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자취를 시작한 20대의 나
나는 21살 때 자취를 시작했다.
본가가 지방이라 통학이 어려웠던 이유로
결국 1학년 2학기부터 자취생의 일상을 펼쳤다.
이사한 다음날, 아침이 밝아왔고 나는 일찍 눈을 떴다.
어색한 공기, 낯선 장소에서 눈을 떴을 때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창문 사이로 스며든 햇살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야 자취를 시작한 게 실감이 날 정도였다.
작은 매트 위에서 아침 홈트를 하고 샤워를 끝냈다.
곧이어 선풍기를 틀고 평소 좋아했던 심리학 책을 폈다.
한 줄씩 읽어 내려갈 때마다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느꼈다.
무더운 여름에만 경험할 수 있는 시원함이었다.
책에 푹 빠질 때 즈음 어제 사온 드링크 요거트를 마셨다.
달콤한 복숭아 맛이 한 모금 더해지면서
처음 느껴보는 여유가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날만큼은 해야 할 과제도 없었고
평소 날 괴롭히던 잡생각과 걱정도 없었다.
나는 그저 책을 읽으며 쉬면 되었다.
책을 읽는 내 무릎 위로 햇살이 조용히 일렁였고
선풍기 바람이 잔잔하게 덜 마른 내 머리카락을 말려주었다.
처음에 자취를 결정하고 원룸을 계약하면서
내가 과연 혼자 살아갈 수 있을지 두려웠다.
하지만 자취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느낀 여유와 고요함은
두려움을 비웃듯이 씻어내 버렸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여유를 만끽했다.
평소 걱정과 잡생각이 너무 많은 나였지만
이 날의 여유와 평온함으로 잠시라도 머리를 비울 수 있었다.
행복했던 첫 자취였다.
그 하루는 내 삶의 물결을 조용히 바꿔놓은 시작점이었다.
그날의 햇살, 선풍기 바람, 복숭아 요거트의 달콤함은
잔잔하게 내 마음을 맑게 씻어주었다.
옅은 푸른 빛깔의 라리마는 마음의 평화를 속삭이는 보석이다.
마치 첫 자취를 시작한 내가 느꼈던 여유로움 속에서
걱정과 불안이 조용히 밀려나고
잔잔한 파도가 모래를 적시듯 마음이 다시 맑아지던 그 순간처럼.
혼자만이 느꼈던 평온 속에서
책을 좋아하는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고
그동안 지쳤던 나를 다독일 수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여유가
나에게는 행복이었고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추억이다.
요즘은 취업 준비로 온갖 잡생각과 걱정을 달고 살기에
21살의 첫 자취에 대한 기억이 더욱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