언어를 갖는 순간

이미 본질에서 벗어난다.


그럼에도 인간은

본인의 기준으로 세상을 본다.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인간적 한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오류 앞에서

한 인간으로서 유감이다.


우리가 자주 놓치는 사실이 있다.


타인의 고통은

나의 생존을 증명해 주는 지표가 아니고,

타인의 행복은

나의 불행과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통해

나의 괜찮음을 확인하려 하고,

타인의 행복 앞에서

이유 없는 결핍을 느낀다.


이 모든 왜곡은

타인을 바라보는 자아의

불안한 욕망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걸 몰라서 괴로운 게 아니라고.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의 고통이 정당해지길 바란다면,

먼저 타인의 고통 앞에서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고.


모든 고통의 크기와 감당은

그 사람만이 안다.

그 사실을 인정할 때에만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다루지 않게 된다.


비교하지 않고,

단정하지 않고,

그 고통을 존중하는 것.


그때 비로소

타인과의 관계는

비교의 전쟁터가 아니라

공존의 자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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