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
저의 20대를 돌아보며 가장 후회되었던 것 중 하나는
남의 말에 너무 신경을 썼던 저 자신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선택을 믿지 못하고 남들의 시선과 의견에 휘둘렸던 그 시간이 후회로 다가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왜 중요한 순간마다 내 마음의 소리를 외면했을까?"
20살의 재수생활을 끝내고 정시 원서를 쓸 때였습니다.
21살이 된 2월, H대학교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도 설레고 행복한 마음에 다니던 수학학원에 전화를 걸어 제 기쁨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건 축하가 아닌 “너 수능 잘 봤다고 하지 않았어?”라는 원장님의 말뿐이었습니다.
“어? 뭐야, 너 수능 잘 봤다며.
야, 너 수능 잘 봤다고 하지 않았어?"
그 말은 저의 기쁨을 한순간에 무너뜨렸습니다.
보통 재수했던 학생으로부터 대학 합격 소식이 전해지면
'축하한다','고생했다'라는 말이 먼저 나오지 않을까요.
악의 섞인 말투와 저에게 던진 비수 같은 말의 이유를 몰라 당황스럽기만 했습니다.
수학학원 원장님과의 통화 후
저는 더 높은 대학에 가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기 시작했고
합격의 기쁨도, 수고했다는 위로 한마디도 스스로에게 주지 못한 채 우울 속에 빠졌습니다.
학원 친구를 통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저를 담당했던 선생님과 원장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싸움 소리가 너무 커서 원장실 밖에까지 울렸다고 합니다.
제가 타이밍을 잘못 잡았던 것일까요.
제가 고3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원장님이 자신이 담당한 고3 학생을 위해
당시 저에게 제가 쓴 자기소개서를 보여달라고 했던 때였습니다.
저도 고3이라 입시 준비를 하는 학생이었는데도요.
이런 이기적이었던 학원 원장님의 행동을 잠시 잊고
저는 재수가 끝나자마자 대학 합격 소식을 전해드리려 했습니다.
그저 기쁜 마음에 연락을 드린 거였습니다.
그때의 저는 그 말에 너무 깊이 상처를 받았습니다.
한동안 우울에 빠져 제대로 쉬지도 놀지도 못했습니다.
28살이 된 지금 그 수학학원 근처를 지나가는 길에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악감정이 있었던 직원의 담당 학생한테 유치하게 화풀이한 학원 원장이었고,
자신이 맡은 고3 학생을 위해
같은 고3이었던 저의 자기소개서를 요구했던 이기적인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의 말 때문에
저는 왜 스스로를 축하하고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지 못했을까요?
진로를 고민하거나, 영어 공부를 하거나, 재수하면서 참았던 애니메이션을 보며
소소한 기쁨을 찾았다면 훨씬 나았을 텐데 말입니다.
대학교에 들어와 시간표를 짤 때마다 저는 또다시 남의 말에 흔들렸습니다.
당연히 제가 듣고 싶은 수업과 남이 듣고 싶은 수업은 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
동기들이 저의 시간표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할 때마다 일일이 신경을 썼습니다.
1학년 때부터 동기가 시간표를 보여달라고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고
시간표 짜는 것에 점점 예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원하는 수업을 듣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 전부 제가 알아서 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남들이 뭐라고 떠들어도 줏대 있게 살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몇 학점을 듣던, 무슨 수업을 신청했든 간에 모든 건 저의 선택이었습니다.
남들이 '시간표를 못 짰다', '그 수업 왜 듣냐'라고 할 때마다 왜 마음속으로라도 외치지 못했을까요?
"그렇구나. 근데 내가 알아서 할게."
졸업 후, 본격적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가 되었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저의 모습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졸업하고 바로 취직하는 건 아깝지 않니?”
“더 공부해서 좋은 데로 가.”
“그 회사 가지 마. 힘들어.”
저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주변의 기대와 평가에 맞추려 노력했습니다.
한 회사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조차
'남들이 뭐라고 할까?'를 먼저 생각하며 그 기회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로스쿨 입시에 실패한 후에는 이 모든 선택이 후회로 다가왔습니다.
'그때 그냥 취직했다면 어땠을까?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까?'
결국 동기들 중에서 가장 먼저 졸업을 했지만 가장 늦게 취업준비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 은행과 기업 인턴을 경험하며 여러 고난을 겪었습니다.
고객들의 불합리한 요구, 대표의 갑질,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까지.
그때의 모든 후회는 스스로에게 진솔하지 못했던 제 모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모든 후회는 저 자신 때문에 생긴 감정이었습니다.
28살이 된 현재, 후회 속에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어차피 책임은 내가 지는데, 왜 남의 말에 그렇게 신경을 썼을까?"
"내 인생을 왜 남들이 결정하도록 내버려 뒀을까?"
후회가 저에게 남긴 가르침은 잔인했지만 그 덕분에 저는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저는 인생의 좌우명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줏대 있게 살자.
그리고 너무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자.'
남들이 제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든 중요한 건 제가 만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저를 쉽게 판단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죠.
앞으로 저는 저 자신을 믿고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합니다.
남의 말이 아닌 저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살아갈 것입니다.
어차피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제가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남의 목소리가 아닌 저의 마음속 소리를 따르는 인생을 살겠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줏대 있게 살지 못한’ 후회는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