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했던 모든 순간들-1. 인간관계
20대의 나를 돌아보며
20대의 끝자락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제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감정은 '후회'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를 가장 행복하게 했던 감정 또한 '후회'였습니다.
후회는 제 삶의 한 장면을 끝없이 되감기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걱정으로 뒤척이던 밤이면 항상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21살, 대학교에 입학한 직후로 돌아간다면, 무엇부터 시작할까?’
그 질문 속에서 저는 후회를 재료 삼아 새로운 가능성을 그려보았습니다.
20대 초반에 저질렀던 실수들을 떠올리며 좀 더 나은 자신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확실함을 따라가는 나,
두려움 없이 할 말을 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고 진로를 계획하는 나를 말입니다.
하지만 상상의 나와 현실의 나는 쉽게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1년 간의 재수 생활을 마치고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저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어쩌면 그 순간부터 후회가 시작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를 필요로 해서 접근했던 동기 언니를 친구로 받아들이며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주려 애썼습니다.
학술 동아리에서도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활발한 사람으로 기억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 노력은 남들이 저를 쉽게 판단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결국, 그 노력이 가져온 결과는 허망함이었습니다.
동기 언니에게 저는 친구가 아닌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필기 노트가 필요하거나 전자출결 번호가 필요할 때,
강의실 자리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할 때만 저를 찾았습니다.
대학교에서 처음 만난 친구였던 동기언니는 제가 친구가 필요한 순간에는 옆에 없었습니다.
대신 제가 싫어하던 동기가 저에 대한 험담을 퍼뜨릴 때 동기 언니는 늘 그의 곁에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제가 친해지고자 노력했던 일부 동기들의 반응은
저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축하보다는 견제를 받았고 제가 짠 시간표를 핑계로 저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네가 그 수업 들으니까 당연히 그렇게 된 거야."
제가 해왔던 노력이나 성취를 깎아내리려는 말들은 저를 작아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반응은 저에게 인간관계의 허상을 더욱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학술 동아리에서 쌓은 활발한 이미지는 제가 타인의 무례함을 받아주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낳았습니다.
그릇된 판단들은 저를 상처 입히고 웃음거리로 만들었으며 졸업 후 자연스럽게 관계가 단절되었습니다.
일부 부원들을 제외하고는 무례했던 사람들과 더 이상 연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학과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은 제게 더 큰 위안과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들어간 동아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학술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저에게 편안함을 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서로를 존중하는 경험은 제 삶의 귀중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운 좋게도 저와 같은 재수학원 출신인 친구 세 명과 같은 학과 선배 두 명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저를 격려하며 제가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지인에서 친구로 발전한 이들은 지금도 제게 소중한 존재입니다.
대학교 생활을 돌아보며 가장 후회되는 것 중 하나는 진정한 관계에 집중하지 못한 점입니다.
저를 필요로 했던 사람들에게 쏟았던 시간과 에너지가 진짜 친구들에게 향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로 인해 제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시간들이 쌓였습니다.
만약 21살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대신 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쏟을 것입니다.
저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고 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
진작에 알았더라면 지금의 제 모습이 조금은 더 단단해져 있지 않을까요.